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7:50 (금)
LG 이동현 은퇴식 '눈물바다' 차명석 박용택이 더한 특별함
상태바
LG 이동현 은퇴식 '눈물바다' 차명석 박용택이 더한 특별함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9.30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차명석 단장은 눈물을 쏟았고 박용택은 투수코치 대신 마운드에 올라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등번호 18번 이동현(36)이 LG(엘지) 트윈스에서 어떤 존재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장면이었다.

오른손 계투 이동현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LG 1차 지명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된 지 19년 만이다.
 

이동현의 마지막 세리머니. [사진=연합뉴스]

 

그간 LG에서 추앙받은 김용수, 이상훈, 이병규처럼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게 아니다. 이동현은 중간투수 치고는 꽤 높은 통산 평균자책점(방어율·4.06)을 기록했고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대다수가 보유한 성인 국가대표 이력 또한 없다.

통산 등판횟수(701경기)만 봐도 류택현, 정우람, 조웅천, 가득염, 권혁, 임창용, 이상열, 강영식, 오상민, 송신영, 이혜천까지 KBO 역사에서 위로 11명이나 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현은 LG 팬에게 유독 애틋하게 여겨졌다.
 

헹가래 받는 이동현. [사진=연합뉴스]

 

이토록 파란만장한 삶이 또 있을까. 한 번 하고 돌아오기 힘들다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무려 세 차례(2004, 2005, 2007)나 받았다. 한창 때 150㎞에 육박했던 패스트볼 구속은 130㎞ 후반까지 떨어졌는데도 버티고 버텼다.

그 훈장이 바로 한 팀에서의 700경기 등판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700경기 이상을 나선 투수 중 한 번의 이적도 없이 모든 커리어 기록을 채운 유일한 이가 바로 이동현이다. 자유계약(FA) 시장과 트레이드 활성화, 해외진출 등으로 갈수록 한 팀에서 10년 이상 뛴 ‘원클럽 맨’을 만나보기 힘든 시대라 이동현이 더욱 돋보인다.
 

눈물 쏟은 차명석 단장과 이동현. [사진=연합뉴스]

 

LG만 바라본 바보였다.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LG에 저의 모든 걸 걸어왔다. 팬 여러분의 아쉬움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열정에 보답해드리지 못했지만 이제 팬으로서 트윈스를 응원하겠다”는 메시지에서 우직한 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마지막 피칭은 숱한 난관을 극복했던 그다웠다. 두산의 7회초 공격, 이동현이 등장해 박세혁을 상대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바깥쪽 낮게 제구한 패스트볼이었다. 오른손을 번쩍 든 세리머니에 환호가 쏟아졌다.

곧바로 약속했던 투수교체가 이뤄졌다. 평소 마운드에 오르는 최일언 투수코치가 더그아웃에 머문 대신 LG의 정신적 지주 박용택이 움직여 이동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글러브에 얼굴을 묻은 이동현은 눈시울을 붉혔다. 1루 관중석의 트윈스 팬들도 함께 울었다.
 

눈물 쏟는 이동현.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진행된 은퇴 공식행사에선 차명석 단장이 이동현에게 유니폼을 담은 액자를 선물하다 오열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LG 재활코치로 일했던 2009년 이동현이 겪은 아픔을 곁에서 지켜봐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동현은 “19년 동안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행복하게 지냈다. 팬들은 제게 늘 감동을 안겨주셨다. 다만 선수로 뛰면서 우승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LG 18번 이동현은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러나 어디선가, LG를 항상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LG는 4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쳐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을 치르지만 이동현은 두산전을 끝으로 더 이상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그는 응원단장으로, 경험 전수자로 후배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