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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초심 일깨워준 '좌식 배구단'의 따끔한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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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초심 일깨워준 '좌식 배구단'의 따끔한 일침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5.0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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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찍으면 뭐해, 어차피 올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부천FC1995의 창단부터 수년간, 팀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던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언론을 접해보지 못해 순수(?)했던 부천 선수들을 온전히 담아내기란 매우 어려웠다. 렌즈만 보면 석고상처럼 굳어버리는 그들의 봉인을 해제하는 데는 약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열쇠는 하나였다.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카메라는 공기가 되었다. 그들의 기쁨, 눈물, 행복, 좌절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으며 사진기자로서 느꼈던 성취감은 앞으로 내 카메라가 향해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 k리그 챌린저스 부천FC1995 주장 박문기(가운데)가 서울 UTD와의 라이벌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김태륭(왼쪽)을 안아주고 있다.

현실은 달랐다. 현장의 사진기자들은 빡빡한 일정 탓에 취재원과 친구가 될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 한정된 시간에 최선의 결과물을 찍어내야(?)하기에 축적된 선배들의 노하우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취재의 방향 역시 기자로서의 사명 보다는 매체의 생존이 우선시 되어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자극적인 내용을 끝없이 생산하곤 했다.

인간의 나약함은 초심을 희석시킨다. 나 역시 처음의 다짐을 잊고 있었기에 천안 좌식배구단 취재 당시 듣게 된 한 취재원의 일갈은 내게 따끔한 수지침 같았다.

'사진을 뭐 그리 많이 찍어요~찍으면 뭐해, 어차피 올려주지도 않을 거잖아요!'

지난 4월 16일 충남 천안에 자리잡은 장애인종합체육관 배구장에서 천안시청 좌식배구단을 취재했을 때 이야기다. 전국 유일의 좌식배구단 천안시청은 지난해 6개 대회 전관왕에 오를 만큼 명실상부한 배구 명가다. 그래서 다른 비인기 종목과는 다르게 많은 매체들과 인터뷰를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뜻밖에, 첫 인사를 건넸을 때 경계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과 불만이 가득 담긴 비수 같은 '일갈'은 수월한 취재를 기대했던 나를 적잖이 당황시켰다.

▲ 천안시청 좌식배구단 선수들이 실전같은 자세로 훈련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름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사실, 나부터도 데스크가 원하는 기사의 완성도를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 취재원을 구슬리는 경우가 많다. 뱉어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그 책임은 데스크로 전가시키면 끝이라는 생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인한 취재원의 상처는 생각지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친구로서 마음을 나누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어야 했다. 잠깐의 시간 동안 자기반성을 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고 사진을 찍을 때면 어떤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지 알아내려 애썼다.

▲ 천안시청 좌식배구단 레프트 김성훈이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취미는 뭔지...계속된 질문과 답변으로 취재원과 마음을 나누었다. 아니,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컷을 남겨두었을 때, 사진 찍기가 취미라는 배구단의 레프트 김성훈은 하이컷으로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직접 부탁했다.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두 칸씩 계단을 뛰어 올라 2층에 도착해 코트를 내려다 보니 장애를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 천안시청 배구단이 보였다. 세상의 편견과 자신의 꿈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들에게 '무한도전'을 외쳐달라 요청했고 그렇게 레프트 김성훈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단체사진은 며칠 후 기사의 톱 사진이 되었다.

 

취재원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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