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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중원 대신 측면 잡은 울버햄튼, 감격의 리그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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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중원 대신 측면 잡은 울버햄튼, 감격의 리그 첫 승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19.09.3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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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이하 울버햄튼)가 보여준 과감한 전술 변화의 결과는 무척 달콤했다. 어쩌면 고집으로 보일 수 있었던 단순한 공격 패턴이 역으로 빛을 발한 셈이다.

울버햄튼은 2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전반 18분 도허티의 선제골과 후반 16분 얀마트의 자책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 리그 7경기 만에 첫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승리를 자축하는 울버햄튼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승리를 자축하는 울버햄튼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기 이전까지 울버햄튼의 행보는 암울했다. 리그 개막 후 4무 2패. 시즌 전부터 ‘빅6(맨시티, 리버풀, 첼시, 토트넘,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위협할 다크호스라 불렸으나 시원찮은 영입 보강과 유로파리그 병행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겹쳐지면서 좀처럼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부진 이유로는 경기력에 비해 아쉬운 결과물을 꼽을 수 있다. 90분 내내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도 공격수들의 부족한 결정력이 매번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조타와 히메네스에게 많은 득점 기회가 주어졌지만 골 결정력에 약점을 보이며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꼬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누누 산투 감독 특유의 매 경기 똑같은 라인업과 전술도 부진을 악화시켰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이어진다면 울버햄튼은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지난 라운드 맨시티전에서 8대0 대패를 당한 왓포드로 이를 갈고 나올 것이 분명했다. 위기의 순간, 누누 산투 감독은 과감한 전술 변화로 상대 허를 찔렀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측면 공격이었다.

사실 울버햄튼은 주로 3-5-2 포메이션을 사용해 중원에 큰 힘을 싣고 경기를 펼치는데 익숙했다. 무티뉴와 네베스 등 창의적인 미드필더들을 필두로 점유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가져간 뒤 최전방 투톱이 해결하는 식의 공격 패턴이었다.

하지만 중원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누누 산투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주전 미드필더 네베스를 선발에서 제외해 중원 숫자를 줄이고 윙어 트라오레를 전진 배치하여 네토와 히메네스와 함께 스리톱을 맞췄다.

울버햄튼 선수들은 이를 적극 이용했다. 사이스-코디-볼리로 이어지는 스리백이 전방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끊어낸 후, 중원을 거치지 않고 측면으로 공격 방향을 바꿨다. 중원 미드필더로 출전한 무티뉴와 덴톤커도 공격 시 중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윙 포워드 바로 아래쪽에 자리하면서 측면 공격에 스피드를 실었다.

그러나 단순히 측면 공격수까지 공이 연결된다고 울버햄튼의 득점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빠른 측면 공격 전환으로 상대 중원 압박은 잘 벗어났으나 후방에 물러서 있는 상대 포백을 어떻게 무너뜨릴지 고민이 필요했다. 또 매번 골 결정력에 약점을 보인 공격진이기에 그들에게 확실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첫 골의 주인공 울버햄튼 도허티 [사진=연합뉴스]
첫 골의 주인공 울버햄튼 도허티 [사진=연합뉴스]

이에 울버햄튼은 템포 빠른 크로스로 파훼법을 찾았다. 이날 울버햄튼 선수들은 대부분 크로스를 낮고 빠르게 처리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공이 넘어가는 과정이 밋밋하다면 캐스카트와 도슨이 버틴 왓포드 장신 수비수들에 의해 공격이 쉽게 차단당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는 크로스는 발이 느린 상대 센터백들이 쉽게 차단할 수 없었고, 울버햄튼 공격수들이 쉽게 득점을 노릴 수 있는 효과를 냈다. 그러자 상대 수비수들이 흔들렸다. 상대 풀백들이 울버햄튼 측면을 방어하기 위해 라인을 깨고 나오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울버햄튼은 전반 18분 만에 성과물을 가져갔다. 상대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허문 네토가 상대 수비 사이를 통과하는 도허티에게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올렸고, 도허티가 이를 침착하게 처리했다.

선제골 이후에도 그들은 집요한 크로스 플레이로 상대를 몰아쳤다. 윙백인 카스트로와 도허티는 마치 윙 포워드인 것처럼 높은 위치까지 올라서며 공격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정확한 패스와 크로스로 날카로움을 더했다. 추가골도 비슷한 과정에서 나왔다. 후반 16분 수비수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도허티가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고, 상대 수비수 얀마트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자책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남은 시간까지 끈질긴 측면 공격을 이어나가며 상대를 압박한 울버햄튼은 누누 산투 감독의 예리한 전술 변화가 팀에 잘 녹아들며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물론 이후 일정을 고려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오는 10월 4일 유로파리그 베식타스 원정을 떠나야 하고, 이틀 뒤에는 맨시티 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과감한 전술 변화와 선수들의 결정력이 선결된다면 잠시 주춤했던 ‘다크호스’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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