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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김인태 국해성 간절함, '올 가을엔 맘껏 웃을 수 있다면'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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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김인태 국해성 간절함, '올 가을엔 맘껏 웃을 수 있다면'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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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언성히어로. 잘 보이진 않지만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숨은 MVP 같은 존재다. 김인태(25)와 국해성(30)은 두산 베어스의 ‘미라클’에 절대 빼놓아선 안 될 인물이다.

전혀 빛났던 이들이 아니다. 제대로 빛을 본 적도 없다. 그러나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단 한 번의 기회를 완벽히 살려냈다. 덕분에 두산은 9경기 차 대역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스포츠Q 안호근 기자] 김인태(왼쪽)와 국해성이 1일 두산 베어스의 정규리그 우승에 일조한 뒤 감격스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두산은 8월 15일 광복절까지 선두 SK 와이번스에 9경기 뒤져 있었다. 선두 경쟁은커녕 2위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지만 두산의 '가을 DNA'가 살아났고 SK가 부진한 틈 사이를 파고들었다.

승리해야만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얻는 절체절명의 순간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를 만났다. 초반엔 0-2로 끌려가다가 힘겹게 한 점씩 따라붙었지만 NC가 8회초 3점을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 했다. 1루 측 두산 팬들도 낙담했다.

◆ 5툴 기대주 김인태, 두산의 운명을 바꿔놨다

8회말 1사에서 김재호, 정수빈이 내야 안타로 살아나가며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했다.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4-5로 턱밑까지 추격하자 잠실벌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다만 주자가 1루에 있어 병살타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유찬 대신 나선 김인태가 시즌 타율 0.233(60타수 14안타)로 큰 기대를 사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김인태는 상대 투수 장현식의 시속 150㎞ 빠른공에 맞서 강하게 휘둘렀고 타구는 우중간을 갈랐다. 1루 주자 허경민은 동점 득점을 해냈고 3루에 도달한 김인태는 1루 측 홈 관중들을 바라보며 격한 세리머니를 했다.

천안북중·북일고 졸업 후 2013년 1라운드 선발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김인태지만 프로 적응기는 험난했다. ‘5툴 기대주’라는 평가에도 1군에선 국가대표 외야진을 제쳐내기 버거웠다. 지난해 타율 0.263(95타수 25안타)로 가능성을 보이는 듯 했지만 올해는 더 적은 기회 속 성적도 하락했다.

 

8회말 극적인 동점 3루타를 날린 김인태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만들어낸 김인태다. 그로 인해 팀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나 김인태는 “(허)경민이 형이 치고 나간 상황에서 단타로라도 찬스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치자마자) 됐구나 싶었다. 뛰면서도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폭투도 나올 수 있으니 3루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3루 베이스 터치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름대로 대타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고 있었지만 침체된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선두타자가 살아나가고 찬스가 이어져 여기서 하나만 나오면 분위기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경민이 형 2타점에 이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고 덧붙였다.

8회 공격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한 김인태는 격한 격려를 받았다. “감독님은 시합에 집중하셨던 것 같다”는 그는 “코치님들, 동료들이 너무 기뻐해줘 고마웠다. 기사회생 수준이었기 때문에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 분위기가 있어 9회에 끝내기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국해성 데뷔 후 10년, 잊지 못할 영양가 만점 밥상

두산은 9회초 이틀 전 6이닝을 던진 이영하까지 올려 보낼 정도로 절박했고 실점 없이 9회말 공격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선두타자 오재일이 아웃되고 김재환을 대신해 대수비로 나섰던 백동훈의 타석이 왔다. 김태형 감독은 주저없이 국해성을 올렸고 그는 NC 클로저 원종현의 147㎞ 속구를 받아쳐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빠른 타구를 만들어냈다. 여유있게 2루까지 향할 수 있었다.

 

9회말 1사에서 우측을 관통하는 2루타로 완벽한 밥상을 차린 국해성. [사진=두산 베어스 공식 페이스북 캡처]

 

그의 몫은 여기까지. 두산 벤치에선 그를 대신해 김대한을 대주자로 내보냈다. 한 번 막혔던 혈이 뚫리자 모든 게 순조로웠다. 박세혁의 중전안타 때 김대한은 빠르게 3루를 돌아 홈 베이스를 터치하며 두산의 마지막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장식했다.

국해성은 “자신 있게 하자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타구를 치는 순간 2루에 이어 3루까지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상황이 어려웠지만 질 것 같지는 않았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엔 주변에서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나도 내 스윙을 해야겠다고만 다짐했다”고 밝혔다.

동인천중-인천고를 거쳐 2008년 육성선수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국해성은 2009년 정식으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1군에서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2012년에야 1군 데뷔전을 치렀고 2016년 50경기 이상 출전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거포 기대주라는 평가에도 김인태와 마찬가지로 두산의 외야에서 생존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올해도 기회는 적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해냈다. “결과에 따라 1위가 왔다갔다하니 분위기가 가을야구 같았다”고 긴장감 넘쳤던 상황을 돌아본 국해성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고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다. 생각이라도 늘 그렇게 하려고 한다. 쉽지는 않아도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임무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한 국해성은 동갑내기 박세혁의 타석을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박세혁의 결승타 상황에 대해선 “너무 좋았다. 친구라서 그런지 잘 쳐줘 더 좋았다. 벤치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절박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김인태와 국해성은 자신들도 그 무대에 설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던 가을, 이젠 중심에 설까

가장 빛을 보지 못했던 둘의 활약 속에 두산은 그렇게 5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향하게 됐다.

그러나 김인태와 국해성은 여전히 불안하다. 마음껏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인태에게 가을야구는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다. “가을야구는 TV로만 봤다”고 덤덤히 말한 그는 “올해도 엔트리에 들어갈진 모른다. 코칭스태프에서 정할 일이고 스스로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해성도 마찬가지. 2016년엔 한국시리즈, 2017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 출전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3타석이었다. 지난해엔 관중석에서 아쉬움을 곱씹었던 그다.

가을야구의 주인공으로 서고 싶은 마음은 같다. 김인태는 “백업위치에 있으니 나갈 때마다 자신 있는 플레이해야 한다. 한국시리즈에 가면 좋겠지만 못가도 TV로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고 국해성은 “가을야구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시리즈 7차전과도 같았던 이날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스로도 자신감을 키웠다는 건 커다란 자양분이다. 김인태와 국해성 모두 이날 활약이 가을야구에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됐다고 뜻을 같이 했다. 이젠 김태형 감독의 부름만을 기다린다. 올해엔 우승에 한 몫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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