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4 22:59 (월)
수원삼성의 '자존심' 염기훈, 그가 말하는 '자존심'은?
상태바
수원삼성의 '자존심' 염기훈, 그가 말하는 '자존심'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03 0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자존심을 찾고 싶다.”

주장 염기훈(36)이 수원 삼성을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 올렸다. 수원이 FA컵 우승을 통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복귀해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그 주관적인 당위성을 염기훈이 설명했다. 

염기훈은 2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4강 2차전 화성FC와 홈경기에 선발 출전, 연장전 포함 120분 동안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팀의 3-0 승리를 견인했다.

4부리그 격 K3리그 어드밴스 소속 화성 원정 1차전에서 0-1로 지며 자존심을 구겼던 수원은 그 사이 하위스플릿 편성이 확정돼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ACL 진출을 위해선 FA컵 우승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 수원을 수렁에서 건져 올린 이는 수원의 ‘심장’ 염기훈이었다.

2일 염기훈이 해트트릭으로 수원 삼성을 FA컵 결승에 올려놨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반 45분을 지나 후반 14분까지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고대하던 동점골을 뽑아낸 이는 바로 염기훈.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염기훈이 왼발로 처리했고, 공은 수비벽에 맞고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통합스코어 1-1을 기록한 양 팀의 승부는 결국 연장으로 이어졌고 어김없이 염기훈이 나섰다. 연장 후반 1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낮게 깔아찬 슛으로 역전을 이끌어냈다.

1분 뒤에는 전세진이 페널티킥을 따내자 염기훈이 키커로 나서 골키퍼를 따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염기훈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FA컵에서 잘못되면 (감독님이) 옷을 벗으시겠다는 소식을 접한 뒤 마음이 무거웠다. 무조건 수원이 이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됐다”며 “(동료들이) 리그를 치를 때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할애해 몸 관리에 치중하는 것을 지켜봤다. 선수들이 패배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노력들이 승리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수원 삼성은 승리했지만 맘편히 웃을 수 없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극적인 승리를 쟁취했다. 하지만 현재 수원의 위치를 생각하면 맘 편히 웃을 수도 없다.

염기훈은 “이겼지만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된다.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졌고, FA컵을 준비하면서 팬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환하게 웃지 못했다. 그래도 시즌 목표가 FA컵 우승이었던 만큼 이를 달성한 뒤에는 환하게 웃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염기훈이 FA컵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뭘까. 수원은 왜 올 시즌 목표를 FA컵 우승으로 잡은걸까. 

염기훈은 “개인적으로 자존심을 찾고 싶다. 2010년에 입단했을 때 화려했던 멤버들과 비교하면 현재는 스쿼드가 많이 열악해지고 얇아졌다. FA컵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 내년 ACL에 진출하게 되면 구단에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요한 포지션에 필요한 선수들이 들어와야 한다. 팀이 좀 더 강해지고 좋은 선수들이 영입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구단 운영주체가 삼성전자에서 계열사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레알 삼성’으로 불렸던 이적시장의 큰 손 수원은 투자에 소극적인 구단으로 변모했다. 자연스레 스타플레이어를 들이기보다 내보내는 클럽이 됐고, 서정원 전 감독 체제에서 리그 우승을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6위로 마치며 ACL 티켓을 놓쳤고, 올해 ‘리얼 블루’ 정책을 내세우며 코칭스태프를 물갈이했지만 이번 시즌 역시 현재 8위에 처져있다.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하위스플릿에서 마지막 5경기를 보내게 됐다. FA컵은 수원의 마지막 자존심과 같다.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역대 4차례 FA컵 정상에 선 수원은 이번 대회를 통해 최다우승팀 타이틀을 거머쥐고자 한다.

염기훈은 2010년 수원에 입단한 뒤 경찰청에서 군 복무 의무를 다하던 시절 포함 10시즌 째 구단에 몸 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염기훈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주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타가트와 주전경쟁에서 밀린 뒤 이임생 수원 감독과 불화설이 일고 있는 데얀이 무단행동으로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경기 전날 천안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 아산 무궁화의 K리그2(프로축구 2부) 경기를 관전했다. 아무리 훈련 이후의 시간이 사생활의 영역으로 치부된다 하더라도 다음날 소속팀의 사활이 걸린 경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염기훈은 “기사를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운동 이후 사생활은 본인 문제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한 시점에서 나온 그런 모습은 우리를 바라보는 많은 분들에게 좋지 않게 비쳐지는 게 사실”이라며 “주장으로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토로했다. 

FA컵에서 한 고비를 넘긴 수원은 이제 라이벌 FC서울과 K리그1 33라운드 홈경기 ‘슈퍼매치’를 치러야 한다. 염기훈은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화성과 2차전을 준비했던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최근 슈퍼매치 15경기(7무 8패) 동안 승리가 없는 수원의 또 다른 자존심이 걸린 매치업이다. 이 한 판으로 양 팀이 처한 상황이 크게 바뀌진 않겠지만 흉흉한 팬심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절실한 수원이다.

수원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주장 염기훈이 쏘아올린 반등의 신호탄이 올 시즌기분 좋은 마무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가 말하는 자존심을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