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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재치, 키움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안방 고민에 웃는다 [SQ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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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재치, 키움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안방 고민에 웃는다 [SQ모먼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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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단연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9회 한 방으로 경기를 끝낸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였지만 숨은 MVP를 꼽으라면 이지영(33)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영리한 투수 리드로 실점을 막았고 노련한 수비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제1옵션이 아니면서도 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베테랑 안방마님은 기대를 웃도는 활약으로 감독을 웃게 만들었다.

이지영은 6일 열린 LG 트윈스와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1-0 짜릿한 승리 뒤엔 그가 있었다.

 

[고척=스포츠Q 안호근 기자] 이지영이 6일 LG 트윈스와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뒤 8회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박동원(무릎 부상)이 포수로 나서는 건 가능하지만 브리검과 이승호는 이지영과 호흡을 많이 맞췄기에 이들의 등판 때는 이지영에게 맡길 것”이라는 계획을 나타냈다.

‘신의 한 수’였다. 6회까지 키움의 불펜은 개점휴업상태였다.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노히트쇼’를 펼쳤기 때문. 이지영의 영리한 리드가 있었다. 

7회까지 텅 비어있던 불펜. 양 팀 투수가 최고의 피칭. 브리검이 급격히 흔들렸고 키움은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브리검은 6⅔이닝 동안 83구만 던지며 안타와 볼넷을 2개씩 내줬지만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7회말 2사 1,2루 구원 등판한 광속구 투수 조상우는 카를로스 페게로를 상대로 6구 중 5구를 속구로 던지며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6구째 페게로는 맥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전광판엔 155㎞가 찍혔다.

경기 후 만난 이지영은 “다양한 투수들과 한 시즌간 호흡을 맞췄다. 방망이에선 미치는 사람이 나온다고해도 단기전은 아무래도 투수전 양상”이라며 “어떻게 하면 1점이라도 안 내줄지 생각하며 단기전만의 리드를 하려고 한다. 1점에 승리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어렵게 가야 할때는 볼넷을 주더라도 까다로운 승부를 요구했다”고 무실점 비결을 전했다.

 

8회말 유강남의 타구에 2루로 공을 뿌리고 있는 이지영(왼쪽).

 

8회가 백미였다. 홀드왕 김상수가 첫 타자와 상대부터 볼넷을 내주자 그의 영리함이 빛났다. 타석엔 포수 유강남,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김상수의 높은 공에 번트를 시도한 유강남은 당황했다. 타구가 높게 솟구쳤기 때문. 이지영은 타구가 떨어진 뒤에야 재빠르게 2루로 송구,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경기 후 “(유)강남이가 번트를 많이 대는 선수가 아니다보니 뜬공을 기대하며 일부러 높은 공을 요구했다”며 “다이빙 하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공이 떠 어차피 1루 주자가 못 뛰고 강남이가 달리기도 느리니 일부러 떨어지기를 기다려 2루에 공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지영의 영리한 리드는 9회 끝내기 홈런의 발판이 됐다. 1점으로 승리를 챙기는 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이지영은 “이렇게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며 “이런 1점 싸움 경기는 포수도 힘들다. 9회말 극적인 홈런으로 이겨 정말 기분이 좋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1차전 맹활약에도 2차전엔 이지영 대신 박동원이 포수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크다. 선발 투수가 브리검과 달리 시즌 중 박동원과 많이 맞춰온 에릭 요키시이기 때문. 장정석 감독도 요키시와 최원태 등판 때는 박동원을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영의 맹활약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 장정석 감독이다. 박동원이 컨디션이 100%가 아님에도 마음 놓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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