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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이정후 '부자 MVP' 등극, 이젠 아버지 이종범을 위하여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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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이정후 '부자 MVP' 등극, 이젠 아버지 이종범을 위하여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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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1993년, 1997년 이종범(49), 그리고 2019년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 이젠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어색해졌다. 이정후는 데뷔 3년차 만에 프로야구의 전설 ‘바람의 아들’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냈다.

이정후는 17일 키움의 3연승으로 막을 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타율 0.533(15타수 8안타) 3타점 4득점으로 활약한 그는 기자단 투표 68표 중 54표를 얻어 압도적 MVP를 수상, 상금 300만 원과 트로피까지 얻었다.

아버지 한국시리즈(KS)에서 2차례 주인공이 됐던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의 뒤를 이어 첫 ‘부자(父子) MVP’로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고척=스포츠Q 안호근 기자] 플레이오프 MVP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7일 경기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은 뼈아픈 기억이었다. 준PO 도중 부상을 당한 이정후는 히어로즈가 SK에 석패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2017년 신인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한 뼘 더 성장했던 이정후는 올 시즌 193안타를 만들어내며 막판까지 최다안타 타이틀을 두고 경쟁했다. 아쉽게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197안타)에 수위를 내줬지만 아버지 이종범(1994년 196안타)의 턱밑까지 쫓아간 이정후다. 팀 선배 서건창(2014년 201안타)에 이어 200안타를 기록할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평가를 얻었다.

LG와 준PO에서 첫 경기를 제외하고 매 경기 안타와 함께 득점에 성공하며 활약한 이정후는 설욕의 대상인 SK를 만난 PO에서 날아올랐다. 매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팀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막내축이지만 실력으로 맏형 역할을 했다.

천재적인 타격 기술은 대선배로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해설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날 3회 헨리 소사의 높은 공을 받아쳐 선제 2타점 적시타를 적시타를 때려낸 장면을 두고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은 “스트라이드 과정 보면 놓쳤는지, 봤는지, 다음 공을 유도한 건지 알 수 있는데, 높은 공을 유도하기 위해 2구를 흘린 것 같다. 150㎞ 대 공을 던지는데 노리지 않고는 저렇게 기다렸다는 듯 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승엽 위원은 “머리 쪽 높이의 공을 몸을 뒤로 제치면서 쳐냈다”고 혀를 내둘렀다.

 

1회초 안타를 때려낸 뒤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정후(왼쪽).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일부러 보낸 건 아니다. 사실 2구를 쳤어야 했다”면서도 “경기 전부터 소사의 패스트볼만 공략한다는 생각이었다. 앞에서 맞아서 운 좋게 안타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도 넘치는 타격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연장 11회초 팀이 1점을 먼저 낸 상황에서 문승원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감각적으로 퍼올려 1타점을 추가했다. 장성호 KBS 야구 해설위원은 “컨택트의 달인답다. 문승원의 공이 낮게 잘 떨어져 대처하기 어려웠을 텐데 좋은 컨택트로 때려냈다”며 극찬했다.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고 골든글러브도 유격수로 4차례, 외야수로 2차례나 수상하며 ‘야구 천재’로 불렸다. 이젠 그의 아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초 ‘부자 MVP’라는 말에 이정후는 “뜻 깊은 기록이다. 나로 인해 한 번씩 아빠의 이름이 거론되면 아빠를 몰랐던 사람들도 알게 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소를 짓게 만든 발언이었지만 이젠 정말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보다는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라는 말이 점점 더 익숙해져가는 상황이다. 특히나 어린이, 청소년 팬들에겐 이정후가 더 잘 알려져 있고 대단한 존재로 느껴지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매 경기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시리즈 타율 0.533 맹타를 휘두른 이정후는 시리즈 MVP를 수상하고 상금 300만 원을 얻었다.

 

이어 “정확히는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받아야 그 타이틀에 맞게 될 것 같다. 가을야구 시작 전 장난삼아 한국시리즈 올라가서 MVP를 타겠다고 했는데 이걸로도 만족한다”며 “한국시리즈에 처음 나서는데 집에 가서 아버지께 조언을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을야구 7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수비와 주루까지 온 힘을 다했지만 체력적 부담은 없다. “힘들다는 걸 못 느낄 정도로 즐겁게 하고 있다”며 “다른 형들이 잘 해줄 거라 생각한다. 제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들 뜨는 건 없었다. 프로 3년차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담대했다. “3연승으로 끝내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잘 쉬고 오늘은 잊고 준비해야 한다. 한국시리즈가 남았기에 그때까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모범답안을 내놨다.

나이답게 패기도 넘친다. 한국시리즈 상대인 두산에 대해 “투타 짜임새가 좋고 내야 수비도 탄탄하다. 경험이 가장 큰 것 같다”면서도 “투타에서 모두 밀린다고 생각진 않는다. 한국시리즈 경험은 부족하지만 그걸 커버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두산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서고 우린 2번째지만 떨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잘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상 최초 서울 시리즈로 열릴 무대에서 키움이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나흘이라는 달콤한 휴식을 갖게 된 이정후의 방망이에 거는 기대가 큰 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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