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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건조기 결함 치명적, 가전은 LG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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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건조기 결함 치명적, 가전은 LG라더니
  • 석경민 기자
  • 승인 2019.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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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석경민 기자] ‘가전은 LG’란 말이 무색하다. LG그룹의 얼굴 격인 LG전자가 건조기 결함 이슈로 홍역을 앓고 있다. ‘고졸 샐러리맨 신화’로 유명한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명성에도 흠결이 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LG 건조기 ‘트롬 듀얼 인터버 히트펌프’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7일 마감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소비자 우롱하는 건조기 리콜 및 보상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글엔 3만4440명이 동의했다. 14일 현재 네이버 밴드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의 멤버 수는 3만1000명을 돌파했다. 
  
키즈맘, 수지맘(용인), 부경맘(부산·경남) 등 각종 맘카페에서도 LG 건조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구매자들은 앞 다투어 인증 영상을 첨부하고 “국민들 상대로 사기를 치면 어찌 되는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힘을 모아 환불받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LG전자 제공]

 

  
문제는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다. 많은 이들이 “콘덴서에 먼지가 쌓여 건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다 악취까지 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콘덴서 자동 세척된다고 비싼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결함이 분명하다”며 “LG전자는 신뢰하던 소비자를 외면하지 말고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는 지난 5일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방송 아침이 좋다’에서 LG 건조기의 실체를 폭로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제작진은 “한 회사의 건조기를 이용한 뒤 집단 피부병을 앓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며 “한국소비자원에 한달 간 접수된 불만이 2700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트롬 듀얼 인터버 히트펌프’를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소비자는 “건조기를 뜯어보니 (내부) 구리 동관에 응축수가 남아있는 상태에 먼지가 그대로 뭉쳐있었다”며 “녹이랑 물이 썩어서 문제가 없겠냐는 의심이 들었다. 건조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내가 아토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콘덴서에 일정 수준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던 LG전자는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밴드 운영진과 만나 이달 중순까지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뿐 아니라 응축수로 인한 악취 관련 문의를 포함한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점을 늦췄다”면서 자동세척 콘덴서 무상보증 서비스 기간을 10년으로 연장 조치했다. 

 

▲ 히트펌프 건조기 개념 설명 이미지. [사진=LG전자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할부로 겨우 구매했는데 LG전자가 뒤통수를 힘차게 쳤다”, “피해는 왜 돈 주고 산 우리가 보는가. 대기업의 횡포다”, “청소나 서비스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과대광고에 속았다. 결함을 인정하라” 등 날선 댓글을 통해 ‘반 LG전자’ 연대의 조직력,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건조기 사태가 조성진 부회장이 그간 공들여 쌓은 명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관측하는 일부 시선도있다.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 전신 금성사에 입사, 40년 동안 세탁기를 연구해 ‘가전은 LG’라는 속설을 일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2016년 12월 LG전자 단독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가전사업 전체를 맡아 세탁기 성공 비결을 다른 제품에도 이식했다. 외형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한 결과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1조1078억 원)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건조기 구매자들이 “LG전자에 우롱당했다”는 격한 표현을 쓸 만큼 역풍이 거세 조성진 부회장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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