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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일병 구하기, LG트윈스 아주 특별한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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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일병 구하기, LG트윈스 아주 특별한 아리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0.09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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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손힘찬 기자] 고우석(21) 일병 구하기 미션, 대성공이다.

하나 된 LG 트윈스가 고우석을 살려냈다. 고우석이 경기를 매듭짓자 잠실벌엔 응원가 민족의 아리아(외쳐라 무적 엘지~ 자 승리하라 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하는 정규리그 4위 LG 트윈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3위 키움 히어로즈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지면 시즌 농사가 마감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

고우석이 세이브를 올렸기에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차전 0-0 동점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았고, 2차전 4-3 리드에 등판, 9회말 2사에서 블론세이브를 떠안았던 고우석이다. 사실 이번에도 위태위태했다. 20구 1볼넷 1사구. 1사 2,3루까지 몰렸으나 어쨌든 해냈다.

고우석이 지난 2경기의 아픔을 씻었다. 개인 통산 첫 준플레이오프 세이브다. 

◆ 류중일의 뚝심

“오늘도 그런 상황이 생기면 우석이를 쓸 것이다. 동점 상황에서도 쓸 것이다.”

류중일 감독의 이날 경기 전 코멘트다. 2차전 직후에도 고우석 관련 질문을 받고 “(앞으로도) 믿고 써야하지 않겠나. 결과가 두 번 다 좋지 않았지만, 고우석이 젊고 앞으로 10년 이상 마무리 투수로 뛰려면 이런 과정을 많이 겪어야 한다”고 했던 류 감독이다.

연속된 부진에도 고우석을 안 낼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는는 뜻. 류중일 감독은 외려 2차전 9회말 2사 만루 박병호 타석에서 고우석을 송은범으로 교체한 걸 후회했다.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고우석이 최고 마무리로 크려면 박병호와 또 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고 믿음을 보였다.

8회초 사이드암 계투 정우영이 두 타자를 잠재웠지만 류 감독의 선택은 또 고우석이었다. 결과는 해피엔딩. “정우영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 감독은 “바로 고우석을 올렸다”며 “위기도 있었지만 잘 넘겼다”고 격려했다.

고우석을 밀어붙인 류중일 감독.

◆ 고우석의 전투력

“1,2차전 끝나고 인터넷을 못하겠더라(웃음). 오늘은 이상하게 보고 싶더라.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해주셨고 기사를 보면서 불안함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류중일 감독님이었으면 오늘 경기 9회에 안 내보냈을 거다. 냉정하게 봤을 때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끝까지 믿음을 주시니 불안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다. 너무 감사하다."

고우석의 경기 후 인터뷰다. 리더를 향한 진심이 곳곳에 묻어 나왔다.

정규시즌에서 65경기 71이닝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방어율) 1.52로 비상했던 고우석의 이번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3경기 1⅔이닝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80이다.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세이브야 수확했지만 2피안타 1볼넷으로 불안했다.

그만큼 포스트시즌이 어렵다는 의미일 터. 프로야구 3년차, 풀타임 붙박이 마무리 첫 해 연봉 6200만 원 받고 열일했으니 지쳤을 수도 있다. 또 상대는 고우석을 집요하게 연구, 분석하고 철저히 대비한다. 페넌트레이스에서처럼 깔끔한 삼자범퇴 세이브가 나오지 않는 여러 이유다.

그래도 LG 선수단이 고우석을 향한 신뢰를 거둘 수 없는 건 바로 투쟁심, 전투력에 있다. 고우석은 “오늘 경기에서 기회가 한 번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정말로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2차전 9회말 2사 만루 박병호 타석에서 강판당한 걸 떠올리면서도 “블론세이브를 했지만 승부를 또 하고 싶은 게 투수의 마음”이라고 강조한 고우석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빅매치에서 두 번 연속 내상을 입었다. 어지간한 멘탈로는 견디기 어렵다. 마운드 오르기가 두렵겠지만 고우석은 달랐다. “이 상황에도 잠은 잘 오더라”며 “잘 자고 꼭 이기게끔 기도하고 나왔다”고 미소 지었다. 천상 마무리다.

세이브 공을 챙긴 고우석. 모처럼 활짝 웃었다.

◆ 고우석 위해 하나 된 LG

고우석 파트너 포수 유강남, 차우찬 임찬규 등 투수조 동료, 정주현 김민성 등 야수 형들 마지막으로 팬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고우석 ‘기 살리기’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했다. 연이은 쓴맛에 고개를 떨군 그에게 “네가 없으면 우린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결과가 바로 3차전 세이브다.

유강남은 “아마 힘들었을 거다. 2차전 끝나고 잠실로 오는데 우석이가 집에를 안 가더라. 큰 경기에서 잘 못 던져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게 얼마나 책임감이 크겠나”며 “욕 많이 먹은 저도 그 마음을 잘 알고 그런 과정을 겪고 있어서 ‘후회 없이 볼 배합 하자’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석이가 오늘 경기로 인한 경험이 분명히 내일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잘 막아줘서 내일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엄청 기대된다. 자신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차우찬, 임찬규는 객관적인 조언으로 고우석을 일깨웠다. 고우석은 “카운트, 제구 등을 생각한 게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는데 형들의 냉정한 말에 확신이 생겼다”며 “조언이 없었더라면 더 고전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채은성이 뜬공을 처리, 경기가 종료되자 가장 먼저 달려온 건 3루수 김민성이었다. 고우석은 “민성이 형이 ‘이제야 웃는다’고 해줬다”고 전했다. 2안타 1타점 1득점 알토란 활약을 펼쳐 수훈선수로 선정된 정주현의 소감 첫 마디는 “무엇보다 우석이가 잘 던져줘 이겼다”였다.

2019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홈 관중 100만을 달성한 ‘서울의 자존심’ LG다. 줄무늬 유니폼, 검은 유니폼, 유광점퍼를 착용하고 노란 수건을 두른 팬들은 고우석이 등장하자 유독 크게 환호했다. 1사 2,3루 고비에선 고우석 이름 석 자를 아주 크게 불렀다.

고우석은 그렇게 개인 통산 첫 준플레이오프 세이브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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