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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키움히어로즈 화력전, '바보야 문제는 수비야'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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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키움히어로즈 화력전, '바보야 문제는 수비야'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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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기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42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빌 클린턴이 사용했던 캐치프레이즈다. 엉뚱한 일에 골몰한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대통령에게 날린 일침은 적중했고 이는 클린턴을 새로운 미국의 수장으로 만들어놨다.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2일 서울 잠실구장. 21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이 펼쳐졌고 양 팀은 도합 12명의 투수를 소모했지만 결국 승부는 수비에서 갈렸다.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이 22일 두산 베어스와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9회말 수비에서 내야 팝플라이를 놓친 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했지만 단기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비다. 도합 21안타가 쏟아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결국 수비에서 희비가 갈렸다.

두산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강력한 타선, 응집력 등도 있지만 탄탄한 수비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20일간 쉬고 나와 타격감에 대한 우려를 키웠던 두산이지만 수비에선 기복이 없었다. 두산은 22일 1회초 첫 타자 서건창의 타석에서부터 우익수 박건우의 침착한 슬라이딩 캐치로 화려한 수비야구의 시작을 알렸다.

1회초 선제점을 내준 두산은 2회말 역전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온 두산. 3회초 1사에서 다시 서건창은 우익선상 쪽으로 향하는 최소 2루타가 보장될 것 같은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타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높게 날아오른 두산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 속에 들어가 있었다.

 

두산 조쉬 린드블럼(오른쪽)이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회초 수비에서 병살타를 이끌어낸 2루수 최주환을 격려하고 있다.

 

4회에도 위기는 있었다. 조쉬 린드블럼이 연속 2안타에 볼넷까지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에 놓인 것. 김웅빈은 우익수 뜬공을 날렸고 3루 주자 이정후가 홈 쇄도를 위해 태그업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전광판에 키움의 득점은 그대로였고 아웃카운트만 추가됐다. 박건우의 강력한 송구에 조재영 키움 3루 코치는 ‘스톱’ 사인을 낸 것. 결국 린드블럼은 김규민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몸을 날린 최주환이 유격수 김재호에게 공을 전달했고 두산은 더블플레이로 최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6회 수비 장면도 감탄을 자아냈다. 린드블럼이 물러난 뒤 두산 마운드는 겉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허경민은 1사 만루에서 좌전안타가 될 뻔한 박동원의 타구를 몸을 날려 막아냈다.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어 정수빈은 김혜성의 큰 타구를 빠른 스타트로 쫓아가 잡아냈다.

봉중근 KBS 야구 해설위원은 “점수를 낸 키움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자꾸 두산에 대해 말하게 된다”며 “정말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호수비가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계기였다면 아쉬운 수비는 승부의 악영향을 미쳤다. 4회말 키움 수비에서 허경민을 안타로 내보낸 에릭 요키시는 보크로 주자를 득점권에 보냈다. 1점을 더 내준 뒤 2사 2루 박건우의 타석, 3루 선상으로 흐르는 타구를 김웅빈이 놓쳤다. 그 사이 김재호는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을 파고 들었다.

 

키움 에릭 요키시(가운데)가 두산과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회초 수비에서 박동원의 송구에 턱을 맞고 쓰러져 있다.

 

위기는 이어졌다. 박건우가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 박동원은 2루로 공을 강하게 뿌렸다. 그러나 공은 2루에 도달하지 못하고 악송구가 됐다. 요키시가 공이 빠진 걸 보고 아쉬워하는 사이 집중력을 잃었고 박동원은 당초 진행방향대로 2루로 공을 뿌린 것. 송구는 요키시의 턱 부위를 강타했고 그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그 사이 박건우는 3루까지 파고들었고 후속 타자 안타로 홈까지 밟았다.

두산 수비도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7회초 첫 타자 김하성의 평범한 내야 팝플라이가 1루수 오재일과 포수 박세혁 사이에 똑 떨어졌다.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는 두산이 6-6 동점을 내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키움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9회말 수비는 불펜 투수들의 호투를 무색케했다. 선두타자 박건우의 타구가 내야 쪽으로 높게 치솟았는데, 유격수 김하성은 낙구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뒷걸음질을 치더니 결국 공을 놓치고 말았다. 불길한 시작.

정수빈의 기습번트에 대한 키움의 대응도 아쉬웠다. 타구가 워낙 절묘하기는 했지만 투수 오주원과 1루수 박병호는 순간적으로 서로 미뤘고 주춤한 사이 정수빈은 1루에서 살았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스리피트 아웃으로 주자의 진루까지 무산됐기에 번트 타구 처리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채웠고 오재일에게 외야 큰 타구를 내줘 끝내기 패배한 키움이다. 1사에서 외야수는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2사였다면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서 중견수 이정후가 잡아낼 수도 있었던 타구였기에 더욱 아쉬움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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