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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감독 선임 리스크? 자충수 둔 축협, 더 깊어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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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감독 선임 리스크? 자충수 둔 축협, 더 깊어진 고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9.10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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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인철(47) 감독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KFA) 역시 최 감독 특유의 강성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최 감독 스스로도 감독 선임 인터뷰 때 과거 선수를 폭행한 사실을 알리며 반성하고 있다고 일러오기도 했다.

결국 협회가 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된 것은 도덕성보다는 역량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을 안고 진행한 결정이었지만 결국 자충수가 됐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인철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자진사퇴 건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협회가 가졌던 고민과 향후 계획, 이 사건으로 갖게 된 고민을 서슴없이 토로했다.

▲ 김판곤 위원장은 10일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인철 감독 선임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판곤 위원장은 먼저 “축구팬 여러분들과 협회에 실망을 안겨드린 점 위원장으로서 사과드린다. 감독 선임 전권을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새 사령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남긴 아쉬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인터뷰 대상자 7명과 모두 만났지만 완벽한 감독은 없었다. 처음에 방향을 정할 때 지도자들과 다 만나보고 그 분들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게 무엇인가를 많이 들었다”며 “국내 지도자 중 한국 여자축구를 가장 잘 아는 역량이 뛰어난 감독이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봉사하시는 분들께도 희망을 줄 수 있겠다 싶어 국내 감독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하지만 설정 기준이 높아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후보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끌고 WK리그(여자 실업축구) 인천 현대제철에서 지난 시즌까지 6연패를 달성한 최 감독은 국내 지도자 중 가장 좋은 역량을 가진 지도자라는 평가가 따랐다.

김 위원장은 “U-20 월드컵 이후 경력이나 여러 가지 역량 면에서 월등했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최 감독이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그는) 영상과 함께 현재 대표팀을 평가했고, 앞으로 만들려고 하는 미래의 목표가 분명했다. 또 세계축구 트렌드도 가장 잘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협회도 강성 이미지가 약점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주변의 평판을 조사했다. 인터뷰 대상자들 중 어떤 분들은 나한테 누군가를 추천하라고 물으면 최 감독을 추천한 분도 계신가 하면 다른 한 분은 강성 이미지 때문에 현대제철을 제외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는 게 불편할 수 있을 거란 조언도 해줬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최 감독 선임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강행했던 이유는 최 감독을 경험한 선수들의 피드백과 최 감독 스스로 보인 반성이었다.

“현대제철 선수 4명 정도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최 감독이 인터뷰 대상자라는 것을 숨기고 월드컵 관련 부분에 대한 질문을 진행하며 간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열심히 공부하는 감독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며 “또 최 감독이 말하는 것을 의심 없이 들었다. 최 감독이 ‘예전에는 어렸고 미숙했다. 한 선수의 머리를 발로 친 적이 있었다. 선수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했다. 피해 선수가 이적이나 자유계약(FA)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줬고, 휴가 때 안부도 주고 받고 잘 지냈다. 그런 계기를 통해 많이 성숙해졌고 성장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결국 폭언, 폭행 등 불미스런 일이 생길 경우 바로 계약 해지 가능한 장치를 두고 계약하기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협회가 최 감독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협회는 최인철 감독 이후 2옵션으로 평가했던 이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레이날드 페드로스(48) 전 올림피크 리옹 여자팀 감독과 접촉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선임 과정에서 4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 중 2명과 면담을 진행했는데 페드로스 감독은 그 중 한 명이었다. 당시에 직접 만나 이야기했었지만 현재 접촉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 최인철 감독이 선수 폭언 및 폭행 건에 대해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진=스포츠Q DB]

협회의 고민이 깊어졌다.

김 위원장은 “풀을 확 넓혀 다시 처음부터 선임하는 것도 고민해보겠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고려 중”이라며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이 근 10년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를 지도자들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누구라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모두가 반성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속도에 맞출 수 있도록 계몽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두렵다. 어떤 국내 지도자들을 뽑을 수 있을지 염려된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지금부터 바뀌고 더 성숙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진심 어린 우려와 고충이 묻어난다.

학원 축구를 비롯해 폭언 및 폭행은 한국 축구계 전반에 만연한 악습이다. 김 위원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해 온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이 되면 희망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케이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자축구 지도자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가 최 감독을 선임하면서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원이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한 한국 여자축구 전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지만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위로와 희망이 될 줄 알았던 선택이 결국 협회의 자충수가 된 셈.

체질 개선만이 답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협회에 있어 이번 최인철 감독 자진사퇴 건은 단순히 새롭게 다른 여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문제를 넘어 한국축구 전반에 만연한 악습과 열악한 여자축구 기반에 대한 고민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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