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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퍼스트' 최재훈, 고개 들어도 될 한화이글스 보배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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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퍼스트' 최재훈, 고개 들어도 될 한화이글스 보배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8.0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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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팬분들이 (그동안) 우리의 경기를 보고 실망하신 걸 잘 알고 있다.”

3안타를 치고 불펜 투수들을 잘 리드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지만 경기 후 한화 이글스 최재훈(30)에게서 기쁨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팀 부진에 대한 책임감을 잔뜩 안고 있는 그에겐 미소 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최재훈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8번타자로 나와 3타수 3안타 1사구 1득점하며 팀의 7-5 역전승을 도왔다.

 

▲ [잠실=스포츠Q 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최재훈이 7일 두산 베어스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표정이 어두운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 극심한 팀 부진 때문이다. 지난 시즌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던 한화지만 올해엔 투타 동반 부진 속에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승리에도 여전히 한화는 반 경기 차 10위다. 팀 주전 포수의 표정이 밝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최재훈은 이날 제 몫을 했다. 타석에선 7회까지 모두 선두타자로 나서 3안타를 쳐내며 밥상을 차렸다. 후속 타자들의 불발로 1득점에 그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8회엔 5-5 동점 1사 1,2루에서 이형범의 투구에 등 쪽을 맞고 만루를 채웠다. 이후 오선진의 사구 때 송광민의 역전 득점, 정은원의 희생플라이 때 김민하의 쐐기 득점도 최재훈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경기 후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괜찮다”고 답했지만 정작 그의 몸엔 얼음팩이 잔뜩 둘러져 있었다.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이날 3안타를 추가하며 타율 0.304(263타수 80안타)로 팀 내 수위타자로 올라선 그다. 3회초 그의 안타를 시작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고도 후속 타자들의 불발로 득점에 실패하자 3회말 수비에서 선발 채드 벨이 흔들렸다. 이전까지 두산전 20이닝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3실점은 아쉬운 결과였다.

 

▲ 최재훈(왼쪽)이 정우람과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훈은 “(채드 벨이) 초반에 공이 좋아 속구를 많이 던졌다”며 “3회 허경민에게 안타를 내준 초구가 아쉬웠다. 초구를 칠 것 같아 어렵게 가려고 했는데 공이 몰려 너무 쉽게 안타를 내준 게 실점의 발단이 됐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장점인 영리한 투수 리드는 이후 빛을 발했다. 채드 벨이 5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뒤 나머지 3⅔이닝 한화는 5명의 투수로 버텼다. 두산 타선의 집중력이 좋았지만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그 비결을 묻자 “매 해 점수를 안주자는 마음 뿐이었다”며 “불펜이 잘 던졌다. 그렇기에 야수들이 뒤집을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팀은 최하위에 있지만 모처럼 짜릿한 역전승으로 잠실구장을 찾은 한화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팬들을 생각하면 면목이 없는 최재훈이다. “지금 꼴등인데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며 “팬분들이 (그동안) 우리의 경기를 보고 실망하신 걸 잘 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는 없다. 그래야 팬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시지 않을까 싶다. 팬들이 웃을 수 있는 경기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팀이 10년 넘게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응원을 보냈던 보살과 같은 한화 팬들이다. 단지 결과가 나지 않는 것보다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자세를 보일 때 팬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더욱 커진다. 

한화 팬들이 최재훈을 아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보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보려는 악착같은 태도 속에 한화 안방마님의 진정한 가치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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