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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KS행 비결? 신들린 장정석-불꽃타선-특급케미 '삼위일체'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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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KS행 비결? 신들린 장정석-불꽃타선-특급케미 '삼위일체'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18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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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키움이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히어로즈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결국 가을의 문턱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장정석(46)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7일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3차전마저 승리하며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준PO를 거치고 올라온 팀의 우승 확률은 10.7%(3/28)로 낮았지만 키움은 이마저도 넘어설 기세다.

5년 만에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키움 히어로즈가 17일 201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연승에 성공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내야에 모야 다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단.

 

◆ 신들린 장정석, 가을야구를 뒤집어 놓으셨다!

선발 투수 0승.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 비결을 보여주는 역설적 지표다. 1선발 브리검은 준PO와 PO 1경기씩 나서 12이닝 무실점 호투를 하고도 타선 침묵 속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나머지 3명의 선발은 기대만큼 던져주지 못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2경기 5이닝 10피안타 11실점으로 부진했던 최원태와 에릭 요키시(7이닝 4실점), 이승호(4⅔이닝 2실점)의 경우는 또 달랐다.

요키시는 준PO 2차전 1,2회 1점씩을 내주고 3회 1사에서 연속 3안타를 맞고 흔들리자 곧바로 안우진으로 교체됐다. 17일도 마찬가지. 요키시는 초반 야수들의 불안한 수비에도 잘 버텼고 5회 3피안타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하나는 기습번트였고 삼진도 2개나 잡아낸 터였다. 팀도 4-1로 앞서 있었다. 그럼에도 장 감독은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소방수로 안우진을 불러올려 불을 껐다. 준PO 이승호의 교체 상황도 비슷했다.

단순한 감(感)의 문제는 아니었다. 통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었다. 불펜 운영에 대한 질문에 장 감독은 “올해 자료만 보면 높은 확률을 보이기 힘들다. 감독으로선 3년차로 아직 초보격이지만 몇 년에 걸친 자료를 모아두고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 던지던 선발 투수를 돌연 교체하는 것도 3번째 타순이 돌아올 때 투수들의 피장타율과 피OPS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걸 염두에 둔 교체였다고도 전했다.

한 템포 빠른 교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고 이는 불펜 운용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매 경기 접전 양상이었던 준PO에서 모든 투수를 고루 활용하며 시리즈를 따낸 장정석 감독은 “작년 가을엔 3,4명을 못썼는데 경험치를 못 채워준 게 아쉬웠다. 올해는 준PO를 치르며 선수들을 거의 다 써봐서 기분 좋고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장정석 감독(아래)은 올 가을야구 내내 한 템포 빠른 투수진 운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가을야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지만 결과와 함께 경험도 쌓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건 없다. 장 감독은 불펜의 피로감을 줄이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자신감이라는 자양분을 제공했다.

PO에서도 장 감독식 벌떼야구는 빛을 발했다. 1차전 연장 승부로 8명의 불펜을 가동했지만 투구수가 10구를 넘긴 건 마무리 오주원(21구), 조상우(16구), 김상수(14구)뿐이었다. 2차전에도 최원태가 4이닝 만에 강판돼 7명의 투수를 더 활용했지만 모두 1이닝 이하, 20구를 넘기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최대치는 2이닝이다. 그 이상 기용은 없을 것”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지키면서도 팀을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 쉬어갈 데 없는 불꽃타선, 하위타선까지 활활

준PO를 마친 뒤 장정석 감독은 “그 안에서 타순 변동은 있을지 몰라도 1번에서 5번까지는 고정”이라며 상위, 중심타선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건창,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제리 샌즈 누구하나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강타자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위타순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박동원이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없는 가운데 준PO에선 김혜성(타율 0.200)을 기준으로 김규민(0.111), 김웅빈(0.091) 등 모두 까지만 해도 활약하지 못했다. 대체 포수 이지영(0.333)의 활약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 이유다.

 

5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한 송성문(왼쪽). 김규민 등과 함께 하위타순에서 불을 뿜으며 팀의 2번째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PO들어 하위타순에도 변화가 생겼다. 강병식 코치의 조언을 받아 과자를 입에 물고 타격훈련을 하며 치아와 상체에 힘을 빼기 시작한 김규민의 타격이 살아났다. 송성문 또한 맹타를 휘둘렀다. 둘 모두 타율 0.625(8타수 5안타), 2루타 2개, 각각 5타점,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가을 들어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이지영은 11타수 4안타(타율 0.364)로 타석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박병호(0.182)와 샌즈(0.083)가 침묵했음에도 키움의 타선이 좀처럼 식지 않은 이유다.

가을야구에선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한다. 핵심타자들은 철저한 공략에 고전하고 하위타선들은 더욱 강력한 투수들에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 가을 키움엔 몇몇 선수의 부진을 메우고도 남을 미친 선수가 너무도 많이 나와주고 있다. 장정석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막내도 맘껏 활개치는 더그아웃 분위기

장정석 감독은 승리 후 항상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단순히 경기 활약에 대한 것 뿐아니라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잘 해준다는 것이었다. 17일 경기 후에도 장 감독은 “정말 기쁘다. 선수들이 정말 하나가 돼 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더그아웃에서 한 눈 팔거나 다른 일을 하는 선수가 없다. 고참들이 잘해준 덕분”이라며 “잠시만 더그아웃에 있어도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훈련할 때나 미팅할 때, 경기할 때 모두가 모든 순간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득점에 성공한 이정후를 맞이하는 키움 더그아웃.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 하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선수들의 이야기라고 다르지 않다. 3차전 데일리 MVP 송성문은 “팀원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하나가 된 것 같다”며 “누군가 못해도 다른 사람들이 메워주기 때문에 팀워크가 더 끈끈해지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막내격인 이정후는 “선배님들이 맘껏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큰 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것 다 하고 벤치에서도 다 하고 파이팅하면서 소리 지르고 하다보니 분위기가 계속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고교시절 전국대회에 나가서 승리했을 때 철없이 기뻐하던 것처럼 신나서 야구를 했다고.

이어 “투수 형들이 너무 잘 해준다. 지고 있을 때에도 (야수) 형들이 투수들보고 분발하자고 장난삼아 이야기 해준다. 서로를 믿으며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은 침묵하는 타자들과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에게 믿음을 주고 부진한 선수의 몫은 다른 선수들이 메워준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하나 같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고 그 자신감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준PO부터 올라온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10.7%(3/28)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흘간 충분한 휴식,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와 넘치는 자신감,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은 키움을 홈으로 불러들일 1위팀 두산 베어스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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