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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메이웨더의 안티복싱, 야유만 받은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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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메이웨더의 안티복싱, 야유만 받은 챔피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0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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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아오 맞아 유효타 치고 빠지는 경기로 일관…단 한번의 난타전 없이 승리만 챙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전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됐던 세기의 대결은 시시하게 끝났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기였다. 온갖 부와 명성을 쌓은 두 선수의 맞대결에 엄청난 돈이 몰려들었지만 정작 경기는 '아마추어'로 끝났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는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벌어진  세계복싱협회(WBA)·세계권투평의회(WBC)와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매니 파키아오(37·필리핀)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한 부심은 118-110으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내렸지만 나머지 두 부심은 116-112를 매겼다.

메이웨더가 여전히 챔피언을 지켰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발표에 관중들은 술렁였다. 그렇다고 파키아오가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메이웨더의 승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과연 승리자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경기를 펼쳤는지에 대한 팬들의 항의였다.

▲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와 매니 파키아오가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주먹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철저한 수비 위주 복싱, 안티 풋볼 못지 않은 '안티 복싱'

메이웨더는 철저한 아웃복싱 스타일이다. 빠른 발을 활용해 치고 빠진다. 그러다가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연타를 때린다. 그래서 메이웨더에게 붙은 별명은 '프리티 보이'다. 경기 시작 전이나 끝난 후의 얼굴 변화가 없이 깨끗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자신이 때릴 것만 때리고 상대에게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메이웨더는 수비 복싱의 달인이 됐다.

오른손잡이로 왼쪽 팔뚝으로 강한 철옹벽을 쌓고 특유의 동물적 감각을 활용해 상대의 주먹을 이리저리 피한다. 왼쪽 팔뚝과 어깨는 상대 주먹을 막아내는 방패다.

메이웨더는 파키아오의 특성을 잘 파악했다. 파키아오는 메이웨더와 정반대인 왼손잡이다. 두 선수 모두 정타를 때릴 수 있는 주먹의 위치가 정반대여서 거리가 멀다. 게다가 메이웨더는 팔 길이가 파키아오보다 10cm 정도 길다. 메이웨더는 이 점을 활용해 치고 빠지기가 용이했다.

결과적으로 메이웨더는 극단적인 수비 복싱으로 승리했다. 아마추어 복싱은 유효타를 얼마나 많이 때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반면 프로 복싱에서는 얼마나 더 공격적인지 그리고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쳤는지를 따진다. 여기에 녹다운이 나오면 금상첨화다.

▲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매니 파키아오와 WBC, WBA, 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승리, 챔피언 벨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치지도 않았다. 결국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은 오직 유효타뿐이었다. 유효타를 치고 재빨리 빠지는 메이웨더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파키아오가 말려든 결과가 됐다.

이쯤 되면 주제 무리뉴 감독의 '안티 풋볼'이 생각난다.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상대를 완벽하게 봉쇄하고 1, 2골 정도로 이기면서 재미 대신 승리만 추구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메이웨더의 복싱은 '안티 복싱'이라고 할만하다. 메이웨더는 안티 복싱으로 승리를 챙겼을지는 몰라도 팬들의 마음까지는 얻을 수는 없었다. 파키아오를 이겼음에도 현역 최고의 복서, 전설의 복서로 추앙받기가 힘든 이유다. CNN의 설문조사에서도 메이웨더가 최고의 복서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83%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 메이웨더 따라잡기에만 급급한 파키아오

AP통신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경기 뒤 "내가 이겼다. 메이웨더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여러 차례 주먹을 적중시켰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패배가 아쉽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뿐 경기 양상은 메이웨더를 따라잡기에만 급급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따라잡으려는 마음만 급급했지, 제대로 정타를 때려내지 못했다.

▲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와 매니 파키아오가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 WBA, 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AP통신의 집계는 파키아오의 생각과 다르다. 메이웨더가 435개의 펀치를 날려 148개를 적중시킨 반면 파키아오는 429개의 펀치 가운데 81개 적중에 그쳤다. 유효타에서만 67개 차가 났다. 118-110이라는 점수는 다소 과했을지 몰라도 116-112로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준 것은 납득하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자체 채점 결과 115-113으로 메이웨더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메이웨더가 철저하게 치고 빠지는 경기 스타일인 것을 이미 파악한 파키아오였다면 조금 더 과감하게 들어갔어야 했다. 게다가 팔 길이도 짧기 때문에 모험이 필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파키아오는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파키아오는 2012년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멕시코)와 맞대결에서 몰아치다가 한방에 그대로 쓰러져 6라운드 KO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마르케스에게 KO로 진 트라우마가 남은 탓인지 메이웨더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그 역시 더욱 메이웨더의 발을 잡는데 실패했다.

이제 관심은 과연 재대결이 벌어지느냐에 있다. 쇼타임 측과 한 경기 계약이 더 남아 있는 메이웨더는 오는 9월에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 상대가 다시 한번 파키아오가 될지는 미지수다.

야후스포츠가 실시한 재대결 성사 희망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53-47로 근소하게 재대결을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말로 기다렸던 경기였지만 그 결과가 너무나 실망스러웠기에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만만치 않다.

▲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오른쪽)와 매니 파키아오가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WBC, WBA, WBO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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