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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최종환의 서울 이랜드 '축구 2막', 도전과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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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최종환의 서울 이랜드 '축구 2막', 도전과 열망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19.09.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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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전 극장 동점골 주인공 최종환 “지금 목표는 도전,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 전해주고파.”

[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최종환(32)은 한동안 좌절감에 빠져 축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축구 인생은 서울 이랜드FC(이하 서울 이랜드)에서 부활했다. 

서울 이랜드는 지난 1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28라운드에서 전남과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1점씩을 추가한 두 팀은 순위 변동 없이 서울 이랜드(승점 22점)가 9위, 전남(승점 32점)이 8위를 유지했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린 서울 이랜드 최종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린 서울 이랜드 최종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 이랜드는 전반 5분 두아르테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2분과 14분 브루노와 정재희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다. 그 순간 팀을 구한 선수는 최종환이었다. 이날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한 그는 전반전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묶는 동시에 활발한 공격 지원으로 상대를 두드렸다. 그리고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극장 무승부를 만들었다.

경기 후 최종환은 스포츠Q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이 전반 초반에는 잘 이뤄졌는데 후반에는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선수들이 따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노력했던 것이 잘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최종환을 기억하는 축구팬이라면 인천 시절을 쉽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 2007년 울산미포조선에서 데뷔한 그는 FC서울을 거쳐 2012년에 인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2014년 병역을 위해 상주를 다녀온 시간을 제외하곤 줄곧 인천에서 뛰며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2017년에는 인천의 ‘믿을 맨’으로 주장직을 맡았고, 작년에는 잔부상으로 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지지는 변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인천과 재계약이 불발됐고, 팀을 떠나게 됐다. 본인은 인천에 남고 싶었으나 여러 문제가 충돌했고, 서둘러 팀을 떠나게 되면서 많은 사랑을 보내줬던 인천 팬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최종환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인천 팬들과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인천 팬들에게 인사하고 싶다”며 인천 시절을 회상하는 동시에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졸지에 무적 신분이 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최종환은 “좌절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팀이 없었던 6개월간 힘들어서 운동을 그만둘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3개월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은퇴까지 고민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힘든 그의 손을 잡아준 건 우성용 감독 대행이었다. 이는 최종환에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서울 이랜드로 이적하면서 그의 ‘축구 2막’이 펼쳐진 것이다.

우성용 감독 대행은 수비 안정화를 위해 최종환을 꼭 필요한 선수라고 여겼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그를 영입했다. 그의 영입으로 서울 이랜드 수비는 점점 견고해졌다. 서울 이랜드는 최종환 합류 전까지 경기당 1.82골을 허용하며 압도적인 최다 실점 1위 팀이었지만 그가 수비진에 들어오고부터는 경기당 1.62골로 실점률을 낮췄다.

이날 경기 후 우성용 감독 대행도 “최종환은 경험 많은 선수다. 김영광을 제외하고 최고 고참으로 팀에 모범이 되는 선수다.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수비 부분에서도 골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종환은 “힘든 상황에서 우성용 감독님을 만나 좋은 팀에 입단할 수 있었고 행복했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면서 “항상 팀이 힘든 상황에서 연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연패를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경기 내내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뛰었다. 동점골을 넣었을 때 동생들이 더 좋아해 줘 감회가 남달랐다”고 기쁨을 표했다.

서울 이랜드는 1·2부 통틀어 평균 연령이 낮은 축에 속하는 구단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경기 면에서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다수 나올 수 있는 데 비해 경험이 적다보니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쉽기도 하다. 이는 시즌 초반 서울 이랜드가 부진에 빠졌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경기장 내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부족하다보니 어린 선수들이 쉽게 무너지곤 했다. 

요즘에는 김영광과 함께 최종환이 경기장 안팎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주며 팀을 하나로 뭉치는데 노력하고 있다. 최종환은 “2부 리그를 처음 접하는데 선수들 기량 면에서는 1부 리그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는 모습을 이따금 보이곤 하는데 그런 부분을 개선해주고 싶었다. 저를 포함해 감독님, 코치님들이 그런 부분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현역 선수로선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든 최종환은 이제 서울 이랜드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는 중이다. 힘겨운 시간을 뒤로한 그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는 “내 목표는 도전이다. 32살이라는 나이가 많다면 많지만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또 선수들에게 잘 해주는 우성용 감독 대행에게 감독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 자리로 모시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종환의 시간이 다시 힘차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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