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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 막말, 당사자 두산 김재호가 '베테랑의 품격'으로 답했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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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 막말, 당사자 두산 김재호가 '베테랑의 품격'으로 답했다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3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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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한국시리즈 최고의 이슈가 터져나왔다. 1차전이 마무리 된 늦은 밤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23)의 막말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상대 선수를 경기 도중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프로답지 않은 행동이 영상을 통해 공개되자 야구 팬들의 비판이 들끓었다. 송성문은 결국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공개 사과 시간을 가졌다.

“내 잘못이니 동료들은 신경쓰지 말고 잘해줬으면 좋겠다”던 송성문은 공격의 최선봉에 섰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오른쪽)이 23일 두산 베어스와 2019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회말 적시타를 날린 뒤 1루에서 오재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한국시리즈 22연속 매진으로 2만5000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그 중 3분의 2가량을 채운 듯 보이는 두산 팬들은 송성문의 행동 하나하나에 야유를 보냈다.

1회말 수비 때부터 야유를 받은 송성문이 타석에 서자 데시벨이 더욱 높아졌다. 통상 공격시에 적극적으로 응원을 보내지만 송성문의 응원 소리는 야유 소리를 쉽게 뚫고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송성문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2회초 위력적인 이영하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3루타를 만들어냈고 김혜성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더그아웃으로 향한 송성문은 더그아웃에서 유독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전날 막말 논란 이후 이날 경기 전 취재진에 둘러싸여 사과를 하며 겪은 마음고생을 알아주는 듯한 행동이었다.

 

야유를 보내는 두산 팬들과 이를 딛고 적시타를 날리는 송성문(아래).

 

4회초 2번째 타석. 중견수 방면 멀리 뻗은 타구를 잘 따라간 정수빈이 깔끔히 잡아내자 이날 경기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키움 벤치에선 그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기죽지 않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

6회 최대 기회는 얄궂게도 다시 한 번 송성문에게 찾아 왔다. 박병호의 역전 적시타 이후 1사 1,2루에서 들어선 송성문은 초구부터 이영하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통타, 우익수 앞으로 타구를 보내 타점을 추가했다. 야유하던 두산 팬들 입장에선 유독 허탈함이 크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반면 두산 응원단에선 김재호에게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다. 전날 부상으로 교체됐던 선수에 대한 격려의 의미이자 송성문에게 때 아닌 비방을 당한 당사자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9회말 추격의 적시타를 터뜨린 김재호. 1루 홈 관중들을 바라보며 셀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웃지 못했다. 2회 송성문의 홈 대시 때 송구 실책을 범했고 6회엔 실책성 플레이로 내야안타를 만들어줬다.경기 후 만난 김재호는 “그 수비 하나로 대량 실점(3점)이 됐다. (이)영하에게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얄궂게도 송성문이 이끈 키움이 될 것처럼 보였던 9회말 마지막 공격. 허경민의 안타와 오재원의 1타점 2루타로 차려진 무사 2,3루 밥상이 김재호 앞에 차려졌다.

바뀐 투수 한현희를 맞은 김재호는 관록을 뽐냈다. 1구 파울을 범한 뒤 고개를 끄덕이더니 2구 속구를 받아쳐 키움을 한 점차로 압박하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잠실=스포츠Q 안호근 기자] 두산 김재호는 경기 후 키움 송성문을 향해 따끔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재호는 “일부러 타이밍을 늦게 잡아 파울이 나왔다”며 “고 ”이후 속구가 들어올 거라고 예상한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섰다“고 노련한 수 싸움이 만든 결실임을 밝혔다.

경기 전 송성문에 대한 질문에 전례를 언급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던 김재호. 상대팀이지만 후배 선수를 향한 애정 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송성문에겐 야유, 자신을 향해선 환호가 쏟아진 상황에 대해 “너무 이슈가 돼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며 “선수가 잘못하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 고쳐나가며 성숙해진다. 한편으론 야유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이겨낼 수 있어야 더 큰 선수가 되고 고참이 됐을 때 조언을 해줄 수 선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 MVP가 된 박건우는 “키움이 오히려 신경 쓰고 들어올 것이라고 (김)재호 형이 말해주셨다”며 정작 자신들은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차이는 9회말 대역전극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경기력에서도, 언변에서도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진 김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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