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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델루나', 익숙한 설정에도 뻔하지 않은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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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델루나', 익숙한 설정에도 뻔하지 않은 세 가지 이유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8.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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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불로불사의 존재, 특별한 눈을 가진 인간과 끔찍한 비주얼의 귀신들.

이미 너무 익숙한 설정을 가져왔다. 하지만 '호텔 델루나'는 익숙함과 뻔하지 않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토리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호텔 델루나'는 엘리트 호텔리어인 구찬성(여진구 분)이 운명적인 사건으로 사장 장만월(이지은 분)이 운영하는 호텔 델루나 지배인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판타지 호러 로맨스 드라마. '귀신이 머무는 호텔'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화려한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텔 델루나'는 첫 방송 이후 주인공이 과거의 업보로 늙지 않고 죽지 않으며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점,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임에도 귀신을 본다는 점 등에서 시청자들에게 지난 2016년 방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를 연상케 한다는 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호텔 델루나'는 극이 진행될수록 흔히 '클리셰(틀에 박힌 공식이나 장면, 설정)'로 불리는 성 역할을 정반대로 뒤집어 풀어내는 이야기로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사진 = tvN 제공]
[사진 = tvN 제공]

 

# 첫 번째, 여자판 '도깨비'? 남녀 역할 전환으로 새로운 관점

'호텔 델루나'가 '도깨비'의 성 반전 버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깊은 사연과 함께 영겁의 시간을 살아가는 불로불사의 존재,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만 괴팍한 '호텔 델루나'의 주인 장만월은 불로불사의 몸으로 귀신을 부리고 특별한 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도깨비'의 남자주인공 김신을 떠올리게 한다. 장만월이 삶을 끝내고 저승으로 가는 방법인 '월령수'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구찬성이라는 점은 '도깨비'의 몸을 관통한 검을 뽑을 수 있는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호텔 델루나'는 역할의 전환 뿐 아니라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기울어진 젠더 구조에도 통쾌한 반전을 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장만월은 흔히 드라마 여주인공에게 요구되는 전통적 이미지인 '나긋나긋함'과는 거리가 멀다. 낭비와 사치를 즐기고 아무에게나 제멋대로 반말을 뱉는다. 과거 적들을 칼 한 자루로 몰살시켰으며, 자신을 배신한 사람을 향한 복수심으로 천년을 넘게 늙지도, 죽지도 않고 살았다.

어릴 적 장만월의 눈에 들었던 구찬성은 그의 후원으로 미국 '하버드' 유학을 하고 돌아와 '호텔 델루나'의 지배인으로 고용됐다. 장만월 덕분에 귀신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된 후,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장만월 뒤치다꺼리에 허리가 휜다. 안타까운 귀신의 사연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언젠가 악귀가 되어 소멸할지도 모르는 장만월의 최후를 두려워하는 속내를 감춘 유약한 면모를 가진 캐릭터다.

이처럼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주로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불리는 설정인 '능력 있는 남성을 만나 팔자 펴는 여성 서사'를 뒤집어, '능력 있는 여성을 만나 팔자 펴는(꼬였을 수도 있다) 남성' 이야기를 담으며 새로운 관점의 로맨스 서사를 만들었다.

[사진 = tvN 제공]
[사진 = tvN 제공]

 

# 두 번째, 더 이상 '신데렐라' 스토리에 감동 받지 않는 대중의 니즈 ‘완벽 충족’

기존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재벌 남성'과 '가난하지만 밝은 여주인공' 커플처럼 주로 남성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우월한 쪽에 위치해왔다. 이러한 구도는 가난한 주인공이 왕자에 눈에 들어 신분 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 서사에 비유되며, 드라마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주군의 태양' 등이 대표적 '신데렐라' 스토리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들은 '신데렐라' 서사보다 이를 뒤집은 스토리에 열광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방영된 tvN '남자친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자친구'는 이혼한 호텔 대표 여성과 가난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란 '캔디'형 신입사원 남성의 연애를 다룬 작품으로, 전형적인 '클리셰'를 전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방영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또한 연상의 남성과 연하의 여성이라는 보편적 커플 구조를 깼다. 또한 '남자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는 '남자친구'와 비슷하게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과 평범한 남성이 조연 커플로 등장하기도 했다.

'호텔 델루나'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호텔 사장' 장만월과 장만월의 후원으로 성장한 미청년 구찬성이 로맨스 관계를 형성하며 '신데렐라' 클리셰를 보기 좋게 격파했다. 1300살의 나이 차이를 자랑하는 '연상연하' 커플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진 = tvN 제공]
[사진 = tvN 제공]

 

# 세 번째, '판타지' 장르만이 선사할 수 있는 '사이다' 결말

'호텔 델루나'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가득 찬 공간이지만 현실 고발에는 날카로웠다. 7화에서는 불법 촬영된 동영상이 유출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이 귀신으로 등장했다.

극 속에서 가해자들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고, 최초 가해자는 웹하드 업체 사장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이는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한을 품고 원귀가 되어 호텔 밖으로 탈출한 이 '13호실 귀신'은 동영상을 공유한 가해자들에게 잔인하게 복수했으나 인간들에게 해를 끼친 죄로 소멸당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으나, 드라마는 여기서 끝을 맺지 않았다.

가장 큰 죄를 지은 최초 촬영자가 절대신인 마고신에 의해 죗값을 치루는 결말을 보여주면서, '호텔 델루나'는 시청자들에게 현실에선 찾기 어려운 '권선징악, 인과응보' 결말로 통쾌함을 안겼다.

[사진 = tvN 제공]
[사진 = tvN 제공]

 

여기에 더해 배우들의 노력으로 빚어진 탄탄하고 섬세한 연기,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라인과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영상미가 '호텔 델루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20일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개한 8월 셋째 주 '콘텐츠 영향력 지수' 드라마 부문에서 5주 연속 1위, 뿐만 아니라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종합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르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16회까지 종영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호텔 델루나'의 최근 시청률이 10%대(닐슨 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달성한 가운데, 화려했던 시작처럼 완벽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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