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충 온 파이어(Chung on fire)!
지난해 1월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4강 진출을 확정 짓고 정현(23·한국체대·제네시스 후원)이 카메라 렌즈에 적은 문구다. ‘테니스 왕자’ 정현이 오랜 침묵을 깨고 부활 조짐을 보여 팬들을 설레게 한다.
세계랭킹 143위 정현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500시리즈 2019 라쿠텐오픈 단식 2회전에서 30위 마린 칠리치(31·크로아티아)를 2시간 3분 만에 2-1(6-4 3-6 6-1)로 눌렀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정현이 모처럼 불타올랐다.
◆ 정현이 제압한 마린 칠리치는?
정현의 이번 승리는 마린 칠리치가 강호라서 더욱 빛난다. 지난해 1월 칠리치의 랭킹은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에 이은 3위였다. 2005년 프로테니스 입문 후 획득한 총 상금은 2730만 달러(328억 원), 우승 트로피만 18개인 고수가 바로 칠리치다. 2014년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제패한 적도 있다. 2017 윔블던, 2018 호주오픈 준우승자이기도 하다.
정현은 이전까지 신장(키) 198㎝인 마린 칠리치와 2015년 두 번, 2016년 한 번 등 세 차례 붙었다.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졌으나 단 한 세트도 따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에서 전혀 눌리지 않았다. 정현이 투어 대회 8강에 안착한 건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오픈 8강 이후 1년 만이다.
◆ 서브 괄목성장, 에이스가 무려...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브가 몰라보게 좋아져 향후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한다. 정현은 놀랍게도 서브에이스에서 마린 칠리치를 압도했다. 11-8. 첫 서브 성공률 62%-57%, 첫 서브 득점률 마저 90%-71%로 우위를 점했다. 올 시즌 칠리치의 움직임이 다소 무뎌졌다 해도 충분히 고무적이다.
이번엔 뒷심 부족도 없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 때문에 경기시간이 길어질수록 힘겨워했던 정현이 아니었다. 2세트를 쉽게 내줬으나 3세트를 게임스코어 3-0으로 시작해 우려를 잠재웠다. 3세트 1-0에서 두 차례 듀스만에 브레이크에 성공한 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 고팡 나와라!
지난 2월부터 5개월 넘게 실전을 걸렀던 정현, 이제야 비로소 몸 상태가 올라온 모습이다. 이달 초 US오픈에선 생애 처음으로 3회전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대회 예선 3연승, 본선 5세트 두 차례 등 강행군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없어 다행이었다. 내친 김에 ‘대어’ 마린 칠리치까지 낚았다.
다음 상대도 만만찮다. 15위 다비드 고팡(29·벨기에)이다. 키 188㎝, 몸무게 89㎏인 정현보다 신체조건은 떨어지지만(180㎝, 70㎏) 경력은 훨씬 화려하다. 2017년 11월 개인 최고 랭킹 7위를 찍었다. 정현에겐 아직 없는 투어 우승 경력도 4회나 된다. 도전하는 형태라 더 큰 재미를 선사할 전망. 정현-고팡 테니스 중계는 4일 밤 7시 KBSN스포츠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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