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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황인범-'공백' 남태희-'혼란' 황의조, 벤투 감독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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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황인범-'공백' 남태희-'혼란' 황의조, 벤투 감독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9.3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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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믿음, 소망, 사랑. 성경에서 강조되는 3요소다. 이 가운데 파울루 벤투(50)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단어는 바로 믿음이다.

지난해 여름 부임 후 18경기를 치르며 벤투 감독에게 붙여진 별명하나는 ‘보수주의자’였다. 선수단에 가급적 변화를 주지 않고 한 번 믿음을 산 선수들에겐 꾸준한 기회를 부여해 붙여진 표현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있어서도 이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들에겐 매우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애제자 듀오인 황인범(가운데)와 황의조(왼쪽에서 2번째). 부진과 포지션 혼란이라는 불안 요소에도 벤투 감독은 여전한 신뢰를 나타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3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선 벤투 감독을 향해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롭게 뽑힌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이른바 ‘벤투의 황태자’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시각의 것이었다는 것이다.

◆ ‘미스’ 두드러지는 황인범? “장점 너무 많은 선수”

그 중에서도 가장 벤투 감독이 힘줘 말한 대목은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황인범은 벤투호에 빠짐없이 출석했고 18경기 중 17경기에 나섰다. 특히 올 초 아시안컵을 끝으로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황인범은 그의 대체자 역할을 맡아 벤투호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퍼포먼스였다. 황인범은 K리그가 주목하던 신예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문환(부산 아이파크) 등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를 계기로 A대표팀으로 자연스레 승격했다.

그러나 기성용, 구자철(알 가라파) 등과 함께 했던 대표팀 초반 좋았던 기세와 달리 최근엔 커진 부담감 때문인지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를 중용하는 벤투를 향한 팬들의 원성은 커져만 갔다.

 

[신문로=스포츠Q 주현희 기자] 벤투 감독은 황인범에 대해 "미드필더의 모든 역량을 갖췄다"며 극찬했다.

 

황인범의 장점은 공격적인 전진패스와 탈압박 능력 등인데 이러한 점이 부각되기보다는 쉽게 공을 잃는 등 실수가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강인(17·발렌시아), 백승호(22·다름슈타트)에게는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 황인범을 이들과 비교하며 비판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벤투는 흔들리지 않았다. “황인범이 계속 발탁되고 출전하는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고 많다. 굳이 말하자면 전천후 미드필더라고 말할 만큼 미드필더의 모든 역량을 갖췄다”며 “경기 중 모든 순간 어떻게 대응할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애제자를 향한 칭찬에 입에 침이 마르지 않았다. “공격 전환시나 수비시에도 조직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그렇고 자기 역할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순간순간 어떤 역할이 주어져 있는지 명확히 이해한다. 각 포지션마다 전술적 변화줄 때나 다른 포지션에 기용해도 잘 수행해낸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시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남태희 부상 공백-황의조 포지션 변경, 벤투는 걱정하지 않는다

황의조(27·보르도)는 벤투호 최고의 작품이다. 벤투호에서 치른 18경기에서 9골을 작렬했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제는 소속팀에서다. 지난 7월 드디어 꿈꾸던 해외진출을 이뤘다. 벤투 감독과 절친한 파울루 소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보르도여서 더욱 기대감을 키웠다.

 

벤투호 18경기에서 9골을 넣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포지션 이동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황의조에 대해 벤투 감독은 "우리팀에선 최전방 공격수"라고 못박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황의조는 예상과 달리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주로 측면에서 뛰었고 리그 7경기에서 1골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황의조에 기용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 벤투 감독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선수와 마찬가지로 새 팀에 이적하면 그 환경에 적응하고 맞춰야 하는 부분 있다”고 냉정히 현실을 꼬집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내 “이적 후 대표팀에서 플레이하는 것과 다른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대표팀 포메이션과 같은 상황 속 측면에서 뛰기도 하고 최전방 밑에서 받쳐주는 모습도 봤다. 황의조가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이라며 “정확한 위치를 떠나 우리는 원톱이든 투톱이든 황의조를 최전방으로 분류하고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의조 이전 벤투호 극초반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카타르 메시’ 남태희(28·알 사드)였다. 뛰어난 발재간과 스피드를 중심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어 놨고 6경기에서 결정적인 2골을 넣었다.

 

벤투호 첫 경기부터 골을 터뜨렸던 남태희(가운데)는 부상 회복 이후 곧바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갑작스런 부상은 모든 상황을 바꿔놨다. 이로 인해 아시안컵에 참가하지 못했고 긴 재활 기간을 보내야 했다. 최근 소속팀에 복귀해 골을 넣었지만 2선 자원이 워낙 풍족해 남태희의 발탁은 장담하기 힘들었다. K리그에서 MVP급 활약을 보이는 김보경(울산 현대)도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벤투의 신뢰는 여전했다. “남태희가 큰 부상으로 대표팀에 자주 참여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뗀 그는 “기술력이 워낙 출중하고 중앙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쉐도 스트라이커로서도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다. 4-3-3에선 중앙 미드필더로도 좋은 기량 보일 수 있고 때론 측면에서 프리롤을 맡아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활약할 수도 있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특히 좋은 기량을 보인다”고 칭찬했다.

현실적으론 지난 소집 때 뽑혔던 김보경과 자리를 맞바꾼 모양새. 하지만 벤투 감독은 “선수를 선발할 때 어느 선수를 누구로 교체했다는 방식을 취하진 않는다. 남태희가 김보경을 대신한 건 아니”라며 “큰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복귀하고 조금 시간이 흘렀고 소속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줘 대표팀 활약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지도자의 ‘보수주의’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향한 ‘무한신뢰’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벤투호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다음달 스리랑카(10일), 북한(15일)과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3차전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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