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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기교파' 투수의 생존법, 또다른 KBO리그 완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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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기교파' 투수의 생존법, 또다른 KBO리그 완상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0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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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3구 안에 치게끔 만드는 투수가 가장 이상적"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제는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시속 150km 이상의 속구를 뿌려대는 투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파워넘치는 패스트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를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투수들은 늠름하다. 무사 3루같은, 뜬공을 맞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반대 방식으로도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에는 시선을 모으는 ‘기교파’들이 꽤 있다. 최고 구속이 140km를 넘을까 말까 하지만 칼날 제구력으로 승부한다. 구속이 빠른 게 피칭의 전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교파들이다.

▲ 송신영의 이닝당 투구수는 13.7개에 불과하다. 염경엽 감독이 말한 '이상적인 투수'에 부합하는 기록이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눈에 띄는 기교파 6인

윤성환(삼성)과 유희관(두산)은 올해도 변함없이 리그 정상급 투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각각 13위, 14위를 차지했던 이들은 올해도 각각 7위(3.38), 15위(3.86)에 올라 팀의 주축 선발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송신영(넥센)의 선발투수 전환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달 19일 광주 KIA전을 시작으로 3경기에 등판해 19.2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0.92. 토종 선발이 약해 늘 고민중인 넥센에 한줄기 희망으로 거듭났다.

손민한(NC)은 지난달 17일 대전 한화전과 마산 삼성전에서 연달아 난타당하며 2군으로 내려갔지만 이전 3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으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숨을 고른 그는 4일 1군에 다시 합류해 바로 선발투수로 나선다.

서재응(KIA)이 송신영, 손민한이 보여준 ‘베테랑 파워’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달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5.1이닝 7피안타 2실점한데 이어 지난 2일 광주 SK전에서도 5.1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2경기에서 내준 사사구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장진용(LG)도 눈에 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5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로 등판한 3경기에서 단 한번도 3점 이상을 내주지 않았다. 제구가 워낙 좋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오지 않은 LG 마운드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 손민한은 5경기에 선발 등판해 볼넷을 단 하나만 내줬다. 2경기에서 주춤했던 그는 4일 1군으로 콜업돼 어린이날 경기에 선발로 나선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이상적인 투수는 3구 승부 유도하는 것

“3구 안에 치게끔 만드는 투수가 가장 이상적이다. 제구력 갖고 완급조절만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한 송신영을 두고 한 말이다. 송신영은 단 79개의 공만 던져 LG의 베테랑 타선을 가볍게 요리했다. 그의 올시즌 이닝당 투구수는 13.7개에 불과하다.

다른 기교파 투수들의 이닝당 투구수도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채병용(SK)은 13.8개, 서재응이 14.1개, 손민한이 14.4개의 공을 던졌다. 반면 145km 이상의 속구를 가볍게 뿌리는 김광현(SK), 차우찬(삼성), 양현종(KIA) 등은 각각 16.6개, 16.5개, 16.4개의 공을 던졌다.

염 감독은 “삼진왕은 한 명뿐이다. 송신영이 탈삼진 1,2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투수는 위닝샷이든 제구력이든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손혁 투수코치 역시 “컨트롤이 좋다는 이미지를 심어놓으면 타자들이 빨리 배트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구속이 오르지 않는다”고 고민에 빠진 학생선수들을 제법 볼 수 있다. 신체가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기에 스피드업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기교파’ 투수들은 느린 속구를 갖고도 리그를 호령하고 있으니 말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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