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6 20:59 (금)
더이상 '청순'은 없다? '청순' 걸 그룹의 딜레마
상태바
더이상 '청순'은 없다? '청순' 걸 그룹의 딜레마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10.18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걸그룹에서 ‘청순’은 언제까지 유효한 것일까?

지난달 19일 방영된 Mnet 걸 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컴백전쟁: 퀸덤' 4회. 그룹 러블리즈가 선보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 센스(Sixth Sense)' 무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 이후 비판과 악플에 시달렸다고 밝힌 러블리즈 멤버 유지애는 브이앱 방송을 통해 "육두문자도 상처를 안 받는데 퀸덤에 관련된 비난은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비난하니 후폭풍이 심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멤버 류수정은 "어떤 평을 하더라도 상관 없지만 그 무대 하나로 러블리즈 멤버들 개개인의 인생을 싸잡아 매도해 애를 먹었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데뷔 이후로 줄곧 청순 콘셉트 무대를 선보였던 걸 그룹이 보여준 이미지 변신에 대중들의 반응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러블리즈 [사진 = 러블리즈 공식 트위터, Mnet '퀸덤' 방송 화면 캡처]
러블리즈 [사진 = 러블리즈 공식 트위터, Mnet '퀸덤' 방송 화면 캡처]

 

# 러블리즈, '이미지 탈피'와 '가장 잘하는 것' 사이에서

러블리즈는 퀸덤 첫 번째 경연 무대인 히트곡 대결에서 기존 소녀 콘셉트처럼 밝고 상큼한 느낌의 의상이 아닌 섹시한 분위기의 검은 의상을 착용한 아츄(Ah-Choo) 무대를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원곡에서 거의 편곡을 하지 않은 노래에 시크한 안무를 구성한 무대 구성이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고, 현장 평가에서도 당시 여섯 팀 중 6위를 차지했다.

"노래는 다 좋은데 콘셉트가 다 똑같아서 문제야."(러블리즈 미주)

이어진 퀸덤 두 번째 경연은 상대 팀과 곡을 바꾸는 커버곡 경연이었다. 러블리즈는 청순 콘셉트가 중복되는 오마이걸 곡을 커버해야 했다. 고심을 거듭했던 러블리즈는 게임을 통해 '선곡 자유권'을 획득했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 센스‘ 커버로 무대를 꾸몄다.

러블리즈는 처음 이미지 변신을 도전한 첫 번째 경연의 혹평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다시 청순 콘셉트와 정반대되는 콘셉트 무대를 선택했다. 러블리즈 '식스 센스' 무대는 원곡 무대와 흡사한 의상과 메이크업 콘셉트로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나 다소 어울리지 않는 맑은 음색과 창법 등으로 무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러블리즈 강점이던 '여리여리한 미성과 고음'이 아이러니하게도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러블리즈 도전에 대해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러블리즈 시행착오로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는 '청순 콘셉트' 그룹의 이미지 변신에 대한 담론이 오가기 시작했다.

에이핑크 [사진 =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 [사진 =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 더 이상 ‘청순’은 없다? 청순 걸그룹이 변신하는 이유

데뷔 이후 ‘내 남자친구에게’, ‘영원한 사랑’ 등의 소녀, 요정 콘셉트로 '난 네꺼야'를 외치던 핑클도 ‘Now’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했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며 애교를 보여주던 소녀시대도 블랙 가죽 재킷 의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운 '런 데빌 런'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돌 그룹이 한 가지 콘셉트를 계속 고수할 때 가질 수 있는 디메리트는 ‘자가 복제’라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청순 콘셉트를 유지하던 걸그룹이 필연적으로 콘셉트 방향을 트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쉽기 때문이다.

청순 콘셉트의 걸 그룹은 멤버들의 ‘성장‘에 맞춰 소녀스러운 이미지에서 성숙한 숙녀 이미지로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그 예로 지난 2011년 데뷔한 그룹 에이핑크는 데뷔부터 핑클, S.E.S.를 연상시키는 청순하고 가녀린 소녀 콘셉트로 시선을 끌었다. 히트곡 노노노와 미스터 츄의 성공으로 그룹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대중적 궤도에 오르자 2014년, 에이핑크는 ‘청순한 숙녀’를 표방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후 에이핑크는 ‘러브(LUV)’, ‘내가 설렐 수 있게’ 등의 성숙한 콘셉트부터 ‘1도 없어’, ‘%%(응응)’ 등 섹시 콘셉트로 정반대의 노선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에이핑크 이외에도 ‘격정청순’, ‘파워청순’ 콘셉트의 대표주자 격이던 여자친구 또한 최근 발매한 ‘열대야’를 통해 한층 성장한 열정적인 모습을 담으면서 보다 성숙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다.

