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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기생충' 속 가정부 아주머니, 대세 이정은이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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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기생충' 속 가정부 아주머니, 대세 이정은이 궁금하세요?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7.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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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어?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에서 이정은을 마주했을 때 시청자 혹은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다. 최근 이정은은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그의 출연작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영화는 '미쓰백'과 '미성년', '기생충',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 '눈이 부시게'와 곧 방송을 예정하고 있는 '타인은 지옥이다'까지…. 주연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씬스틸러부터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대세' 이정은은 도대체 어떤 배우고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의 무기를 '귀여운 매력'이라고 말하는 이정은을 파헤쳐보자.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기생충'은 배우 송강호, 조여정, 최우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신선함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씬 스틸러'들도 있었다. 바로 문광 역의 이정은, 근세 역의 박명훈이다. 그동안 연극 무대와 영화에서 꾸준히 활약한 두 사람은 '기생충'의 흥행으로 새로운 대세 배우로 떠오르게 됐다.

이정은은 특히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송 예정인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임시완, 이동욱 다음에 이름을 올리며 중요한 조연으로 활약한다. 

이정은은 인터뷰에서 "대세는 제가 아닌 라미란"이라는 재치 있는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에는 팬들도 많이 생겼다. 쏟아지는 관심에는 감사함도 표했다. 이정은은 스스로를 '연출부 출신 배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정은의 연기 인생은 어땠을까.

# 1970년생, 88학번. 이정은의 프로필

 

배우 이정은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정은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은은 1970년생으로 올해 49세다. 88학번인 그는 본래 연극 무대에 관심이 많은 연극 연출부 출신이다. 그러다가 연기에 입문한 그는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연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정은은 '연출부 출신'을 연기자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제가 연출부 출신의 배우인 게 자랑스러워요. 연출은 어쨌든 이야기를 완성시켜야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연출부의 요구를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제작자와 연출부의 생각을 응원하죠. 요구를 하면 일단 해보고 수정하는 쪽이에요. 물론 연출 욕심은 없어요. 저는 산만하고 관심이 이것저것 많아가지고 연출을 못해요. 연출은 심지를 꿰뚫어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저는 산만하기 그지없어서 못할 것 같아요."

연출부 출신의 연기자, 이정은은 오랜 시간 무명을 거쳤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수많은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이정은이 활약을 하면서 후배들 역시 이정은에게 조언을 구한다. '언제까지 하면 빛을 보냐'는 중견 연기자들이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정은은 "그냥 연기가 좋았다"는 말로 무명을 버텨낸 힘을 설명했다.

"연기할 때, 그 때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니까, 빛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마냥 믿고 연기를 하면 힘들 것 같고, 작업이 즐거워서 여기까지 왔어요. 저도 연기를 계속 해오면서 고민을 많이 했으니까,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죠."

'대세'라는 기자들의 말에 이정은은 손사래를 치며 "대세는 라미란이고, 저는 그 주변부"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저 같은 배우들이 더 나올거다"라며 최근 한국 영화계의 변화를 날카롭게 짚었다.

"저와 같은 매력의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 경쟁체제가 되지 않을까요? 익숙함을 개는 개성 있는 배우들이 엄청 많아질 거예요.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또 다른 배우가 주목받고,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갑작스러운 언론과 대중들의 주목. 이정은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이정은은 "이런 스포트라이트가 저한테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제 앞에 배우들도 한 번 쯤 거쳤던 일이에요. 진선규 씨 같은 경우에도 '범죄도시'로 주목 받았지만 대학로에서는 원래 잘 하는 배우로 유명했죠. 꾸준히 활동해왔던 거예요. '기생충' 같은 경우는 저에게 행운이죠. 그러나 이런 행운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오! 나의 귀신님'을 처음 하고 나서 반응이 좋아 작품이 많이 몰려오겠지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이후 '리멤버'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 됐죠."

배우 故 김영애의 조언도 슬럼프 시절 이정은에게 큰 도움이 됐다. 故 김영애는 작품을 고르는 이정은에게 "너는 경험이 더 있어야 해, 일단 많이 해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이정은은 그 조언을 바탕으로 다작(多作)을 했고,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 짧지만 강렬했다, '기생충'의 문광

 

[사진 = 윌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윌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은은 그동안 많은 작품에 단역과 조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그가 주목받은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해서였다. 

영화 '기생충'을 본 관객이라면 이정은이 새롭게 등장하는 인터폰 장면의 오싹함을 잊을 수 없다. 해당 장면은 이정은이 '기생충'에서 처음 찍은 장면이다. 이정은의 놀라운 순발력과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은은 해당 장면을 찍을 때의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인터뷰에서 밝혔다.

"저는 그게 그렇게 무서울 줄 몰랐어요. 웃기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도 들었죠. 사람들이 섬뜩하다고 하더라고요. 연출의 힘인 것 같아요."

