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당구 시대 여성부 첫 20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강지은(27). 그러나 그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강지은은 13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프로당구협회) 투어 4차전인 TS샴푸 PBA-LPBA 여자부 결승에서 박수향(40)을 세트스코어 3-2(0-11 9-11 11-9 11-4 9-6)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3차 투어 8강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던 강지은은 20대 선수로서 쾌거를 이뤘지만 그를 향한 악플세례. 속상함과 책임감을 함께 느낀 강지은은 대중의 시선을 돌려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큐를 잡은 건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 우연히 함께 당구장에 놀러가기 시작하면서. 당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동호인으로 활동을 시작해 2017년 2월 당구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식 경력은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놀라운 우승이다. 1차전 우승자인 김갑선(42), 2,3차전 연속 챔피언 임정숙(33)에 비해 매우 적은 구력이었기에 스스로도 세트제까지만 진출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64강, 32강에서 모두 1위로 기세를 높였지만 16강에선 김가영, 서한솔과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특히 김가영에는 막판까지 36-60으로 뒤져 탈락이 유력해보였지만 마지막 이닝 7연속 득점하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8강 이미래, 4강 김율리를 상대로도 매번 힘겨운 경쟁을 벌였지만 뒷심이 남달랐다.
결승전 초반엔 암담했다. 1세트 6이닝 연속 침묵하며 0-11로 졌고 2세트에도 12이닝 연속 공타로 보는 이들까지도 답답함을 자아내게 했다. 대중의 비판이 쏟아진 결정적 이유다.
그러나 14이닝 7연속 득점하며 기세를 올리더니 세트를 내주고도 이후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3세트부터 강지은은 달라졌다. 연속 득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3,4세트를 연속으로 챙겼다.
5세트에도 공타가 많았지만 11이닝 4연속 득점으로 매치포인트를 기록하더니 결국 4차전의 승자가 됐다.
강지은은 경기종료 후 PBA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트제 까지만 진출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결승전을 치르게 되면서 갑자기 욕심이 생긴 것 같다”며 “18이닝 공타를 기록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쳤더니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기분이었고 그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 소감을 전했다.
2차 투어에서 서한솔(22)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대 챔피언은 최초. 강지은은 “20대 최초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할 생각”이라며 “특히 조금 더 나은 에버리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연습량을 늘려 더 멋진 LPBA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14일 PBA 투어 결승전을 앞두고 만난 강지은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그는 “우승을 하고 뒷풀이에서 신나게 즐기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해 일찍 집에 왔다. 이후 기사를 찾아봤는데, 악플이 너무 많았다. 밥맛이 뚝 떨어지더라”며 “중계방송 경기에선 유독 긴장을 하는데, 이번 대회 중에서도 가장 잘해야 할 결승전에서 부진해 아쉬웠다. 다만 선수들의 긴장, 결승이라는 큰 무대의 부담감에 대해서는 너무 몰라주시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나 이내 “당구인들 외에도 축하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며 “고향에서 부모님도 연락이 와 정말 기뻐하셨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 가짐은 더욱 남다르다. “너무 못쳤기 때문에 안 그래도 스스로 반성을 하고 있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 전에도 기본기를 더 집중해서 보완하고 나왔다. 어렸을 적부터 친 게 아니다보니 시합에 들어가면 많이 흔들리더라. 다음 대회(11월 중)까지는 시간이 많으니 그 부분에 더 중점을 둬 확실히 발전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우승자 강지은은 1500만원의 상금을 획득 했다. 더불어 랭킹포인트도 1만5000점을 추가하며 1만6850점으로 임정숙(3만500점)에 이어 김갑선(1만6800점)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준우승자 박수향은 상금 480만 원과 랭킹포인트 4800점(누적 5800점), 공동 3위 김율리와 고바야시 료코는 각각 150만 원과 1500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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