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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진웅의 픽션, 손현주의 팩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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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진웅의 픽션, 손현주의 팩션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8.2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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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픽션 아닌 팩션, 상상력의 시작 돋보여
-손현주의 한명회, 새로운 한명회를 만들다
-조진웅이 이끄는 풍문조작단의 케미

DOWN
-코미디야 팩션 사극이야
-김주호 감독의 코미디, 호불호 갈린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계유정난(癸酉靖難).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한 사건이다. 이 무거운 역사를 코미디로 풀 수 있을까?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사극 장르의 코미디 영화다. 대다수의 사극 코미디 영화들은 코미디 장르의 특성 상 픽션이기 마련이지만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다른 방향을 택했다. 바로 상상력을 동원한 '팩션 코미디 사극'에 도전한 것이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감독인 김주호 감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하며 코미디 사극에 강점을 드러낸 바 있다. 계유정난이란 묵직한 역사적 사실에 어떻게 유쾌한 코미디 장르적 상상력이 더해질 수 있었을까?

# 픽션 아닌 팩션? 역사의 빈 공간을 이용하다

 

[사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사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실제 세조실록에 실린 수십 건의 '이적 현상'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이적 현상이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상식적 사건들로 꽃비가 내리거나 부처가 등장하는 등의 사건을 의미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대에 등장한 이적 현상들이 세조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여론 조작이란 상상력에서 시작된 영화다. 실제 인물인 세조(박희순 분)와 공신, 한명회(손현주 분)를 중심으로 한 조정과 가상의 인물, 덕호가 이끄는 풍문조작단이 영화의 두 축을 이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한명회는 정변으로 왕위를 차지한 세조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풍문조작단을 이용한다. 세조가 '하늘이 내린 왕'임을 백성들에게 설득해달라는 것. 천민 출신인 광대, 무녀로 이뤄진 풍문조작단은 가진 재주와 능력으로 각종 '이적 현상'을 만들어 세조의 평판을 높인다.

영화의 '코미디 파트'는 영화 초중반 풍문조작단이 벌이는 깜찍한 이적 현상들이 대부분 담당한다. 이들은 현대의 장치를 연상시키는 기발한 장치들로 꽃비를 내리게 하고 부처님의 형상을 등장시킨다. 광대 출신인 덕호의 달변과 꾀는 이들을 승승장구하게 만들며 왕인 세조의 총애를 받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내내 코미디로 흘러가지 않는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덕호와 풍문조작단은 거짓을 말하다 진실을 말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명회는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등장해 덕호와 풍문조작단을 옭아맨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 마냥 가볍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조는 왕위에 오르기 위해 많은 피를 보았고, 권신 한명회는 권력을 향한 야욕을 숨기지 않는다. 귀가 뾰족하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광대들: 풍문조작단' 속 한명회의 모습은 기괴한 이미지와 함께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 후반부에는 풍문조작단과 공신, 한명회의 대립이 두드러지며 다소 오컬트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역사적 사실,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마냥 가볍지 않다. 유쾌한 코미디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영화 중후반부의 무거운 분위기에 실망할 수 있다. 또한 사극의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영화 초반부의 다소 엉뚱한 코미디적 상상력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

# 손현주의 한명회,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발견

 

[사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사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한명회다. 칠삭둥이로 태어나 나중에는 왕보다 더한 권세를 누리는 조선 초기의 권신 한명회는 그 악명만큼 다양한 '설'이 많은 인물이다. 손현주는 한명회의 남다른 카리스마를 비주얼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깊은 내공의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한명회는 뾰족한 귀에 긴 수염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한국 사극 역대 최장 길이라는 '광대들' 속 한명회의 수염은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관객들에게 단번해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배우 손현주의 연기력도 빛을 발한다. 쉽지 않은 한명회라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표현해내며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영화의 무게를 잡았다.

손현주 뿐만이 아니다. 배우 조진웅을 비롯한 '풍문 조작단' 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조진웅은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살려 주인공 덕호 역을 표현해냈다. 감초 역할을 하는 고창석의 홍칠은 물론 이미 'SNL 코리아'에서 각종 코믹 연기로 사랑받았던 김슬기는 근덕 역을 맡으며 영화의 B급 웃음을 책임진다. 김슬기가 문수보살이 분한 동자를 연기하는 장면이나 부처의 얼굴로 분하는 장면은 'SNL 코리아'의 꽁트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 유치하거나 웃기거나

 

[사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사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코미디 장르의 고민은 관객을 웃길 수 있느냐다. 웃음을 과장되게 표현하다보면 관객들에게 웃음보다는 유치하다는 감상을 남길 수 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그런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2019년 많은 사랑을 받은 코미디 액션인 '극한 직업'은 만화적인 재미로 설득력을 높였고, 최근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엑시트'는 한국의 현실을 실제적으로 담아내며 호평 받았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코미디 장르로서의 매력은 상상력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는 계유정난과 사육신, 세조의 왕위 찬탈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해석하면서 코미디의 가벼움이 퇴색된다는 단점이 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공포 스릴러 영화인 '변신'과 같은 날에 개봉한다. 전혀 다른 색채의 영화 두 편 중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영화는 어떤 영화가 될까. 

'엑시트'가 흥행 대박을 거두며 한국 영화의 재기가 기대되는 이번 여름, '광대들: 풍문조작단'이 그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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