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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존 코글린 성추행 폭로, 애슐리 와그너 "좋은 사람과 성범죄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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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존 코글린 성추행 폭로, 애슐리 와그너 "좋은 사람과 성범죄는 무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8.02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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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세상을 떠났다고 생전에 모든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스타 애슐리 와그너(28)가 지난 1월 생을 마감한 존 코글린(향년 33세)의 만행에 대해 용기를 내 입을 연 이유다.

와그너는 2일(한국시간) USA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2008년 여름, 17세 때 성추행을 당했다”며 “누군가는 나를 비판할 수 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 종목에 변화를 위해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나는 말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 애슐리 와그너가 2일 USA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11년 전 존 코글린의 성추행에 대해 폭로했다. [사진=스포츠Q DB]

 

애슐리 와그너로부터 '미투(나도 당했다는 뜻의 성폭력 고발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존 코글린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명예로운 죽음은 아니었다. 최소 3명 이상 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자격 정지를 받은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두려워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도 침묵하고 있던 애슐리 와그너도 용기를 냈다. 

와그너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2008년 여름 콜로라도 피겨스케이팅 캠프에 참여 했을 때 호기심에 파티에 참여한 그는 술까지 마시게 됐는데 이후 숙소로 돌아올 수 없어 파티가 열린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그러나 새벽 존 코글린이 자신의 침대로 기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애슐리 와그너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도 잠잘 곳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런데 목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잠들길 원하며 가만히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그의 손이 방황하더니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 내가 깨어나려고 한다고 느끼도록 움직였지만 그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존 코글린은 애슐리 와그너 외에도 3명 이상의 여성 스케이터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AP/연합뉴스]

 

이후 추행이 계속 이어졌지만 애슐리 와그너는 두려움에 밀쳐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존 코글린이 스스로 그만두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고 와그너는 눈물을 흘렸다. 다시 한 번 목에 키스를 할 때 와그너는 그를 떨쳐냈다. 멈추라고 말하자 코글린은 일어나 방을 떠났다. 이 모든 게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문제는 이게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애슐리 와그너는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느꼈다. 당시엔 미투 운동과 관련한 지식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젠 명확히 알 수 있다. 와그너는 “나는 존 코글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못 박았다.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주변 친구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지만 다른 어떤 의도라기보다는 그 기억을 떨쳐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군인 가족에서 자랐다는 애슐리 와그너는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훈련을 받았다”며 “또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파티에 간 것에 대해 화를 내실까봐 두려웠다”며 입을 닫은 이유에 대해 전했다.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기 싫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코글린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것. 그렇게 사랑받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나쁜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사람들이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었다.

 

▲ 2일 애슐리 와그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미투 운동에 가담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했다. [사진=스포츠Q DB]

 

애슐리 와그너는 “내 생각에 이건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착한 사람도 당신을 해할 수 있다”며 “누군가 착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옳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들이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좋은 점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상처를 야기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겨스케이팅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이 같은 사회적 환경에 있는 게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피겨에선 13세 소녀가 21세 남성과 한 대표팀에 소속돼 같은 비행편으로 이동하고 같은 호텔에 머물며 모든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미성년이었던 자신이 성인인 존 코글린에게 당한 것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여전히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글을 남긴 애슐리 와그너는 “이런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미투 운동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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