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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이 시대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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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이 시대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9.0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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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우리네 삶은 신산스럽고 복잡다기(複雜多岐)합니다. 청춘은 청춘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그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중간 허리를 단단히 받쳐야 하는 세대로서 우리의 삶과 일상 그 속의 이야기를 듣고 본 대로 풀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주]

# 노인과 바다

쿠바의 老 어부 산티아고에겐 아직도 만선의 꿈이 있었다.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노인은 바다를 향해 돛을 올렸다. 빈손으로 바다를 헤맨 지 85일째 되는 날 노인은 커다랗고 활력 넘치는 청새치 한 마리와 맞닥뜨렸다. 노인은 3일간의 사투 끝에 드디어 그 청새치를 포획했다. 기쁨도 잠시 포획물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란 놈이 문제다. 청새치 살점이 하나둘 뭉텅이로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노인은 칼을 들어 눈앞의 리스크를 제거했다. 목숨을 건 한판 승부였다. 하지만 노인에게 남겨진 것은 청새치의 뼈뿐이었다. 노인의 배가 항구에 당도하자 인근 상어들이 죄다 모여들어 청새치의 남은 살점을 꿀꺽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2년 9월에 발표한 걸작 ‘노인과 바다’ 얘기다.

영화 '노인과 바다(1958)'의 한 장면. [사진=해당 영화 화면 캡처]

#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우리나라가 2045년에 이르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국가가 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2017년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약 50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47%까지 치솟는단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른 결과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 해석이 가능한데, 그만큼 인생 종막을 안전하게 준비하려는 노인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 방법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꼴깞 떤다. 속고만 살았냐? 봐라. 옼케이, 계획대로 되고있서~.”

구수한 사투리가 귀를 자극한다. 바로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지난 2일 써브웨이의 CF에 등장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1947년 생인 박막례 할머니는 최근 자서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출간하면서 제2의 인생 종결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코리아 그랜마(Korea Grandma)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 채널은 구독자수 100만을 훌쩍 넘겼다. 심지어 그는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CEO, 선다 피차이 구글 CEO,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독대를 하는 등 밀레니얼 세대에 먹히는 인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동네 시장에는 박막례 할머니 말고 다른 할머니가 수두룩하다. 요새 시장통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에누리 주고받는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 봉천제일시장 어귀서 채소를 다듬어 파는 한 할머니 입에선 ‘100세 인생 꾸리기엔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 노인과 일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 취업자의 92.1%는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경험이 있는 미취업자는 32.5%, 생애 취업경험이 없는 고령층은 6.5%가 장래에 일하기를 원했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라는 응답이 60.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일하는 즐거움'(32.8%), '무료해서'(3.2%), '사회가 필요로 함'(2.0%), '건강유지'(1.7%)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자(75.5%)가 여자(55.2%)보다 장래에 일하기를 더 원했으며, 근로 희망 사유는 남녀 모두 '생활비에 보탬'이 가장 많았다.

# 노인과 DLF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는 빨라지니 노후 걱정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은퇴 뒤에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열망은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같다. 그러다보니 노인들도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우리·하나은행이 판매를 주도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가입 고객 중 70세 이상 투자자가 655명에 이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상품의 경우 4대 시중은행인 우리·하나은행 간판을 내걸었으니 오죽했겠는가.

이들은 전체 가입자(2893명)의 22%를 차지한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 투자자다. 이들이 보유한 잔액은 1761억원으로 전체 투자자 총 잔액의 28%에 해당한다.

노후를 위해 일인당 평균 2억7000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한데 최근 DLF가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해 발칵 뒤집어졌다. 우리·하나은행에 믿고 맡긴 평생 종잣돈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생겼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하나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의혹은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고령자 판매부터 계열사 연구소가 '금리하락'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팔았다는 것.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DLF 현금을 미끼삼아 판매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DLF에 가입한 70세 이상의 투자자와 老 어부 산티아고는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혀를 차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 빠진 노인의 삶은 이토록 엄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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