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두산베어스 김태형 감독 '현자타임',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2019 프로야구 순위] 
상태바
두산베어스 김태형 감독 '현자타임',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2019 프로야구 순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8.08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속담 중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최근엔 인기 연예인 박명수 어록 중 하나인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라는 말이 더욱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 말은 프로야구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김태형(52) 두산 베어스 감독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지금 시점에서 타격감이 올라오길 바라는 건 무리”라며 “이게 현실이라고 보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꾼 것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일까.

 

▲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오른쪽)은 7일 타선 부진에 대한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밝히고 변화를 감행했다. 그러나 타선과 달리 마운드 운용에 있어선 여전히 답답한 점이 노출됐다. [사진=연합뉴스]

 

투수력이라면 몰라도 타선의 힘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결코 뒤지지 않았던 게 두산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두산의 화력은 대단했다. 유일한 3할 이상 팀 타율(0.309)을 비롯해 팀 득점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 1위를 지켰다. 이는 정규리그 1위의 비결이기도 했다. 타자들의 부진을 보는 김태형 감독이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긍정론을 펼쳐들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5명의 타자가 타율 20위 안에 들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단 2명으로 줄었다. 두산의 타격 침체 현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팀 타율(0.271)도 4위까지 내려앉았다.

3할 초중반 타율을 보였던 김재환(타율 0.276 14홈런), 최주환(0.276 2홈런), 정수빈(0.241)의 부진이 도드라지지만 지난해 0.313에서 0.154로 반토막 난 오재원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원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벤치다. 문제는 ‘믿음의 야구’로 일관하면서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성적이 잘 나면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게 바로 ‘믿음의 야구’다.

 

▲ 김태형 감독(가운데)과 오재원. 심각한 타격 부진에도 전날 멀티히트 감을 믿고 선발 출전시키느 오재원은 적시타로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김 감독은 이제서라도 ‘현실자각 타임’을 가졌고 7일 한화전엔 타선에 변화를 줬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팬들이 있을 것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 대에 그친 최주환과 팔꿈치 통증이 있는 김재환을 빼고 전날 멀티히트를 친 오재원과 최근 타격감이 뜨거운 오재일을 기용했고 그 효과까지 봤다. 오재원은 6회 적시타를 날렸고 오재일은 3회 솔로포를 포함해 3안타로 김 감독에게 화답했다.

그러나 이번엔 타선이 아닌 마운드에서 문제가 터졌다. 5-2로 앞서가던 두산에 필요한 아웃카운트는 단 6개였지만 8회 마운드가 급격히 흔들렸고 이 과정에서 벤치의 아쉬운 결정이 몇 차례 나왔다.

7회를 깔끔히 막아낸 김승회는 8회에도 등판했지만 안타 2개로 주자를 1,3루에 세워놓고는 물러났다. 전날도 1이닝을 소화한 30대 후반의 투수를 굳이 8회에도 올려 보낼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어 등판한 투수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공을 넘겨받은 건 마무리 투수 이형범. 상황이 긴박하다고는 해도 8회 무사에서 클로저를 올리는 결정은 납득이 가기 힘들었다. 김태균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던 이형범은 이성열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 8회 무사 1,3루에서 등판한 마무리 투수 이형범(왼쪽)이 이성열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내준 뒤 외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이상 마무리 투수를 굳이 밀고 갈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불펜엔 박치국과 함덕주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이형범을 밀어붙였고 그는 송광민에게 안타, 장진혁과 최재훈에게 연속 사구를 내준 뒤에야 박치국과 바통 터치했다. 만루에 마운드에 오른 박치국은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선진의 몸을 맞혀 역전을 허용했고 정은원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내줘야 했다.

타자들에 대해 ‘믿음의 야구’를 거둬들일 것처럼 말한 김 감독이지만 투수 기용에 있어 어설픈 믿음이 경기를 망쳐버린 꼴이 됐다.

아직도 두산의 시즌은 39경기나 남았다. 1위 탈환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2위는 언제든지 빼앗아 올 수 있고 문제점을 잘 보완한다면 가을야구에서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두산 팬들은 문제에 직면한 김태형 감독의 변화 속도에 답답함을 표한다. 김태형 감독의 현실자각 시점이 늦은 것인지 아닌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마운드 운용에도 적용되는 것인지도 알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러한 경기가 반복된다면 완전체로 변모하고 있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가을야구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