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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발-키움 불펜만 팬다, 확실한 팀컬러에 뜨거웠던 잠실벌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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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발-키움 불펜만 팬다, 확실한 팀컬러에 뜨거웠던 잠실벌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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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두산 베어스 타선은 에릭 요키시만, 키움 히어로즈는 조쉬 린드블럼을 제외하곤 어렵지 않게 공략해냈다. 양 팀 마운드 힘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명확히 나타난 경기였다.

두산과 키움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렀다. 두산은 9회말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7-6으로 이겼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74.3%(26/35) 확률을 거머쥐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22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전날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때부터 최대 관심은 양 팀의 선발 투수였다. 두산은 정공법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조쉬 린드블럼을, 키움은 데이터에 입각한 ‘표적선발’ 에릭 요키시를 예고했다.

20승 3패 평균자책점(방어율) 2.50, 탈삼진 189개, 승률 0.870으로 3관왕에 오른 린드블럼은 역시 견고했다. 1회초 김하성에게 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 허용, 단타 하나로 1점을 내줬지만 이후엔 흔들림이 없었다. 2,3회 삼진 4개를 뽑아내며 연속 삼자범퇴 처리한 린드블럼은 4회 무사 만루에서 우익수 뜬공과 병살타 유도로 실점을 보태지 않았다.

문제는 키움 타자들이 린드블럼의 투구수를 잔뜩 늘려놨다는 것. 올 시즌 평균 6⅓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린드블럼은 5이닝 만에 90구를 던진 뒤 물러나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공 상태가 베스트라고 보진 않았다. (윤)명준이도 그렇고 시즌 후반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90구로 애매해 주자를 남겨둔 상황에서 중간투수가 들어가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느꼈다. 결과야 좋지 않았지만 적당한 타이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가 생각보다도 더 좋지 않았다. 린드블럼이 물러난 두산 마운드는 한순간에 붕괴됐다. 윤명준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피안타 1볼넷으로 주자 3명을 남겨두고 내려갔고 이현승의 밀어내기 볼넷, 이형범의 피안타로 3점을 내줬다. 오재일의 실책에서 시작된 7회초 수비선 이형범이 출루시킨 동점 주자가 권혁이 송성문에게 내준 안타와 함께 홈을 밟았다.

 

키움 히어로즈 선발 에릭 요키시(가운데)는 난타에 이어 박동원의 송구에 얼굴까지 맞으며 힘든 하루를 보냈다.

 

반면 키움의 상황은 전혀 반대였다.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에서 벌떼불펜 운영으로 ‘대박’을 쳤던 키움이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선발이 그만큼 일찍 무너졌다는 걸 뜻하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경기 전 “선발을 무너뜨려 우위를 잡겠다”고 공헌했을 정도.

1선발 브리검을 제치고 나선 좌투수 요키시지만 이번에도 장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회 4안타를 맞고 2점을 내준 요키시는 4회 피안타에 이어 보크까지 범하며 흔들렸다. 연이은 안타도 모자라 도루아웃을 잡아내려던 박동원의 송구에 안면을 강타당했다. 만원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다시 마운드에 섰지만 실점은 6까지 불어났다. 김재환의 좌전안타 때 김규민이 레이저 송구로 홈에서 페르난데스를 잡아내지 않았더라면 점수는 더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요키시가 물러난 5회 이후 키움 마운드의 무게감이 180도 바뀌었다. 이영준(7구)과 한현희(9구·이상 1이닝), 조상우(32구·2이닝)가 번갈아 등판했는데 실점은커녕 출루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양 팀이 6-6으로 맞선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의 투구는 일품이었다. 준PO와 PO를 거치며 가장 위급한 상황에 나서면서도 5⅔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친 키움 최고의 투수는 기대에 그대로 부응했다.

 

팀 패배에도 조상우의 위용은 빛났다. 조상우의 빠른공에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7회 12구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조상우는 8회에도 등판해 오재일을 잡아낸 뒤 허경민에게 올 가을야구 2번째 안타를 내주더니 최주환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브랜든 나이트 코치가 조상우에게 향했다. 투구수는 24개. 장 감독의 ‘20구 이상 불가론’이 적용되지 않는 조상우이기에 조상우는 마운드를 지켰다. 평정심을 찾은 조상우는 류지혁에 이어 박세혁에게도 내야 뜬공을 유도하며 스스로 불을 껐다.

9회 양 팀의 희비가 갈렸다. 두산은 가을 한정 마무리 이용찬을 불러 올렸다. 날카로운 포크볼로 김하성을 삼진아웃 시킨 그는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병호를 좌익수 뜬공, 송성문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키움에선 마무리 오주원이 등판했다. 불운한 시간이었다. 박건우의 평범한 내야 뜬공에 김하성이 낙구지점을 포착하지 못해 불안하게 시작했고 정수빈의 기습번트로 무사 1,2루가 됐다. 페르난데스를 투수 땅볼로 잡아낸 데 이어 스리피트 아웃으로 인해 주자까지 1,2루로 귀루했지만 김재환에게 볼넷, 오재일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비자책 1실점 패전투수가 된 키움의 불운한 클로저다.

두산은 후반기 가장 뜨거웠던 이영하, 키움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한 이승호를 2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선발 무게감에선 역시나 두산이 앞서는 가운데 2차전 역시 두산은 선발, 키움은 불펜을 중심으로 한 투수 운영을 이어갈지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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