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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서울국제여성영화제①]한국여성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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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서울국제여성영화제①]한국여성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마!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9.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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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국내 3대 영화제라 하면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 세 영화제는 큰 규모를 자랑하고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다. 그러나 영화 팬들에게는 세 영화제 말고도 꼭 챙겨야 할 작은 영화제들이 있다. 서울독립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다. 

그 중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는 올해로 스물한 돌을 맞은, 역사 깊은 영화제다. 국내 여성 영화인들의 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 영화, 그리고 여성영화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기존의 신촌 메가박스가 아닌 상암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에서 진행됐다. 

신촌을 떠나 상암에 새롭게 둥지를 튼 2019 서울국제영화제는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 '신촌' 떠나 '상암'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상암 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진 = 스포츠Q]
상암 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진 = 스포츠Q]

 

오랜 기간 여성영화제를 사랑했던 영화 팬들이라면 이번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개최가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여성영화제는 신촌 메가박스에서 진행됐다. 신촌 메가박스는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 '밈'(Meme: 인터넷 유행)이 된 곳이다. 최근에는 '신촌 메가박스 괴담'도 있다. 영화관이 오래되고 으스스한 외관을 가진 탓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상영관에서 귀신을 봤다는 여러 '괴담'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신촌 메가박스는 현재 건물의 유치권 행사로 인한 분쟁으로 메가박스를 제외한 모든 상업시설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신촌 중심가가 아닌 외진 곳에 있어 허름한 인상도 준다.

새로운 곳으로 둥지를 옮긴 덕일까? 여성영화제는 더욱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여성영화가 더는 비주류가 아닌 주류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듯하다.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배치된 포스터다. '벽을 깨는 얼굴들'이라는 부재로 다양한 여성들의 얼굴을 포스터에 담아냈다. 최근 여성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여성영화제의 새로운 변화 역시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영화제 장소만 바뀐 것이 아니다. 시기도 바뀌었다. 6월이 아닌 8월에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 6월에는 수많은 영화제가 몰려있었던 만큼 부천 영화제와 부산 영화제 사이인 8월에 영화 팬들을 찾아온 여성영화제의 시기 선정 센스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 아녜스 바르다, 바바라 해머… 두 거장을 추모하며

영화제 기간 동안 설치되어있던 아녜스 바르다 등신대 [사진 = 스포츠Q]
영화제 기간 동안 설치되어있던 아녜스 바르다 등신대 [사진 = 스포츠Q]

 

올해는 두 거장이 세상을 떠났다. 아녜스 바르다, 바바라 해머다. 두 사람은 여성의 삶을 스스로의 작품에 녹여내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던 영화계의 거장이다.

두 감독의 추모전 역시 여성영화제에서 즐길 수 있다. '바르다 by 해머'라는 프로그램명으로 진행된 이번 추모전은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의 작품 중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아녜스 바르다의 대표작 '방랑자'를 비롯해 낙태죄 폐지를 소재로 다룬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가 상영됐다. 아녜스 바르다의 유작인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도 만나볼 수 있다. 

아녜스 바르다는 장 뤽 고다르와 함께 유일한 누벨바그 시대의 생존자로 손꼽혀왔다. 지난 2006년 아녜스 바르다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직접 찾기도 했다. 2018년에는 개막식에 영상을 보내 축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올해는 아녜스 바르다의 등신대가 상암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에 설치 돼 많은 영화 팬들이 사진을 찍으며 아녜스 바르다를 추모했다.

바바라 해머 역시 올해 떠난 거장 여성영화인이다. 여성으로서의 자신, 여성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을 고찰한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비롯해 극영화를 제작해왔다. 이번 여성영화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질산염 키스'를 비롯해 최근 작품인 '비숍의 집', '증거하는 몸'이 국내에 최초로 공개됐다.

# 지금 가장 궁금한 영화 '벌새', 여성영화제에 오다

 

'벌새' 관객과의 대화 [사진 = 스포츠Q]
'벌새' 관객과의 대화 [사진 = 스포츠Q]

 

최근 영화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벌새'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벌새'는 지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세계 25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벌새' 김보라 감독은 여성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영화인이다. 여성영화제의 여성영화인 지원 프로젝트 '피치&캐치'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여성영화제에서는 피치&캐치 프로젝트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영화 '벌새'를 상영했다.

'벌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바로 2001년 제작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의 모디레이터(진행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벌새', '고양이'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해당 관객과의 대화는 전석이 매진되는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피치&캐치 10주년 특별전'에서는 이수연 감독의 '해빙',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 이종훈 감독의 '고양이 장례식', 정희재 감독의 '히치하이크' 등이 상영되며 10년 동안 여성 영화, 그리고 여성 영화인들을 지원해온 여성영화제의 성과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여성영화제는 세계적인 규모를 지향하지만 국내 3대 영화제보다는 작은 규모로 매년 어렵게 영화제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녹록치 않은 환경 속에서도 영화 팬들을 위한 영화제 측의 배려도 느껴졌다. 인포메이션 코너에서는 티켓 나눔 게시판을 만들어 관객 간 소통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여성이 CINE' 섹션은 청년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상제작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상영하며 여성영화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보여줬다.

영화제는 단순히 영화인과 영화팬들의 축제를 넘어서 앞으로 한국 영화의 발전을 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양한 포럼과 섹션이 진행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벌새'와 '우리 집', '밤의 문이 열린다'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웰메이드 여성 영화로 최근 충무로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 영화인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9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한국 여성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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