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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한국 농구가 망했다? 대표팀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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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한국 농구가 망했다? 대표팀은 응답하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8.3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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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농구는 망했다.”

한국 최장신 선수로 활약하다가 최근 코트를 떠난 하승진(34·221㎝)은 이렇게 외쳤다.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로 꼽혔던 프로농구가 1990년대 화려했던 농구대잔치 시절의 영광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고 심지어 여자배구 인기에도 밀리는 씁쓸한 현실을 맞은 것에 대해 농구인의 하나로 자못 비통한 심정으로 꼬집은 말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이 오는 31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참가를 위해 29일 출국했다. 그러나 농구 월드컵이 열리는지도 대표팀이 출국했는지도 모르는 스포츠 팬들이 대다수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농구대표팀이 출국하면 오빠부대들이 공항에 진을 치고 응원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농구 인기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농구 대표팀이다. 그들의 속내와 각오를 들여다보자. 

 

▲ 한국 농구 대표팀은 31일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19 FIBA 농구 월드컵 '1승 사냥'에 나선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하승진 “문제는 재미없는 농구”, “팬이 즐거워야 한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하승진은 지난 6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팬들에게 새롭게 인사를 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200만 가까이 시청한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이었다. 

그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 농구가) 망해가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고 밝히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선수들 스스로도 재미 없다고 느낄 정도로 팬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것. 지나치게 타이트한 일정, 창의적인 플레이를 금기시하는 농구계 문화, 일관성 없는 리그 운영, 선수들의 안일한 팬서비스 정신 등을 이유로 ‘모질게’ 비판했다. 더불어 심판진의 잦은 오심, 감독들의 지나친 항의 등도 팬들이 흥미를 잃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과거 겨울 실내스포츠의 꽃으로 고공비행을 구가하던 농구는 이젠 팬들에게 조차 외면 받고 있다. 2014~2015시즌 이후 정규리그 관중 100만 시대가 끊겨 꾸준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2019시즌엔 전년 대비 1.2%가 증가했지만 76만여 관중으로 과거와 큰 차이를 보였다. 프로농구 평균 시청률은 0.2%를 넘기기 버거운 수준이 됐고 최근 3시즌 동안 프로농구 중계를 맡았던 MBC스포츠플러스는 늘어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올 시즌엔 중계를 포기했다.

선수들도 인정할 정도로 재밌는 농구를 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농구 팬이 점차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 심판들의 잦은 오심과 감독들의 과도한 항의 등은 농구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KBL 제공]

 

◆ ‘엇갈린 희비’ 프로야구-K리그로 보는 흥망 법칙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농구대표팀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못해 자못 비장한 결의를 다지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 또한 2000년대 초중반까지 암흑기를 보냈지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이 반등의 불씨가 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영광은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신생팀 창단과 새 구장 증축, 각종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구름 관중을 불러 모았다. 한국 야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도 큰 역할을 했다.

프로축구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최종전에서 세계 1위 독일을 꺾은 ‘카잔의 기적’으로 축구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타오르게 했다. 그해 8월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여성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발판이 됐다. 손흥민과 이승우, 황의조, 조현우 등 스타들은 경기력은 물론이고 톡톡 튀는 개성을 뽐냈다.

여기에 지난 6월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은 방점을 찍었다. 이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복귀하며 K리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국제대회 성적은 구단과 연맹의 노력에 더해지면서 인기 상승 기류를 타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 올시즌 K리그는 50% 이상 증가한 관중들로 인해 호황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의 성과가 리그 흥행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관건은 농구 월드컵, 성적보다 중요한 건 경쟁력 확인

프로야구와 K리그 모두 침체기를 맞았고 그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흥행의 전환점이 된 계기는 한 지점으로 모인다. 국제대회에서 거둔 값진 성과였다.

사실 농구는 축구, 야구에 비해 유독 신체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농구 월드컵에서 한국의 목표가 다소 소박해 보일 수 있는 1승인 것은 이 때문이다. 대부분 평균 신장이 한국에 비해 크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팀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 대표팀이 축구와 야구처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는 건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렇다고 좌절할 건 없다. 

