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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정신과 프로야구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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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정신과 프로야구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7.26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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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

제일 먼저 들어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소방관의 덕목이요 사명이다.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 아이들이 제일 존경하는 직업 순위 부동의 1위인 이들을 우리는 ‘무한 신뢰’한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 헌신·희생하는데 급여·처우 수준은 낮으니 왠지 미안함마저 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2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올스타전. 이날 주인공이 소방관이었다고 해도 토를 다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6회 말 종료 후 나온 영상은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정신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관들. 

 

KBO는 지난 4월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 목숨을 걸고 불길 속을 향해 달려가 밤새 거대한 화마와 싸운 소방관의 체계적 대응을 조명했다. ‘재난 현장에서 모두가 탈출하는 길을 반대로 들어가는 소방관’이란 구절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어 소방관 5인이 내야 중앙에 자리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카메라 워킹과 맞물리면서 이들의 위대함은 더욱 부각됐다. 곽인권 소방위는 “대한민국 4만8000 소방관을 대표해 전 국민적 축제인 KBO 올스타전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저희가 앞장 서겠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올스타 전원은 이후 1이닝 동안 소방관을 향한 감사의 의미로 주황색 기념 모자를 착용했다.

캠페인 명 ‘B TOGETHER 119’의 현장이다.

KBO와 10구단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후반기 입장 관람객 한 명 당 119원을 적립한다. 순직·공상(공무 중 부상) 소방관 가족 장학금, 투병 소방관 치료 등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후반기 관람객(291만9583명)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3억~3억5000만 원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 기금은 시즌 종료 후 공법단체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로 전달된다.

프로야구는 한 해 800만 넘는 관중이 직접 관람하는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다.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월요일 빼고 상시로 열리는 종목이라 파급력이 상당하다. 소방관을 보듬은 이번 이벤트는 미국 프로스포츠나 유럽축구에서나 보던 ‘소름 유발’에 성공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 화두인 이 시대에 스포츠업계뿐 아니라 일반기업에서도 참고해야 할 마케팅 사례로 손색이 없다. 갖은 악재로 먹구름이 낀 KBO가 모처럼 칭찬받을 일을 했다.

 

▲ 올스타전을 찾은 팬을 향해 경례하는 소방관들.

 

요즘 프로야구를 향한 팬들의 실망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벌어진 일들은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심판 게이트, 성폭행·성추행·음란행위, 치어리더 비하 발언, 불법도박, 승부조작 연루, 음주운전, 폭력, 약물, 팬 서비스 소홀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잦은 오심, 오락가락한 판정 기준은 장탄식을 토하게 한다.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끝나는 경기는 실소를 자아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을 ‘보내버린’ 정운찬 KBO 총재는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 이 시점에 ‘자존(自尊)보다 생존(生存)이 먼저’라는 칼럼을 게재해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실로 양식 있는 야구인들은 인기 하락세가 심상찮다며 걱정한다. 창원 NC파크라는 메이저리그(MLB)급 신구장이 생겼는데도 관중이 감소했다는 건 비상사태란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올스타전 ‘B TOGETHER 119’는 그나마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다.

사실 소방관은 야구 경기를 보도하는 언론 매체에서 종종 소환돼 야구팬들에게 친숙하기도 하다. 미디어에서 경기 막판 위기 상황을 진압하는 마무리투수를 ‘소방수’, 반대로 리드를 지키지 못하거나 주자를 쌓은 불펜은 ‘방화범’이라고 비유할 정도다.

최근 그라운드 안팎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마구 불을 질러대는 것을 보노라면 KBO리그에 지금 가장 필요한 이는 바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의 소방관이 아닐까.

 

▲ 'B TOGETHER 119' 캠페인을 알리려 주황색 모자를 쓴 올스타들. 

 

프로야구는 26일부터 KIA(기아) 타이거즈-두산 베어스(서울 잠실구장),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LG(엘지) 트윈스-KT 위즈(수원 KT위즈파크), NC 다이노스-키움 히어로즈(서울 고척스카이돔), SK 와이번스-롯데 자이언츠(부산 사직구장) 등 5경기로 후반기 일정을 재개한다.

내 팀이 하도 못해 속을 끓여도 또 보게 되는 게 야구 아니던가.

‘미워도 다시 한 번’ 야구장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인기 ‘톱4(2019 갤럽 프로야구 선호도 조사 기준)’면서 공교롭게도 하위권(7~10위)에 오밀조밀 모인 삼성, KIA, 한화, 롯데 팬에게 특히 주문하고픈 말이다. 그대가 티켓을 사면 119원이 소방관에게 향한다는 사실, 뿌듯하지 않은가. 그리고 야구인들은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정신을 가슴에 새겨야할 때다. 그 마음이라면 현재 프로야구의 위기쯤이야 돌파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다 같이 한 마음으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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