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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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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미수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9.0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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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200자 TIP] 2012년 영화 '은교'로 상업 장편 영화 데뷔,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에게 붙는 수식어는 '파격'이다. '은교'부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까지 김고은은 심상치 않은 캐릭터들을 만나며 20대를 그야말로 치열하게 보냈다.

그런 김고은이 이번엔 멜로를 만났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과 '도깨비'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사랑 받았던 그지만, 본격적인 멜로 장르의 작품은 처음이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서 멜로가 흔한 장르가 아닌 만큼 김고은의 '멜로 도전'은 더욱 눈길을 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한층 힘을 빼는 연기를 했다는 김고은. 그가 스물아홉, 서른의 문턱에서 만난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 달성했다, 첫 멜로

 

배우 김고은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고은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디어 달성했어요. 첫 멜로."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김고은이 한 말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멜로를 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뤄진 셈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를 배경으로 현우와 미수, 두 남녀가 엇갈리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3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고은은 1991년생 배우로 1990년대의 정서에는 익숙하지 않았을 터. 

김고은은 "세대가 다르긴 하지만 나잇대가 주는 감성, 고민들이 지금 세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시대가 아닌, 캐릭터 미수에 집중해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극 중 미수는 10대부터 30대까지 세월을 살아간다. 김고은은 "미수가 세월이 흘러도 너무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김고은은 "저만 놓고 봤을 때만 해도, 10년 전과 지금의 제가 큰 차이가 있지 않다. 친구들은 저에게 '기운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며 성숙해진 것일 거다. 이런 변화들을 미수에게도 묻어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레트로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미수와 현우의 러브스토리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고은은 "천천히 시간을 흐르는 느낌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김고은은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휴대폰이 생겼다"며 "친구들을 만나려면 집 전화를 사용해야 했다. 그 때는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옛날 생각이 나면서 영화가 좋았다"며 '느림의 미학'이 있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설명했다.

# 정지우 감독의 캐스팅, 그 자리에서 바로 OK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의 인연은 '은교'부터 시작된다. 영화 '은교'에서 신인 김고은을 주연 은교 역에 발탁한 정지우 감독은, 또 다른 김고은의 매력을 '유열의 음악앨범'에 담아냈다.

캐스팅 에피소드도 남달랐다. 김고은은 "평소 감독님과 함께 작품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모니터링도 부탁하고 그런다. '시나리오 하나 읽어 봐줄래요' 하셔서 모니터링 개념인가 싶었다. 어떻게 읽었냐, 연출해보려고 한다라는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눴는데, 주인공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으시더라"며 정지우 감독과 함께 작업을 다시 하게 된 당시를 설명했다.

김고은을 설득한 정지우 감독의 말은 '(김고은의) 이 시기와 기운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다'였다. 김고은은 "감독님의 말에 '그러면 할게요'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OK 했다"며 정지우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정지우 감독의 안목은 탁월했다. 미수라는 캐릭터를 김고은이 맡으며 더욱 입체감이 살아났다. 김고은은 "(미수를 연기하는 게) 조심스러웠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정지우 감독은 배우 김고은에게 많은 것을 맡겼다. 김고은은 "감독님께서 미수는 이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방향이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 않았다. 저에게 많이 맡겨주셨다. 디렉션을 조금씩 주셨다. 그래서 제가 더 고민할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며 미수라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말했다.

# 20대를 되돌아보면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2012년, 스물 둘의 나이에 '은교'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던 김고은이다. 김고은은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김고은은 "20대 때는 많이 깨져도 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용기 있는 선택들이 이어졌다. 실수도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지금의 배우 김고은을 만들어줬다.

20대의 패기로 여러 작품에 도전해왔지만 위기가 없는 건 아니었다. 김고은은 "드라마 '도깨비'가 끝나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드라마 '도깨비'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사랑 받은 작품이다. 김고은은 "큰 성공 이후의 공허함, 이런 것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도깨비' 전에 어렴풋이 있었던 고민들이 '도깨비'가 끝나고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김고은은 "저는 제가 단순한 성격, 멘탈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해왔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니 힘든 마음이 다가오더라"라고 말했다. 김고은은 "이런 상태로 작품을 해도 괜찮을까? 민폐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작품을 안 하면 안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연 롤이 아닌 영화 '변산'을 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우 김고은의 '꿈'은 무엇일까. 김고은은 "다작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작품의 흥행도 중요하겠지만,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저의 목표다. 매 작품마다 큰 깨달음이 생긴다. 자기반성의 시간도 가지고 다음 작품에서는 더 나아가려고 한다. 저만이 느끼는 퇴보를 하지 않는 게 목표다"며 단단한 포부를 드러냈다.

# 스크린과 브라운관 밖 김고은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를 안 할 때, 김고은은 무엇을 할까? 김고은은 2019년 초 미국에서 홀로 생활을 했다. 짧은 어학연수에 가까웠다. 김고은은 "영어 공부를 하러 갔는데, 중국어가 늘어서 왔다"며 웃어보였다.

원하는 목표를 완벽하게 성취하지는 못했지만 '열일'해왔던 김고은에게 미국에서의 휴식은 새로운 동력을 선사했다. 김고은은 "집구하는 것부터 해서 미국에서 홀로 모든걸 해야했다. 말도 안 통하고, 아무도 없고….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처음 떨어져 예고에서 생활을 했는데, 그 때 생각이 나더라"며 그 때를 회상했다.

어려운 만큼 강해졌다. 김고은은 "힘드니까 다른 힘이 또 생기더라. 강해지는 느낌이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도 했다.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서 언제 셋이 함께 여행을 또 갈 수 있겠냐 이런 이야기도 했다. 홀로 있던 시간도, 친구들과 보낸 시간도 좋은 경험이었다"며 미국에서의 생활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고은은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어릴 때 무용을 하고, 데뷔 하고 나서도 3년 정도를 액션 스쿨에서 액션을 배우며 몸을 써서 그 이후에 몸이 많이 상했다. 2년, 3년 정도 운동을 안했는데,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목 디스크 등 병도 잇따랐다. 김고은은 "재활 운동부터 시작해 이제ㅔ는 조금 나아졌다. 헬스 PT를 하고 있다"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재후기] '은교'가 김고은을 세상에 알리는 영화였다면 '유열의 음악앨범'은 김고은의 성장을 증명하는 영화가 됐다. 20대를 도전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김고은이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멜로라는 장르로 또다시 배우로서 스스로를 증명한 김고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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