봉준호와 이정은은 이미 '옥자'에서도 한차례 합을 맞췄다. 세계적인 감독인 봉준호가 이정은을 계속 찾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 이정은은 "(동)갑이라 그러신가 했다"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랑 감독님은 같은 세대에요. 봉 감독님은 작업을 즐겁게 하시는 편이에요. 저에게 제안하실 때도 '저하고 이상하고 재밌는 거 해보시겠어요?'그러시더라고요. 취향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신나고 재미있고 이상한 작품 합시다, 이런 게 좋더라고요."

이정은이 독특한 씬 스틸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독특한 목소리 덕분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 이정은의 독특한 목소리 톤을 살려 문광 캐릭터의 괴기함을 살려냈다.

"뮤지컬을 해왔으니까, 아무래도 음에 관심이 많아요. 소리를 내는 법을 직업적으로 알죠. 그래서 감독님이 독특한 톤을 주문을 해서 그걸 사용해봤죠. 평소에는 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배우라고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오히려 그런 목소리가 배우로서 매력적인가보다 생각하게 됐죠."

# 처음 방문한 칸 영화제, 그곳에서도 씬스틸러?

 

'기생충' 박명훈과 이정은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 박명훈과 이정은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 개봉 전 화제를 모은 칸 영화제의 장면이 있다. 바로 기자진 앞에서 춤을 추는 이정은의 유쾌한 모습이다. 해당 영상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앞에 다른 배우들은 촬영을 끝내고 인터뷰를 간 상황이었던 거죠. 기자들이 손으로 뭔가 포즈를 취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보여 달라면!'이란 심정으로 춤을 췄죠"

유쾌한 칸 영화제에서의 한 때였지만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바로 영화 속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박명훈이 칸에서도 언론 앞에 나서지 못한 것. 

"명훈 씨와 이렇게 이야기 했죠. 영화 밖 현실에서도 영화 운명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2005년 명훈씨와는 함께 '라이어'라는 연극 작품을 했어요. 잘 아는 사이죠. 언론 노출이 안 될 때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돈독해졌죠. 

영화 개봉 이후 명훈 씨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어서 격려의 문자도 주고받았어요. 명훈 씨가 칸에서는 조금 섭섭했을 거예요. 그래도 그 친구가 의외로 영화제와 인연이 깊어요. 많이 경험했으니 서운할 것도 없다고 농담으로 그러기도 했죠. 마지막 날에 서로 같이 식사하면서 비밀 데이트도 했어요."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기생충'의 성취에 이정은은 동료 배우들을 칭찬했다.

"서로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힘들었던 상황이었는데도 서로가 격려하며 했죠."

# 앞으로의 이정은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정은은 기대작인 OCN의 새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 출연한다. 이번에도 '기생충'의 문광처럼 조금 강렬한 역이다. 기존까지 친근한 매력의 캐릭터를 해온 이정은은 "부담이 된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남 죽이는 역을 어떻게 제가 할까 관심이 ㅁ낳더라고요. 이야기에 누가 되지 않아야하는데 생각하죠"

이정은은 자신을 '귀여운 이미지'라고 말했다. 호러, 스릴러 같은 장르에 적합할지 고민한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기생충' 캐스팅 당시에도 제 얼굴이 귀염상이라 여기서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용기를 얻었죠. 문광의 안경, 상처 같은 분장과 소품의 힘도 있었어요. 분장 받으면서 엄청 좋아했죠."

긴 연기 경력의 이정은. 연기자가 아닌 자연인 이정은은 어떤 사람일까? 자신을 '산만한 사람'이라고 말한 이정은은 그만큼 취미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일상이 심심하고, 강아지 키우고 부모님 모시고 이런 걸로는 저에게 모자라요. 모험하면서 살고 싶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번지점프도 해보고, 젊은 사람들 하는거 해보그 거런거요. 제가 또 뭐에 잘 빠지거든요. 춤에 빠져서 춤도 배우고 그랬어요."

이정은은 남다른 '식물 마니아'기도 하다. 한 때 식물에 푹 빠진 적 있었기 때문. 그의 SNS에는 식물을 찍은 사진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한참은 식물에 빠져 식물원이란 식물원을 다 다녔어요. 밖을 다니다 보면 '기생충' 개봉 이후로 많이 알아보셔요. 저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먼저 다가와 주셔서 편하게 즐기고 있어요. 최근에는 '김군' 다큐멘터리를 보러 갔는데, 옆 자리 관객이 알아보고 놀라시더라고요. 안경 쓰고 다니니 문광이랑 똑같다고. 지금 있는 고민은, 새롭게 빠질 게 뭐 없냐에요. 요샌 그 고민을 하며 돌아다녀요."

[취재후기] '기생충'의 흥행 덕일까. 이정은의 인터뷰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취재진들이 몰리며 주연 배우 못지않은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정은은 유쾌한 입담으로 취재 현장에 웃음을 선사하며 그만의 매력을 뽐냈다. 2019년에는 이정은이 또다시 연기변신을 할 '타인은 지옥이다'가 전파를 탄다. 대세 배우가 된 '귀염상' 이정은의 올 하반기 활약은 어떨까. 오랜 연기 경력 끝에 빛을 보며 대세가 된 이정은의 앞으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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