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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유전자와 환경, 농협 모럴해저드와 김병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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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의 마흔즈음] 유전자와 환경, 농협 모럴해저드와 김병원 회장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10.2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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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우리네 삶은 신산스럽고 복잡다기(複雜多岐)합니다. 청춘은 청춘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그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중간 허리를 단단히 받쳐야 하는 세대로서 우리의 삶과 일상 그 속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광경 하나

"아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아비가 됐다."

'대도'(大盜) 조세형(81)씨가 지난 17일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절도) 혐의 2심 1회 공판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3~6월 총 6차례 서울 광진구, 성동구 일대 주택에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원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조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조씨는 지난 8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계기를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찾았다. 그는 “저희 부모님은 생활고 때문에 4살인 저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났다. 그 뒤로 부모님을 본 적 없다”면서 “당시 복지시설은 하나같이 가혹 행위가 있었는데, 아침마다 매 맞는 게 싫어서 보육원을 전전하다 보니 비행 청소년이 됐다”고 덧붙였다.

불우한 가정환경이 아니었다면 대도의 인생도 180도 달라졌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의 두 주인공.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의 두 주인공.

# 광경 둘

한국 출신 쌍둥이 입양아자매의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는 2016년 봄 개봉되면서 큰 감동을 전했다. 태어난 직후 한 명은 미국, 다른 한 명은 프랑스에 입양됐던 두 사람은 쌍둥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25년을 살다가 우연히 SNS를 통해 찾아 실제 만난다. 일란성 쌍둥이인 자매는 외모뿐만 아니라 식성과 패션 취향 등 같은 것이 무척 많다. 유전자의 놀라운 힘이다. 한데 성격은 달랐다. 영화는 후반부에서 ‘차이’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알려주는데 사만다는 오빠 둘과 함께 화목하게 자랐지만, 아나이스는 외동딸로 외롭게 자랐다.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지만, 각기 다른 사회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란 사만다와 아나이스 모습은 인간 성격에 미치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연구 결과 신체적 특징과 운동능력, 인지능력은 유전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성격은 상대적으로 환경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착하거나 악하거나 또는 자상하거나 괴팍하거나, 인간 성격은 순전히 환경 때문일까?

# 광경 셋

그렇다면 조직의 모럴해저드는 개인 탓일까 또는 조직 탓일까? 어느 조직은 구성원 간의 믿음과 신뢰로 똘똘 뭉쳐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데 어느 조직은 구성원 간의 갈등과 불신으로 비리와 부조리가 판쳐 몰락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21일 마무리 된 올해 국감장에서 어김없이 주요 공기업들의 모럴해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부실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이 두둑한 성과급을 챙겼다는 것.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지정 공기업 35개의 지난해 총부채가 전년보다 9조원 이상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3조원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도 이들 공기업 임원 150여명에게 78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됐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건강보험공단이 꼽혔다.

# 광경 넷

-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나이트클럽, 노래연습장, 술집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협중앙회 소속 3개 법인에서 법인카드를 유흥업소 등에서 결제한 내역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그 계열사가 초고가 무기명 골프회원권을 2021년까지 전량 매각하겠다고 수차례 밝히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지난해 국감에 이어 농협 직원 주택자금 대출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농협이 농민들이나 일반 고객한테는 연 3, 4%의 이자를 받고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면서 직원들한테는 1%도 안 되는 이자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골자다.

이번 국감서 불거진 내용 몇 개만 골랐다. 대체 농협은 왜 이 모양인 것일까?

일각에서는 농협 컨트롤타워인 농협중앙회 선거가 1988년 선출직으로 바뀐 후 역대 회장들 대부분이 비위에 연루되는 등의 ‘흑역사’를 지적한다. 초대 한호선 회장(1988~1994)과 2대 원철희 회장(1994~1999), 3대 정대근 회장(1999~2006) 3명은 모두 횡령 및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아 구속됐다. 4대 최원병 회장(2007~2016) 또한 직접적인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비리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임기 중 다수의 측근이 구속됐다.

한마디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직인 5대 김병원 회장은 어떨까? 김병원 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악재를 겪었다.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달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대부분 유죄가 무죄로 뒤집혀 벌금도 90만원으로 감형, 임기는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병원 회장은 ‘불법 선거 운동’이란 꼬리표를 말끔히 떼지 못한 불명예를 안고 가야할 처지다.

유전과 환경은 상호 작용한다. 어린 시절 불우하다고 해서 모두가 대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과 조직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윗물이 더러워도 아랫물까지 오염돼서야 되겠는가. 고성능의 정수기를 설치해 아랫물이라도 맑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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