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8 03:37 (월)
손흥민 멀티골, 우리는 '차붐' 잇는 '슈퍼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상태바
손흥민 멀티골, 우리는 '차붐' 잇는 '슈퍼손'의 시대에 살고 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23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1980년대 ‘차붐’이 있었다면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현재 ‘슈퍼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멀티골로 토트넘에 4경기 만에 승리를 선사했다. 동시에 차범근(66) 전 감독이 갖고 있는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득점(121골) 기록 동률을 이뤘다. 만 25세 때 독일에 처음 진출했던 차 전 감독이 30대에 ‘갈색폭격기’로 유럽을 호령했다면, 손흥민은 만 27세 나이로 이미 유럽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3차전 홈경기에 선발 출전, 68분을 소화하며 2골을 넣고 팀의 5-0 승리에 앞장섰다.

손흥민이 23일 멀티골로 차범근 전 감독의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AP/연합뉴스]

앞서 1무 1패로 승리가 없었던 토트넘이 16강 진출을 위한 분수령에서 값진 승점 3을 수확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설이 나올 만큼 최근 흐름이 좋지 않았는데 다가올 리버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요한 경기일정을 앞두고 분위기를 바꿨다.

해리 케인의 선제골로 앞선 전반 16분 손흥민이 유럽 통산 120호 골을 만들었다. 에릭 라멜라가 오른쪽에서 넘겨준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쇄도하며 침착하게 차 넣었다.

전반 종료 1분을 남겨놓고 손흥민이 마침내 차범근 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탕귀 은돔벨레가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주자 왼발 슛으로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올 시즌 5번째 골이자 유럽 통산 121호 골. 

이날 활약에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했고,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 역시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를 부여했다. 

올 시즌에도 역시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는 손흥민이다. 이제부터 그가 넣는 한 골 한 골이 곧 한국 축구의 역사가 된다.

손흥민과 차 전 감독과 비슷한 속도로 득점을 쌓아가고 있다. 아직 27세라는 점은 그가 얼마나 더 많은 골을 넣을지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그래픽=연합뉴스]

차범근 전 감독은 1978년 독일 다름슈타트를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뛰며 1988~1989시즌까지 372경기에서 121골을 남겼다.

그로부터 20여년 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KFA) 우수선수로 뽑혀 독일로 축구 유학을 떠났던 손흥민이 10년 새 빠르게 성장, 차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손흥민은 2010년 18세 때 분데스리가(독일 1부) 함부르크 1군에 합류한 뒤 2010~2011시즌 데뷔했다. 2010년 10월 쾰른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이후 함부르크에서 3시즌 동안 20골, 2013~2014시즌부터 레버쿠젠에서 2시즌 동안 29골을 적립했다.

2015~2016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뒤 첫 시즌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이듬해부터 제 기량을 발휘하며 지금껏 72골을 생산했다.

2016~2017시즌에는 모든 대회 21골로 차 전 감독이 보유했던 유럽 프로축구 한 시즌 한국인 최다 득점(1985~1986시즌 19골) 기록도 넘어섰다.

손흥민은 유럽 진출 364경기 만에 121골을 기록했다. 차 전 감독과 비슷한 속도다. 하지만 그가 27세에 불과하다는 점, 기술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 선수들의 수명이 더 길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은퇴할 때 남길 최종기록을 가늠하기 어렵다. 차 전 감독 역시 레버쿠젠에서 마지막 시즌에 36세 나이로 30경기나 소화했다.

차범근(오른쪽) 전 감독이 어렵게 개척한 길을 손흥민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시즌 케인, 델레 알리 등 구단의 핵심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축인 동료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을 때 손흥민은 홀로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명실상부 토트넘과 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로 올라선 시즌이었다. 

최근에는 세계 축구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 최종후보 30명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차 전 감독은 “처음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을 만났을 때 ‘선생님의 기록을 깰 것’이라고 해서 ‘그래 해봐라’ 하고 받아쳤는데 이렇게 성장했다. 독일 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됐고, 지금은 팀의 핵심이다. 그 정도면 우리가 그를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스스로 관리만 잘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도 더 잘 할 수 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차 전 감독이 처음 독일 무대에 입성했을 때는 아직 아시아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지 못 했던 시대였다. 낯선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아시아 축구의 잠재력을 알렸던 그는 이제 손흥민을 필두로 수많은 후배들이 독일 등 유럽 전역에 진출해 활약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황덕연 스포티비(SPOTV) 축구 해설위원은 “차범근부터 시작돼서 박지성이 꽃 피우고, 손흥민이 만개시킨 한국의 해외리거 역사”라는 말로 손흥민이 차범근, 박지성(은퇴·38)의 뒤를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아이콘이 됐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제 전성기에 도달한, 어쩌면 아직 전성기를 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를 손흥민이 얼마나 더 높게,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갈지 기대가 모아질 수밖에 없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