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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입' FC서울, 최용수 감독에게 K리그 순위-우승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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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입' FC서울, 최용수 감독에게 K리그 순위-우승보다 중요한 것?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12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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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절대 신경 쓰지 않는다.”

여름 이적시장을 조용히 보낸 FC서울은 K리그1(프로축구 1부)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우승을 위한 K리그 순위 경쟁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은 11일 강원FC와 2019 하나원큐 K리그1 25라운드 홈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승점 1을 보탠 3위 서울(승점 46)은 선두 울산 현대(승점 55), 2위 전북 현대(승점 53)와 승점 차가 7~9로 커졌다. 

시즌 초 ‘빅3’를 구축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투던 서울이 여름 이적시장을 기점으로 조금씩 우승권과 멀어지고 있는 양상. 하지만 최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 아닌 "명예회복”이라고 늘 강조한다.

▲ 최용수(사진) FC서울 감독은 우승보다 명예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 감독은 강원전을 마치고 “공수에서 완벽한 경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팀 전체가 불안함을 공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무실점은 칭찬하고 싶지만 몇 차례 내줬던 위기 상황에 대해선 좀 더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이어 “많은 팬들 앞에서 득점하는 경기를 했으면 했던 만큼 0-0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오늘도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점점 좋아지는 부분을 발견한다. 오늘의 승점 1 획득은 좋은 팀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위기를 잘 해쳐나가야 한다. 선수들은 잘해주고 있다”며 무더위 속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향한 독려도 잊지 않았다.

전북, 울산과 벌어지는 격차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지 묻자 최 감독은 “절대 없다. 우승보다는 큰 틀에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팬들을 다시 상암으로 불러들여야 하고, 한 경기 한 경기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남은) 경기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매 경기가 중요하다. 승점에 대해선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과도기에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 감독이 올 시즌 내내, 아니 지난 시즌 말미 강등권에 떨어진 서울을 구하기 위해 등장했을 때부터 강조해온 말이다.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목표로 리빌딩을 진행했지만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서울은 정규리그를 11위로 마쳤다. 사상 처음으로 하위스플릿에 떨어지더니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용수 감독은 소방수로 서울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부산 아이파크에 힘겨운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 주장 고요한은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다양한 포지션에서 서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2019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대에 걸맞은 투자가 이뤄지진 않았다. 페시치와 알리바예프를 영입하고, 오스마르를 임대 복귀시켜 탄탄한 외인 전력을 갖추긴 했지만 국내 선수들에 있어선 영입보다 방출에 힘썼던 프리시즌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기존 자원을 최대로 활용해 결과를 내고 있다. 수비수였던 박동진을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해 히트를 치더니 고요한, 오스마르, 정현철, 조영욱 등 멀티플레이어 성격을 띤 자원들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내고 있다. 

올여름 이적시장도 조용히 보냈다.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채 후반기를 시작했다. 리그에서 9골을 넣은 팀 최다득점자 페시치와 조커로 활용되던 조영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 감독은 “박주영, 박동진이 선전하고 있지만 골잡이 퀄리티 차이가 곧 강팀의 기준점이 된다. 아무래도 공격 패턴이 단순해지다보니 페시치가 있을 때 보여준 다양성이 아쉽다”고 했다.

시즌이 중후반부를 향해 치닫자 선수단에 경고가 쌓이고 있다. 부상만큼이나 압박을 주는 요인이다. “경고를 안고 있는 선수가 7명이다. 당분간 예상 가능한 베스트11을 계속해서 내보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고민이 깊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런 와중에 팀에 활력을 전해주는 선수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최 감독이다. 이날은 교체 투입된 김한길이 번뜩였다. 비디오판독(VAR) 결과 무효가 됐지만 골키퍼를 제치고 골망까지 흔들었다. “본인이 개선해야할 점에 대해 늘 고민하는 성실한 타입이다. 공격을 봤던 선수라 수비 위치선정에서 약점도 있지만 이렇게 체력적으로 부담스런 경기에서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 고맙다”고 칭찬했다.

▲ 2경기 연속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정현철(사진), 공격수로 활약 중인 박동진 등은 최용수 감독 아래서 성장 중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현철 역시 본래 포지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센터백으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고요한은 직전 경기에선 오른쪽 윙백으로, 이날은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후반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했다.

최 감독은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정현철이) 본인의 위치가 아님에도 2경기 동안 고생했다. 상대의 역동적인 3자 움직임 등에 대한 대처가 미숙해 몇 차례 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런 모험을 통해 그 선수의 가치, 존재감을 앞으로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요한이는 여러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팀을 위해 앞장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자기 자리로 가야 하는게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축구지능이 높다.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고요한을 극찬했다.

최근에는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함께했던 신예 김주성도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나이에 비해 경기 운영이나 판단 능력이 좋다. 잠재력을 갖고 있어 미래를 보여주는 선수다.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부 경쟁도 필요하고,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실전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성장’과 선수들의 ‘가치 발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한 최 감독이다. 일각에선 최 감독의 뛰어난 안목 탓에 구단에서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전북, 울산보다 재정 지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이름값은 예전만 못하지만 옛 명성을 서서히 회복 중인 서울이다. 서울의 올 시즌 최우선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복귀해 등 돌린 팬들이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게 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 조금 부침을 겪고 있긴 하나 서울의 명가재건은 현재진행형이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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