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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농구월드컵 결산] '투혼의 1승' 김상식호, 분명했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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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농구월드컵 결산] '투혼의 1승' 김상식호, 분명했던 아쉬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9.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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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농구 대표팀이 25년 만에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값진 1승을 수확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가운데 이뤄낸 쾌거다. 

5년 전 5전 전패로 고개를 떨궜던 대표팀은 이번 기회를 벼렀다. 한없이 추락하는 농구 인기를 되살릴 절호의 기회로도 여겼다.

역시나 세계의 높은 벽을 체감해야 했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맥없이 탈락했지만 중국을 상대로 석패한 뒤 가진 코트디부아르전에선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승리, 한국 농구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 한국 농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25년 만에 값진 1승을 수확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FIBA 랭킹 32위 한국의 이번 대회 목표는 1승이었다. 5위 아르헨티나, 10위 러시아를 상대로 1승을 기약하기 힘들었다. 33위 나이지리아 또한 개인기량이 출중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아르헨티나전 기량 차를 절감한 한국은 러시아전 매섭게 몰아치며 경기 중반까지 접전을 벌였다. 막판 무너지며 패했지만 조별리그 1승이라는 첫 수확에 대한 희망이 부풀었다.

그러나 조직적인 플레이를 앞세웠던 아르헨티나, 러시아와 달리 나이지리아는 큰 키와 현란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해 맞섰고 오히려 더욱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설상가상 대회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던 김종규(DB)와 고군분투하던 이대성(현대모비스)마저 부상으로 드러누웠다.

17~32위 순위결정전에서 만난 중국전은 매우 중요했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해열렸다.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 요르단, 호주, 이란 등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야 올림픽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을 업고 나선 중국이었지만 한국은 선전했다. 김종규와 이대성에 더해 주장 이정현(KCC)마저 2쿼터 상대 수비의 발을 밟아 발목을 다쳐 빠져나갔지만 경기 종료 10여 초 전까지도 승부를 예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막판 저지른 턴오버가 뼈아팠지만 ‘만리장성’을 상대로 홈에서 일을 낼 뻔했던 경기였다.

엔트리 12명에서 4명이 빠져나간 상태로 코트디부아르를 만났다. 정효근(상무)마저 족저근막염으로 코트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

 

▲ 라건아(왼쪽부터)와 이승현, 박찬희 등은 코트디부아르전 특히 분투하며 1승을 합작해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그러나 ‘일당백’ 라건아(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던 박찬희(전자랜드), 강상재(이상 전자랜드), 허훈(KT)의 대활약 속에 80-71 승리를 거뒀다.

25년만의 승리에 한국 선수단은 기뻐했다. 1994년 캐나다 대회 순위 결정전에서 이집트에 89-81로 승리한 뒤 1998년 그리스 대회,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서 치른 각 5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이었다.

그러나 1승 달성에만 만족하기엔 아쉬움이 너무도 컸던 대회였다. 농구라는 종목 특성상 신체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기도 했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 때마다 불거지는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열악한 지원 문제는 이번에도 여전했다. 5년 이라는 세월 동안 라건아의 귀화를 제외하고는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선수단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더 이상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나아진 게 없었다.

일본, 중국이 수많은 평가전을 치른 것과 달리 한국은 대회에 임박해서 치른 단 3경기로 만족해야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단 3차례 평가전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상대들에 대비해야 했다. 중국과 일본이 수차례 모의고사를 치른 것과는 대비를 이뤘다.

 

▲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대표팀이 밝은 미소로 화이팅을 외치며 해산했다. [사진=연합뉴스]

 

떠불어 너무 일찍 엔트리를 결정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대부분 국가들이 많은 친선경기를 치르며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추려 대회가 임박한 시점 최종 명단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한 달 가까이 빠른 지난 7월 24일 대표팀 12인을 확정했다.

조기 엔트리 확정으로 선수들간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었지만 대회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들이 나타났고, 결국 본 대회에선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대회 전 치른 평가전을 포함해 16일간 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했다. 최준용(SK), 이승현(오리온) 등은 부상을 안고 투혼을 발휘해 코트를 누볐다.

‘슛터난’에도 시달려야 했던 한국이다. 이번 대회 12명 중 5명의 가드를 선발하며 슛터를 선발할 기회를 날린 김상식 감독이었다. 허훈, 박찬희는 이대성과 이정현이 쓰러진 대회 마지막 맹활약하며 1승을 이끌기도 했지만 이전까진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거의 매 경기 낮은 야투성공률, 특히 3점난에 시달렸다. 임동섭, 전준범 등 고감도 외곽슛을 장착한 슛터를 제외한 영향이 컸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하나 같이 스위치 디펜스를 사용했고 외곽에서 쉽사리 기회를 잡지 못했다. 터프슛 시도가 많았고 림을 통과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한국에 두고 온 슛터들의 존재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1승 수확은 매우 값진 결과임이 분명하다. 각종 악재 속에도 1승 수확을 거뒀고,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대회였다.

그러나 더 수준 높은 농구를 펼치고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도 명확히 알 수 있었던 대회였다. 투혼으로 일군 1승에 많은 농구 팬들이 감동을 받아 다음달 개막할 KBL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길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선수들에게 투혼을 강요하는 듯한 준비 소홀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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