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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임팩트! 대타로도 충분했던 LG트윈스 '유광점퍼' 전도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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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임팩트! 대타로도 충분했던 LG트윈스 '유광점퍼' 전도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0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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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LG 트윈스 팬들이 드디어 ‘유광점퍼’를 꺼내 입을 수 있게 됐다. LG의 가을야구가 최소 3경기 더 확보됐기 때문. 그 중심엔 ‘유광점퍼’ 전도사 박용택(40)이 있었다.

박용택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4회말 쐐기 1타점 희생플라이로 팀의 3-1 승리에 일조했다. LG는 이제 라이벌 키움 히어로즈가 기다리는 고척스카이돔으로 향한다.

 

[잠실=스포츠Q 안호근 기자] 박용택이 3일 NC 다이노스와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LG에서 가장 가을야구를 많이 경험한 건 단연 주장 김현수다. 두산 베어스 시절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었던 김현수는 ‘타격기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보였지만 가을엔 쉽게 웃지 못했다. 잘할 때도 있었지만 기복도 컸다.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은 0.268(254타수 68안타).

반면 박용택은 달랐다. 신인이던 2002년 가을을 경험한 뒤 11년이 지나서야 다시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찾은 가을에도 박용택은 뛰어난 존재감을 보였다. 가을야구에서 타율은 0.295(139타수 41안타)로 강했다.

와일드카드전 경험도 있었다. 2016년 당시 4위 LG는 잠실로 KIA 타이거즈와 만났는데, 첫 경기를 내줬지만 끝내 1승 1패를 기록하며 준PO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박용택은 타율 0.429(7타수 3안타)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용택은 때를 기다렸다. 팀이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4회말 무사 1,3루. 류중일 감독은 정주현을 대신해 박용택을 타석에 내보냈다. 마운드엔 박용택이 올 시즌 단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한 크리스천 프리드릭.

1구 볼을 골라낸 박용택은 2구 과감히 배트를 휘둘렀다. 우측으로 한참을 뻗어나간 타구는 담장 근처에서 잡혔다. 그 사이 3루 주자 구본혁은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이천웅까지 2루까지 파고들 수 있었던 깊은 타구였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이 상황을 승부처로 꼽았다. 1점이 다급하다 생각한 류중일 감독은 4회부터 주전 2루수 빼며 승부수를 뒀다. 그만큼 박용택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컸다는 것이기도 하다.

 

 

박용택은 “3회부터 대타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경기에선 정규시즌보다 ‘출근’이 빨라질 수 있다”며 희생플라이 상황에 대해선 “맞는 순간 (넘어갔다기보다는)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야구에서 가정이 없다. 잠실구장이 아니었으면 통산 300홈런 이상을 쳤겠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안 된다. 타점이 팀 승리에 도움 돼 다행이다. 1차전을 졌다면 큰일 났는데 잘 넘겼다”고 말했다.

과거와는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 이젠 주축이라기보다는 조커역할, 승부처 때 한 번에 제 몫을 해야 하는 대타 출전이 그의 몫이 됐다. 박용택은 “예전 가을야구와 달리 처음부터 벤치에서 출발하는 게 익숙하진 않다”며 “주전으로 나갈 땐 뭔가 해결해줄 기회가 오겠단 생각이 있었지만 대타는 갑자기 찾아온 단 한 타석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부담감을 전했다.

팬들도 이러한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박용택은 “나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라면서도 “팀 사정에 맞게 잘 준비해야 한다. 대타로 나갈 때 LG 팬들의 큰 환호가 정말 좋았고 프로 선수라면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응원을 받고 타석에 들어가는 게 집중되고 재밌다”고 긍정론을 펼쳐보였다.

간절함은 더욱 커졌다. “오늘 경기 전 화장실에 들어가 생각해보니 어쩌면 마지막 가을야구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내가 정말 후회 없이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이번이 마지막 가을야구가 아니길 바라고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 잘해야 한다. 더그아웃에서 잘하라고 응원하며 손뼉을 치겠다”고 유쾌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18년 동안 LG맨으로 활약한 박용택의 가을의 모습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연하고 유쾌했으며 타석에서 존재감까지도 그대로였다.

박용택은 LG가 한참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할 때 팬들에게 “올해는 가을야구를 하겠다. 유광점퍼를 구입하라”고 말했고 그로 인해 타 팀 팬들도 유광점퍼는 LG의 명물이 됐다. 준플레이오프에선 통산 타율 0.366(41타수 15안타)로 더 강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고이 접어뒀던 LG 팬들이 이젠 박용택의 활약 속 유광점퍼를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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