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3:25 (화)
무서운 키움히어로즈 '내 탓 네 덕'
상태바
무서운 키움히어로즈 '내 탓 네 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0.16 0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손힘찬 기자] 내 탓, 네 덕. 키움 히어로즈다. 동점 혹은 뒤진 상황에서 도무지 질 것 같지가 않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은 14~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원정 2경기를 모두 잡았다. 안방 고척 스카이돔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다. 1경기만 더 잡으면 2014년 이후 5시즌 만에 한국시리즈를 밟는다.

1차전에서 연장 11회 0의 침묵을 깨고 3-0으로 웃었던 키움은 2차전에선 0-3, 6-7로 이어지는 열세를 기어이 뒤집고 말았다. LG(엘지)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짜릿한 드라마 세 편을 연출하더니만 다음 라운드 플레이오프에서도 위용을 유지 중이다. 키움이 고공비행하는 비결은 바로 ‘고마움’에 있다.

데일리 MVP 김규민. 수상한 기쁨보단 주루 실수를 복기하며 미안함을 전했다.

◆ 장정석, 김규민이 자책한 까닭

경기 후 인터뷰, 자책과 격려가 눈에 띄었다.

장정석 감독은 “오늘 내가 선택했던 것들, 투수 쪽이 잘 안돼서 힘든 경기가 이어졌다. 계속 위기가 오고 실점을 했고, 역전을 당했다”고 자책한 뒤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경기를 잡아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주루에서 이틀 연속 언짢은 대목이 발생한 걸 지적하자 장 감독은 “실수가 안 나오면 베스트이긴 한데 사람이 하는 것이니 안 나올 수가 없다. 그게 결정적인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다”고 외려 감쌌다.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규민도 마냥 웃지만 않았다. “기쁜 게 80%이지만 아쉬운 것도 20%”라며 8회초 1사 2,3루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2루 주자였던 김규민은 이지영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못 들어왔다. 명백한 판단 미스였다.

송성문의 역전타가 나오자 환호하는 키움 더그아웃.

“2루타를 치고 지영이 형 때 집중력이 떨어졌다. 타구도 놓쳤고 (중견수) 수비가 앞이란 생각에 안전하게 하려다 실수가 나왔다. (송)성문이에게 절하고 싶었다, 지영이 형을 끌어안고 감사하다고 했다”는 김규민이다.

스코어가 6-7이었다. 김규민이 주저하는 바람에 동점은 됐지만 역전을 날렸다. 그러나 김혜성의 대타 송성문이 SK 1루수 제이미 로맥의 몸에 맞는 강습 2루타를 작렬, 8-7로 재역전했다. 김규민이 송성문, 이지영에게 감사함을 느낀 배경이다.

◆ ‘최강 카드’ 조상우의 겸손

조상우가 김하성과 동료 불펜에 전한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유격수 김하성은 7회말 무사 2,3루 수비 때 땅볼을 더듬어 실점에 빌미를 제공했다. 조상우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넘겨보겠다는 키움 벤치의 의도에 균열이 생긴 순간이다. 조상우는 “최선의 플레이를 해줬다. 아웃카운트를 늘려줬다”고 강조했다.

홈에서 잡지 못한 3루 주자 김성현보다 타자주자 김강민을 처리한 플레이에 포커스를 둔 조상우다.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 조상우는 한동민, 최정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키움 타선은 바로 다음 이닝에 재역전에 성공했다.

조상우는
조상우는 "불펜 모두가 중요한 상황에 나간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적이 있는 조상우는 “연투가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장정석) 감독님이 워낙 잘 관리해주신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치료를 워낙 잘해주신다. 문제가 없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장정석 감독은 조상우를 ‘가장 강한 카드’라고 규정했고 그렇게 활용 중이다. 1차전 6회말 무사 1,2루 무실점에 이은 ‘특급 진화’ 행진이다. 그럼에도 조상우는 “불펜 투수들 모두 중요한 상황에 나간다. 똑같이 1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임할 뿐”이라며 동료들의 기를 살렸다.

김규민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가 않다”며 “(오)주원이 형, (김)상수 형 등 고참부터 크게 파이팅을 외치니 우리도 따라간다”고 미소 지었다. 조상우도 “불펜에서 외친다고 들리지도 않겠지만 크게 파이팅한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실수는 감싸고 동료는 치켜세운다. 키움은 못한 건 나 때문, 잘한 건 네 덕분이라는 정신으로 무장했다. 자줏빛 더그아웃엔 박수, 찬사, 환호, 격려가 한 가득이다. 그렇게 힘을 기르고 덩치를 키워 대권에 도전하는 키움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