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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틴'·'연플리' 알아? 웹드라마가 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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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틴'·'연플리' 알아? 웹드라마가 흥하는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7.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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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단발 반묶음, 짝짝이 양말, 조금은 도도한 말투, '도하나 병'을 아세요?

요즘 10대들 사이에서는 웹드라마가 대세다. 일명 '도하나 병'이라는 단어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은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었다. 도하나 병이란 웹드라마 '에이틴'의 주인공 도하나 스타일링과 행동, 말투를 따라하는 것을 병에 비유한 것이다.

'도하나 병' 유발자, 배우 신예은 [사진 = '에이틴 시즌1' 화면 캡처]
'도하나 병' 유발자, 배우 신예은 [사진 = '에이틴 시즌1' 화면 캡처]

 

10대를 중심으로 번진 웹드라마 인기는 이제 TV 드라마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웹드라마는 시청률이 따로 집계되지 않기에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인기 웹드라마 조회수는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억 단위에 이르며 인기 유튜버, 케이팝 스타의 조회수를 훌쩍 넘어선다.

'에이틴', '연애 플레이 리스트'를 제작한 웹드라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232만 명, 조회수는 무려 5.5억 회다. 플레이리스트의 대한민국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순위는 74위로 걸그룹 마마무, 소녀시대보다 구독자 수가 더 많다.

그렇다면 10대를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웹드라마, 그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 TV보다는 스마트폰, 유행에 민감한 10대의 선택

 

웹드라마 최초 2억 뷰를 달성한 '에이틴' [사진 = 웹드라마 '에이틴 시즌2' 포스터]
웹드라마 최초 2억 뷰를 달성한 '에이틴' [사진 = 웹드라마 '에이틴 시즌2' 포스터]

 

젊은 층은 이제 예전처럼 TV를 보지 않는다.

과거 TV 드라마의 '시청률 대박' 지표 잣대는 시청률 20%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지상파 TV 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기면 '대박'이라는 드라마 시장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시청률 20% 대를 넘을 수 있는 드라마는 중장년층이 주 시청층인 KBS 1TV의 일일드라마와 KBS 주말 가족극 뿐이다. 젊은 세대가 주 타깃인 16부작 미니시리즈의 경우 시청률 10%대가 고작, 일부 비인기 드라마는 5% 시청률도 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하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TV 프로그램'은 지난 6월 조사 결과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가 1위를 차지했다. 7월 조사 결과는 KBS 1TV의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중장년층이 주 시청층인 TV프로그램이다.

TV를 떠난 젊은 층은 유튜브, OTT 서비스로 흡수됐다. 웹드라마는 기존 TV 플랫폼이 아닌 유튜브를 이용해 드라마를 제공하며 스마트 기기로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현재 고등학교 재학 중인 L양은 "TV 드라마는 본방송까지 시간을 기다려야하고 '몰아보기'가 불가능하다. 또 가족들과 채널 다툼을 해야 한다"며 TV 드라마를 더는 보지 않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L양은 "웹드라마는 원하는 시간에 몰아보기가 가능하고 한편 당 20분이 넘지 않아 보기 편하다"며 TV드라마가 아닌 웹드라마를 선호하는 까닭을 밝혔다.

# 웹드라마, TV드라마와의 차별점? 저렴한 제작비, 그리고 공감

 

[사진 =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 포스터]
[사진 =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 포스터]

 

웹드라마 인기는 TV에서 스마트 기기로 영상 제공 매체가 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송사를 통해 제공되는 TV 드라마와 달리 웹드라마는 심의를 거치지 않는다. 제작비도 더 저렴하다. 그렇기에 더 자유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사용할 수 있다.

