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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 강원FC '병수볼' 핵심... 이런 선수 또 없습니다!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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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 강원FC '병수볼' 핵심... 이런 선수 또 없습니다!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12 0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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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영(29·강원FC)은 한동안 축구팬 사이에서 잊혀졌다. 27세 나이로 K리그(프로축구)에 처음 입성하자마자 큰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그랬던 그가 보란 듯이 재기해 강원의 ‘병수볼’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수비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는 축구도사의 향기까지 풍긴다.

11일 FC서울과 K리그1 25라운드 원정까지 한국영은 올 시즌 강원이 치른 리그 25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공을 점유하는 강원 축구의 키플레이어다. 이날도 중원을 든든히 지키며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 김의겸 기자] 한국영(사진)은 올 시즌 K리그1 25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4위 강원(승점 39)은 서울(승점 46) 원정에서 0-0으로 비겨 서울과 승점 차를 4로 좁힐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올 시즌 서울과 3경기 모두 호각세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가시권에 두고 있는 이유를 다시 증명했다.

강원 축구의 중심에 한국영이 있다. 선수층이 ‘빅3’만큼 두껍지 않은 강원에서도 올 시즌 리그 전 경기를 뛴 선수는 한국영이 유일하다. 

일본 쇼난 벨마레에서 데뷔한 한국영은 가시와 레이솔을 거쳐 카타르 리그 카타르SC, 알 가라파 SC 등에서 뛰었다. K리그는 2017년 7월 강원에 입단하며 처음으로 누비게 됐다. 하지만 그해 가을 큰 부상을 당해 2018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왼쪽 후방십자인대와 후외측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대를 이식받아 연결하는 대수술을 치러야만 했다. 2018년 그는 단 한 번도 피치에 서지 못한 채 재활에만 몰두했다. 지난 시즌 말미 서둘러 복귀할 수도 있었지만 김병수 감독은 더 완벽한 재기를 위해 2019시즌을 기약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그리하여 거의 1년 반 만의 개막전에서 선발을 꿰찬 한국영은 빌드업의 시발점은 물론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지금껏 K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축구팬들에겐 대표팀에서 보여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한국영이 익숙할 터. 투지 넘치는 태클과 많은 활동량으로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던 그 한국영 말이다.

▲ '병수볼'의 중심에 한국영이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올해 한국영은 수비만 잘하는 선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뛰어난 후방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리그 패스 전체 1위가 한국영이다.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점유율 1위, 경기당 패스 횟수 1위, 경기당 전진패스 횟수 1위를 달리고 있는 공격축구를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김병수 감독은 서울전에 앞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뛰는 선수다보니 (요새) 지쳐있다. 패스를 많이 하는 것은 결국 많이 안 뛰는 축구를 하기 위함이다. 자리에 맞는 역할을 코칭하고 있지만 (많이 뛰는 것은) 습관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며 한국영이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많은 희생을 하는 선수라 어떤 감독도 싫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플레이스타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만난 한국영은 “대표팀에서는 수비적인 역할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고, 현 소속팀에서는 감독님과 팀이 원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두려 하고 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재활로만 보냈던 지난해 한국영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많이 힘들었다. 올 시즌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재활했다. 그런 과정이 있어 올 시즌 뛸 수 있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의 일원으로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며 “언제부턴가 주변의 시선이나 비난, 칭찬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팀에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 받으면서 내면적으로 성장했다. 어떤 팀에서 어떤 감독님과 함께하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할 뿐”이라고 했다.

▲ 최근 한국영(가운데)가 보여주는 축구는 우리에게 대표팀에서 익숙했던 '파이터형'과는 느낌이 다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원은 아름다운 축구로 실리까지 챙기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5승 3무 2패를 거뒀다. 전북 현대, 서울을 만나도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 자연스레 ACL 진출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는 게 사실.

한국영은 “한 경기 한 경기 승점을 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CL 목표를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다들 속으로 매 경기 잘 치르다보면 그 위치에 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된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했다.

강원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뒤 3경기 동안 반등했지만 다시 3연패에 빠지며 불안감을 낳았다.

한국영은 “아직 반 정도밖에 팀 레벨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점유율은 물론 스코어에서도 다른 팀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팀 전반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이나 더 긴 시간 이후를 내다보면 훨씬 좋은 팀이 돼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전지훈련, 개막전 때도 경기력이 좋지 않아 불안감이 있었다. 속으로는 '강등권 싸움을 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그럴 때도 감독님께서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 ‘여름을 기점으로 성장하고 높은 곳에 있을 것’이라고 누누이 말씀하셨고, 현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니 긍정적이다”며 팀이 공유하는 철학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전훈 때부터 감독님이 축구 철학을 한 명 한 명에게 심어주셨다. 그 축구를 따라가고, 원하는 레벨에 올라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팀에선 수비적인 부분을 강조 받아 공 잡으면 바로 동료에 내주고 포지션 잡으려 노력했다. 지금은 재밌게 축구를 하고 있다. 재밌게 차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팀 적으로 결과도 나와 긍정적”이라는 그의 말에서 한국영과 강원FC의 상승세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한국영이 이제는 “축구를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K리그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원이다. 그 태풍의 눈에 서 있는 한국영은 부상을 딛고 한 차원 성장해 새로운 플레이스타일로 제2 축구인생에 눈을 뜨고 있다. 한국영을 중심으로 하는 강원의 ‘병수볼’ 그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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