대부분 팬들이 한국 농구 수준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5년 전 대회에서는 5전 전패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기도 하다. 월드컵에서 맞붙을 상대 또한 매우 강하다. 

한국은 FIBA 랭킹 32위인데, 같은 조에서 맞붙는 아르헨티나는 5위, 러시아는 10위로 객관적인 전력상 절대 우위다. 그리고 33위로 한국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자리한 나이지리아 또한 NBA 스타들을 보유한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강팀으로 꼽힌다. 31일 오후 9시 30분 아르헨티나와 1차전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 오후 9시 30분 러시아와 2차전, 4일 오후 5시 30분 나이지리아와 3차전을 치른다.

 

▲ 엄청난 스피드와 기술력을 지닌 김선형(왼쪽)과 높이를 자랑하는 김종규는 자신들의 장기를 살린 플레이를 통해 농구 팬들의 흥미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은 이들과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데 조 1,2위로 상위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순위 결정전 2경기를 더 치른다. 조별리그 3경기가 아니라 5경기로 범위를 넓히면 1승 목표는 보다 현실성이 커진다.

게다가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이번 월드컵은 2020년 도쿄올림픽 대륙별 예선을 겸해 치러지는데, 아시아 참가국 중 최고 순위 팀에 올림픽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30위)과 필리핀(31위), 이란(27위), 요르단(49위)과 경합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농구 팬들에게 ‘한국 농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각인시켜주는 것일 수 있다. 전패를 하더라도 NBA 스타들을 앞에 두고 3점슛을 꽂아 넣고 장신 숲 사이에서 과감한 돌파와 호쾌한 덩크를 꽂아 넣는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승패보다 경기 내용 면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면 팬심을 잡을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 24~26일 열린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친선대회에서 한국은 그 가능성을 찾았다. FIBA 랭킹 32위 한국은 6위 리투아니아, 24위 체코, 39위 앙골라를 상대했는데, 귀화 선수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는 3경기 평균 24.6점을 넣었고 김선형, 최준용(이상 서울 SK), 이승현(고양 오리온), 허훈(부산 KT) 등은 기죽지 않고 세계적인 스타들을 상대로도 펄펄 날았다.

 

▲ 4개국 친선대회에 나선 한국은 체코, 앙골라를 상대로 선전하며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일각에선 농구가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제1목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김선형은 “과거엔 상대가 우리와 붙을 때 3점 슛을 봉쇄하기 위해 스위치 디펜스를 하니 할 게 없었다. 우리팀에서 유일하게 개인기로 돌파를 하는 플레이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동료들에게 슛 찬스가 많이 생겼다”며 “그런 부분에 자신이 있고 그걸 통해 공격의 활로를 뚫어줄 수 있기를 팬들도 기대할 것이다. 그런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보다는 ‘한 번 붙어보지 뭐’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늘어난 것 같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며 “아무래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이 느낀 게 더 많았을 것이다. 그걸 공유하면서 3점슛과 조직적인 플레이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개인기량으로 뚫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이 또한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모션 오펜스 안에 들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형이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로 농구 팬들의 기대감을 키운다면 김종규의 강점은 호쾌한 덩크다. 김종규는 “당연히 찬스가 생기면 덩크를 할 것이다. 각자 장점을 갖고 대표팀에 뽑혔기에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억7900만 원의 연봉 계약을 맺으며 국내에서 가장 값비싼 선수가 된 김종규는 자신을 향한 기대에 대해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대표로 뽑힌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팀에서 원하는 농구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국제대회 때마다 화끈한 플레이로 뛰는 센터의 정석을 보여준 김종규지만 4개국 친선대회에선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월드컵이다.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확실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 김종규의 마지막 말에 농구 대표팀이 나아갈 길이 담겨 있다.

“이기면 좋겠지만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5년 전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아야 농구 팬들도 희망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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