TV드라마의 경우 미니 시리즈는 편당 제작비 5억 원을 넘는다. 제작비가 늘어난 만큼 간접광고, 협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부 TV 드라마들이 드라마 전개 상 맥락에 맞지 않은 PPL을 남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웹드라마는 편당 제작 단가가 저렴하다. 웹드라마의 편당 제작비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 선이다. 제작비가 저렴한 만큼 화려한 연출과 다양한 배경을 선보이지는 못하지만 시청층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신선한 시나리오를 강점으로 앞세운다. 최근 TV드라마들이 판타지, SF 등 영화 못지않은 장르적 실험에 힘을 기울일 때 웹드라마는 일상과 로맨스 장르 위주의 편성에 공을 들였다. 

'다양성'도 웹드라마의 장점이다.

인기 웹드라마 '에이틴' 시리즈의 경우, 기존 TV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다뤘졌던 성인의 이야기가 아닌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10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에이틴'은 로맨스뿐만 아니라 10대들의 친구 문제, 진로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드라마에 녹여낸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KBS 청소년 드라마 '학교' 시리즈는 2017년 방송된 '학교 2017' 이후 제작되지 않고 있다. [사진 = KBS 2TV '학교 2017' 포스터]
KBS 청소년 드라마 '학교' 시리즈는 2017년 방송된 '학교 2017' 이후 제작되지 않고 있다. [사진 = KBS 2TV '학교 2017' 포스터]

 

'청소년 드라마'가 웹드라마로 옮겨왔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KBS에서 과거 제작했던 청소년 드라마들이 없어지면서 웹드라마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 KBS '학교' 시리즈는 KBS의 오랜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였지만 지난 2017년 방영된 '학교2017'이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하며 후속작 제작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학교 2017' 역시 실제 청소년들의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로 청소년 드라마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에이틴'에 이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인기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이하 '연플리')는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젊은 청년층의 현실적인 고민과 로맨스를 드라마에 담아냈다. 10대 시청 층이 많은 플레이리스트의 경우 '틴 플레이리스트'라는 카테고리를 생성하고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 중이다.

tvN D에서 제작한 웹드라마 '필수연애교양'의 경우 로맨스 이야기뿐만 아니라 데이트 폭력, 성소수자 문제 등 최근 젊은 층에 민감한 젠더 문제를 다뤘다. tvN D의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회사 내 젠더 이슈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시즌 2까지 제작되며 사랑 받았다.

이처럼 20·30대가 드라마의 주연인 TV드라마와 달리 웹드라마는 10대와 20대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으며 공감을 사는 한편 진보적 메시지를 드라마 내에 담으며 시청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 이제 '언더그라운드' 아니다, 대세도 웹드라마로!

 

'연플리'에 출연한 김새론 [사진 = '연애 플레이 리스트' 시즌4 화면 캡처]
'연플리'에 출연한 김새론 [사진 = '연애 플레이 리스트' 시즌4 화면 캡처]

 

웹 드라마는 오랜 시간 동안 '언더그라운드'로 평가됐다. 제작진도 기존 방송사의 제작진이 아닐 뿐더러 배우들 역시 톱스타보다는 신인 배우들이나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아이돌 위주의 기용이 이뤄졌다.

그러나 웹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며 인기 스타들도 웹드라마 도전에 주저치 않는 모습이다.

인기 웹드라마 '에이틴'의 경우 누적 조회수가 2억만 뷰를 넘어섰다. 도하나 역을 맡은 신예은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신인 배우였지만 '에이틴' 출연 이후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의 주연으로 캐스팅 되고 KBS의 인기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MC로 발탁되는 등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첫 공개된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에는 새로운 얼굴이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다. 바로 배우 김새론이다. 아역 배우로 연기 경력을 시작해 지금은 성인 연기자가 된 김새론은 서지민 역으로 '연플리'에 합류하며 눈길을 모았다.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약해온 김새론의 '연플리' 합류는 웹드라마가 이제 더는 '마이너'가 아닌 주류 콘텐츠가 됐다는 방증이다.

웹드라마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과거 출판 만화의 자리를 웹툰이 차지하게 됐듯 웹드라마가 TV드라마를 넘어 대세가 되는 날이 올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랑 받고 있는 웹드라마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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