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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두산 베어스' 극적 완결, 1995-2001-2015 그리고 2019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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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두산 베어스' 극적 완결, 1995-2001-2015 그리고 2019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01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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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굳이 가능성을 따져보지도 않았다. 정상의 자리는 당연히 비룡의 차지로 느껴졌다. 그러나 기적이 벌어졌고 이번에도 그 중심엔 두산 베어스가 있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시즌 최종전에서 6-5 역전승을 거뒀다. 88승 55패 1무로 SK와 승률(0.615)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서 짜릿한 정규리그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한 달 보름 전까지만 해도 무려 9경기 차 2위였지만 거침없는 상승세로 대역전극을을 써낸 두산이다. 그 마무리도 각본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

 

1일 NC 다이노스전 김인태가 8회말 대타로 나서 동점타를 터뜨린 뒤 1루 측 홈 관중을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잃었지만 두산은 여전히 강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4년 연속 나섰던 한국시리즈에 오를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지난해 다승왕 세스 후랭코프는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고 홈런왕 김재환의 대포는 3분의 1 토막이 났다.

그러나 8월 이후 두산은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당시 SK와 9경기 차로 선두 경쟁은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지만 8,9월 승률 0.667(28승 14패 1무)로 비상했다. SK가 0.488(21승 22패)로 반타작도 거두지 못한 사이 승차를 없앴다.

SK가 88승 55패 1무로 시즌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날 두산은 상대전적 7승 7패 1무의 NC를 만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둔 5위 NC였지만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수용인원 2만5000명인 경기장엔 평일임에도 2만4081명의 관중이 들어차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최근 기세가 좋던 후랭코프가 3,4회 1점씩을 내주며 끌려갔고 5회 1점을 냈지만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했다. 7회말 허경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연속 안타와 NC 투수 김건태의 연속 견제 악송구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영하가 9회초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설상가상 8회초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고 유희관이 구원등판했지만 폭투와 안타를 허용, 2실점했고 공을 넘겨받은 이형범까지 안타를 내주며 점수는 2-5가 됐다.

하지만 괜히 ‘미라클 두산’이 아니었다. 패색이 짙어진 8회말 1사. 두산의 미라클이 시작됐다. 김재호와 정수빈이 잇따른 내야안타로 장작을 쌓았다. 최주환의 강습 타구가 비디오 판독에도 결국 아웃처리됐지만 허경민이 투수 머리 위로 날아가는 날카로운 중전안타로 2점을 보탰고 대타로 나선 김인태가 장현식의 시속 150㎞ 속구를 통타, 우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이영하가 구원등판해 무실점으로 잘 막아낸 뒤 가진 9회말 공격. NC 마무리 원종현이 등판했지만 두산의 기세를 꺾어놓진 못했다. 1사에서 대타 국해성이 우중간을 가르는 대형 2루타를 날렸고 김태형 감독이 시즌 MVP로 평가한 박세혁이 중전안타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경기장을 찾은 SK 팬들은 NC 팬들보다도 더 크게 낙담했지만 경기장 3분의 2를 메운 두산 팬들은 잠실구장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환호성을 내질렀고 박세혁을 연호했고 '승리를 위하여'가 울려퍼졌다.

 

두산의 대역전극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 두산 응원단.

 

놀라운 결과에도 두산 팬들에겐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광경이다. 24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1995년 7월말까지 선두 LG에 6경기 뒤져 있던 당시 OB(현 두산)는 9월 18승 6패(승률 0.75)로 9월 LG가 13승 1무 10패로 5할 이상 승률을 거뒀음에도 KBO리그 최초 반 경기 차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마지막 경기 승리로 2위에 올라선 2005시즌은 물론이고 2015시즌에도 막바지 중요한 경기 승리로 넥센(현 키움)에 반 경기 차 3위로 플레이오프를 맞았다. 김태형 감독의 사령탑 데뷔 시즌이었던 당시엔 상위팀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며 결국 삼성의 5년 연속 통합우승까지 저지하며 V4를 달성했다.

2001년에도 3위로 가을야구를 시작한 두산은 10승 투수 하나 없이도 막강한 타선을 앞세워 현대와 삼성을 연달아 격파하고 정상에 우뚝 선 경험이 있는 두산이다. 자타공인 프로야구 역사에서 미라클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이다.

모두가 주목한 2019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에서도 제3팀을 응원하는 팬들까지도 매료시키는 소름 돋는 경기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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