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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준 작가, 우리 '뇌 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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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준 작가, 우리 '뇌 속 풍경'
  • 박미례 객원기자
  • 승인 2014.03.2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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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를 얼마나 이해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 동물, 감정, 감각, 여러 사물과 사건들, 내 주변에 있는 그리고 내안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이것들은 어디서 온 것인지. 왜 존재 하는지 하는.’ -작가노트-

처음 우연히 만났을 때 그는 꽤나 두꺼운 과학책을 읽고 있었다. 낯선 그가 읽던 책이 궁금해 호기심에 말을 건넨 건 내가 먼저였다. 그러자 그는 “안녕하세요? 이세준입니다.”라며 처음 본 내게 환한 미소로 인사해 주었다.

▲ 이세준 작가의 작업실

그때 그는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차근히 소개해 주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퍽이나 인상에 남았다. 봄날이 처음 피부로 느껴지던 3월 중순. 인연은 돌고 돌아 경기도 장흥의 작업실에서 다시 작가를 만났다. 형형색색 이미지들로 가득 뒤덮여 쌓여있는 작가의 방. 인위와 자연, 실재와 비현실의 뒤엉킴이 화폭에는 일렁이고 있었다.

먼저 얼마 전 ‘무한을 유한 속에 담는 방법’이라는 전시 제목의 의미를 물었다.

▲ 뇌 속 풍경

“사실 무한이라는 말은 그 단어 자체가 너무 크고 관념적입니다. 우리는 무한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정말 온전하게 무한을 상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유한한 우리의 안에 무한을 담은 것이겠지요. 저는 (무한한)이 세계를 회화적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를 내재한 불가능한 이 시도는, 그 과정에서 내러티브와 형식의 구조가 복잡하게 얽히며 다양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말이죠, 현대물리학에서는 실제로 수학적 계산을 통해서 유한 속에 무한을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재미있지 않은가요?”

▲ 겨울적 여름

이세준 작가는 경기도 평택에서 나고 자랐다. 평택이라는 도시는 어린 시절, 풀과 나무, 논밭으로 둘러싸인 자연과 윤락시설이 들어찬 미군 부대가 어색하게 동거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고향이란 전원적인 풍경과 유흥, 윤락업소들 그리고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를 벌이는 이국적인 가게들, 군사훈련의 포성 소리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꽤나 묘한 이미지의 도시로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한을 유한속에 담는 방법

때문에 종종 어떠한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요소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상황, 이를테면 앞서 말한 어릴 적 고향의 기억 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들을 마주할 때 당혹감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회화설치작업은 그러한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얽힘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러한 정의될 수 없는 대상을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설명을 전했다.

“저는 이곳이 어디인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 것인지 하는,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질문들의 대답이 여전히 궁금합니다. 사실 이런 질문은 굉장히 고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원전부터 구하던 질문이고, 여전히 구하고 있는 질문이지요. 남들에게는 문제가 없는 일들이 여전히 문제일 때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것을 형용하기.

사실 작가는 미대에 들어가기 전 우주과학, 생물학 등에 누구보다 호기심 많은 이과생이었으며 과학자를 꿈꿨다고 한다. ‘이 세계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출발한다는 작가는 어느 물음이든지 마치 탐험가의 열정 어린 눈빛으로 답했다.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이 불가사의한 세상에 늘 나는 누구일까하며 화면 앞에서 고민한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그의 관심사는 인문학, 과학도서, 초현실적인 소설 등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저는 헨리 다거(Henry Darger)의 그림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미셀 우엘벡 (Michel Houellebecq)의 소설들, 그리고 천문학, 양자물리학, 생물학 등을 다룬 과학서적(칼 세이건(Carl Sagan)이나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등)에서도 영감을 받습니다.”

작업 자체의 출발이 답을 찾기 위함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과정을 찾기 위함이라는 작가.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더 많이 고민하고 즐겁게 계속 작업해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더불어 작업이 보는 분들에게 사고의 확장과 새로운 감각을 만나게 해주는 통로가 된다면 더 없는 기쁨일 것 같다며 소년처럼 커다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세계는 그를 닮아 있다. 불가해하나 무궁무진하다. 지금 이 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음번, 또 다음번 그가 발견하고 만들어 낼 무한을 유한 속에 담아낸 그림 속에서 또 다시 다른 세계가 시작 되고 있었다.

 

이세준 작가는?

1984년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대학원 졸업. ‘지금,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무한을 유한 속에 담는 방법’ 등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 참여. 현재 양주시립 미술 창작스튜디오777에 입주하여 작업하고 있다. 세계는 이해 할 수 없으며 정의 될 수 없는 곳이지만, 그의 직관으로 그려 낸 화폭에는 감각과 감정의 불확실한 세계가 복합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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