일각에서는 에이핑크, 여자친구 등의 대히트로 신인그룹의 청순 콘셉트가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주기가 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포미닛, 투애니원 등 강렬한 이미지의 걸 그룹이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데뷔한 에이핑크는 ‘청순한 소녀‘라는 고전적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러블리즈, 여자친구 등 청순 콘셉트 걸 그룹 데뷔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걸그룹 청순 콘셉트가 시장에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었지만 최근 신인 그룹은 보다 신선한 느낌을 위해 다른 콘셉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걸 그룹 시장에는 지난 2017년 데뷔한 락메탈 기반의 그룹 드림캐처, 통통 튀는 ‘틴크러쉬’라는 독보적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그룹 위키미키, 그리고 올 3월 데뷔한 ‘여전사’ 이미지의 그룹 에버글로우처럼 다양한 콘셉트에 도전하는 그룹이 늘고 있는 추세다.

‘레드 오션’이 된 청순 걸 그룹 시장에서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이 찾아내야 할 돌파구는 어디일까? 하지만 대중은 청순 콘셉트의 포기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위 러블리즈, 아래 오마이걸 [사진 = 울림엔터테인먼트, WM엔터테인먼트 제공]
위 러블리즈, 아래 오마이걸 [사진 = 울림엔터테인먼트, WM엔터테인먼트 제공]

 

# 청순의 반댓말은 ‘걸크러시’? 이미지 변신만이 정답일까

고전적인 청순 콘셉트 유행과 함께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았던 러블리즈, 오마이걸은 분명히 다른 콘셉트를 갖고 있다. ‘러블리즈’ 그룹 이름 앞에는 ‘아련’이라는 수식어가, ‘오마이걸’에게는 ‘동화’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이 그것이다.

두 그룹은 서로의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순’이라는 모호하고 넓은 범주로 묶인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때문에 두 그룹은 ‘콘셉트가 겹친다’며 끊임없이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이제 요정에서 탈피하고 싶어."(오마이걸 유아)

'퀸덤'에서 러블리즈와의 콘셉트 중복으로 고심했던 그룹 오마이걸은 역시 자신들의 색인 요정 이미지를 벗어나야 경연에서 살아남는다는 의견을 모았다. 오마이걸은 국악을 접목한 판타지 콘셉트로 러블리즈의 '데스티니(Destiny)' 커버 무대를 선보였다.

오마이걸의 '데스티니(Destiny)' 무대는 '오마이걸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으며 이전 활동곡까지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청순 걸 그룹’인 러블리즈와 오마이걸 무대에 전혀 다른 평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걸 그룹 무대를 즐겨보고 퀸덤 또한 눈여겨봤다는 시청자 A씨는 “걸 그룹 콘셉트가 ‘청순’ 아니면 ‘섹시, 걸크러시’로 뭉뚱그려 다뤄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문을 연 뒤 “걸 그룹은 팬덤보다 대중에게 큰 반응이 온다. 그래서 팬, 즉 ‘마니아’를 확보해야하는 보이그룹에 비해 안전하거나 자극적인 콘셉트가 필요하다. 오마이걸은 그룹의 결을 살리면서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지 탈피를 원하는 러블리즈로서도 ‘식스 센스’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걸 그룹에게도 다양한 시도를 위한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퀸덤’을 통해 지금 청순 콘셉트로 단순히 범주화되는 두 그룹의 개성을 각각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여주고 싶은게 너무 많았어요. 하차를 하면 못 보여주잖아. 그게 너무 아쉽지.”(러블리즈 유지애)

어울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하고 이미지 변신을 선택하기까지의 딜레마를 보여줬던 러블리즈. 대중이 규정한 ‘청순 걸 그룹’이라는 범주에 묶여있던 그들의 온갖 시행착오는 재도약을 위한 몸부림이자 변신을 위한 발판이지 않을까? 이제 절반 정도 달려 온 걸 그룹 서바이벌 ‘퀸덤’. 아직 보여줄게 많은 러블리즈에게 실망하긴 이르다고 응원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