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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김나리 '깜짝'우승, 정몽구배 양궁대회 부산 개최 의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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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김나리 '깜짝'우승, 정몽구배 양궁대회 부산 개최 의의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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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대중에 양궁도 알리고,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대비할 수 있었던 값진 대회였다. 16세 여고생 김나리(16·여주여강고)의 깜짝 우승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지난 17일 부산 KNN 센텀광장에 마련된 특설경기장에서 시작된 2019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가 19일 부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파이널 매치를 지켜보기 위해 선수와 관람객 등 1000여 명이나 모였다.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우진(27·청주시청)과 김나리가 각각 남녀부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상금 1억 원을 획득했다. 양궁 최강 한국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는 3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규모도, 수준도 여전히 으뜸이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가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지 3년 만에 부산에서 2회 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올해 국가대표와 상비군 남녀 각 12명은 물론 대한양궁협회 주관 대회 랭킹포인트 고득점자 남녀 각 64명 등 총 150명(남자 74명·여자 76명)이 출전했다. 남자부 이우석, 이승신(이상 국군체육부대)은 세계군인선수권대회 출전으로 불참했지만 최고 궁사들이 총출동해 명승부를 연출했다.

최고가 참가하는 대회 수준에 걸맞은 상금 규모를 자랑했다. 우승자 외에도 8위까지 상금을 수령했다. 준우승 50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 5~8위는 800만 원씩 챙겼다. 총 상금 규모만 4억5000만 원가량.

뉴시스에 따르면 김우진은 “상금이 크게 걸려 있는 대회인 만큼 선수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대회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민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고, 저변이 확대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우진의 말에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가 잘 담겨있다. 이번 대회는 양궁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마련됐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 한복판에서 최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양궁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효자종목으로 군림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은 종목이다. 정몽구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과 정의선 협회장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전폭적인 지원으로 양궁 발전에 공을 들였고,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일반 대중들이 양궁의 매력을 느끼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2016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이후 격년마다 치르기로 했던 대회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와 겹치는 탓에 3년 만에 돌아왔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개최지를 옮긴 것은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였다. 양궁대회는 경기장 특성 상 지금껏 주로 진천선수촌 또는 경북 예천진호국제양궁장 등에서만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선 부산의 양궁 꿈나무들에게 '에스코트 키즈'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체험장 등 다양한 이벤트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선수와 지도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 높은 상금과 더불어 선수 상금의 25%는 지도자에게 경기력 향상 연구비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또 협회는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이번 대회가 활용되길 바랐다.

실제 올림픽 경기가 열릴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과 흡사한 환경에 경기장을 설치했다. 사대 높이를 50㎝ 높이고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경기장을 조성했다.

대회 동안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혜진(LH)을 비롯해 최미선(순천시청), 이승윤(서울시청), 여자 세계랭킹 1위 강채영(현대모비스) 등 강자들이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지만 김나리의 발견은 한국 양궁의 큰 수확이기도 하다.

김나리(오른쪽)의 깜짝 우승은 이번 대회 한국양궁의 또 다른 수확 중 하나다. [사진=대한양궁협회 제공]

2003년생으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다. 랭킹라운드를 30위로 통과했지만 쟁쟁한 실업·대학팀 언니들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이 대회에서 고교생이 우승한 건 처음이다. 김나리는 또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경욱의 친조카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김나리는 “우리나라 양궁은 세계 최강이지만 비인기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양궁이라는 종목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김우진 역시 “숨어있는 보석을 찾을 수 있는 대회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로 대회 취지에 공감했다.

또 “많은 분들이 ‘한국 양궁이 요즘 성적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리우에 이어 도쿄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장영술 협회 부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많은 관객들 앞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양궁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해준 대회가 됐다”며 “대한민국 대표 양궁대회로 자리 잡은 만큼 지속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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