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복수하겠다는 마음 밖에는 없었다.”
리턴매치의 승자는 강민구(36)였다. 2번째 대결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36·그리스)를 잡아낸 강민구는 두 팔을 번쩍 들고 포효했다. 얼굴엔 퍼지는 미소를 감추기 힘들었다.
강민구는 14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프로당구협회) 투어 4차전인 TS샴푸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준결승에서 필리포스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15-7 6-15 15-7 4-15 11-8)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둘의 대결은 처음이 아니다. 1차 투어 결승전에서 만났는데 7세트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강민구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초대 타이틀을 놓쳤던 기억이 있다.
그토록 갈망하던 상대를 결승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에서 재회했다. 시작부터 좋았다. 초구를 뱅크샷으로 시작한 강민구는 연이어 원뱅크샷 등과 행운까지 겹치며 초반부터 하이런 8득점으로 기세를 올리더니 매 이닝 득점하며 15-7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필리포스 또한 공타가 없었지만 에버리지에서 3.000-1.750으로 필리포스를 압도한 강민구다.
2세트에선 필리포스가 1세트 때 강민구가 시도한 것과 같은 초구 3뱅크샷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앞서갔지만 강민구가 7-6까지 추격하며 승부가 흥미진진해졌지만 필리포스가 6이닝 8연속 득점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도 7-7 동점 상황에서 연속 뱅크샷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8득점하며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필리포스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4세트 1이닝에 아쉽게 초구 뱅크샷을 놓친 필리포스는 2이닝 13득점 하이런을 기록하며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끌고 갔다.
5세트 강민구는 뱅크샷을 통해 4연속 득점으로 앞서갔지만 필리포스가 6연속 득점하며 9-8로 바짝 쫓았다. 하지만 강민구는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원뱅크샷을 침착히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누나와 친여동생, 조카들까지 일가족이 모인 가운데 경기를 마무리하는 샷을 성공시킨 강민구는 큐를 힘껏 흔든 강민구는 포효했다. 필리포스는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민구는 “복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진을 보니 (강호들을) 다 만날 것 같더라. 꼭 다시 붙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열심히 쳐서 맞붙게 됐는데 복수해서 더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국적은 다르지만 필리포스를 향한 마음은 각별하다. 강민구는 “따로 길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만나면 서로 반갑게 맞아준다”며 “공을 워낙 잘 치는 선수다. 오늘도 지면 계속 질 것 같아 더 집중했다”고 승리의 비결을 밝혔다.
이제 상대는 3쿠션 세계 4대 천왕 중 하나인 프레드릭 쿠드롱(51). 강자에게 강했던 강민구이기에 더욱 기대감이 커진다. 강민구는 대부분 세트제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적 약자들에게 고전했다. 그러날 반대로 강자에겐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강민구는 “강한 사람을 만나면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강민구는 “한 번도 쿠드롱과 쳐본 적이 없다. 쿠드롱도 ‘얘 뭐지?’하면서 칠 것 같다. 챔피언은 아니어도 최초 결승 2회 진출자로서 이제는 더 즐기려고 한다”며 “후회 없는 경기하려고 한다. 아직은 낯설다. 전국대회 이상에서 우승 타이틀이 없지만 욕심 부리기보단 내 공만 열심히 친다는 생각으로 내 스타일대로 하면 이기든 지든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민구는 14일 오후 10시부터 쿠드롱과 우승상금 1억 원(준우승 3400만 원)이 걸린 TS샴푸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 나선다. SBS스포츠와 네이버스포츠, 유튜브, PBA투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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