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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과 블랙팬서, 그리고 비정상회담과 대한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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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과 블랙팬서, 그리고 비정상회담과 대한외국인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9.07.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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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자스민과 블랙팬서. 얼핏 달라 보이지만 둘의 공통분모는 명확하다.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 속 주인공 자스민은 술탄의 자리에 오른다. 여성의 몸으로 이슬람 문화권에서 정치, 행정, 군사상의 실권을 쥐었던 술탄이 된 건 두 번밖에 없었다. 이는 술탄의 여성형 명사인 '술티나'가 킹의 여성형 명사인 '퀸'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스튬 디자이너 루쓰 카터(Ruth E. Carter)는 영화 '블랙 팬서'로 의상상을 수상한 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무척 감사하다"며 "우리가 처음으로 아프리카 출신 수퍼 히어로를 만들었다"고 감격했다.

당시 그는 "의상을 통해 여성의 힘을 보여드린 것에 감사하다. 제 역할을 믿어주고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여성과 피부색에 초점을 맞춘 수상 소감을 쏟아냈다.

 

'대한외국인'에서 활약 중인 모델 한현민 [사진=한현민 인스타그램]
'대한외국인'에서 활약 중인 모델 한현민 [사진=한현민 인스타그램]

 

젠더와 인종을 허무는 건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내년 개봉을 앞둔 '007 시리즈'에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007 본드'가 발탁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14일(현지 시간) 다수의 영국 언론은 러샤나 린치가 선배 제임스 본드에게 007이라는 요원 번호를 물려받는 똑똑하고 진취적인 흑인 여성 요원 노미 역을 맡는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국내 방송가는 어떨까. 한민족이란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도 피부색이나 젠더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이겨내려는 방송가의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07년 백상예술대상 예능 부문 작품상을 받은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과 함께 그들의 경험, 문화체험 및 자국의 문화를 토론했던 이 프로그램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일부 주제에 대해 논란이 일긴했지만 타국 문화를 넌지시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후지타 사유리 등 적지 않은 여성 외국 방송인을 배출해냈다. 

비슷한 콘셉트로 히트를 친 작품은 더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JTBC에서 방영됐던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다. 국적이 다른 20-30대 젊은 남성 출연자들이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과 함께 우리나라 사회를 주제로 토론을 이어온 이 프로그램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한국어를 주제로 외국인과 대결을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 MBC 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이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혼혈 한국인 한현민이 출연해 더욱 시선을 끈다. 2017년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선정된 모델 한현민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를 닮은 외모로 외국인이란 오해를 받지만 나이지리아 국적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리얼 적응 스토리를 전하는 KBS 1TV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 외국인의 국내 여행 체험기를 그린 예능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서울 메이트' 또는 한국계 외국인 남성과 한국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 예능 '내 반쪽을 찾아서-반반한 로맨스' 등이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은 다른 피부색과 언어, 문화를 지닌 사람들과 친숙해져 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예능 영역에 그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가에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그리 많지 않다.

15년 경력의 방송 제작 관계자 A는 "샘 해밍턴, 후지타 사유리를 비롯해 최근 맹활약 중인 샘 오취리까지 적지 않은 외국인 스타들이 있지만 활동 영역은 무척 제한적이다"며 "재연 프로그램 배우나 리포터, 예능인으로서 활약하는 건 가능하지만 배우나 가수로서 독자적으로 나서 메인 스트림에서 꿈을 펼치기엔 아직 정서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은 언급했지만 이 관계자는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면서 "최근에는 외국인 아이돌 등이 적잖게 활동하는 등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니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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