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기자의 눈] '키움-두산뿐이랴' 공허한 KBO '암표 근절' 외침, 더 시급한 집안단속
상태바
[기자의 눈] '키움-두산뿐이랴' 공허한 KBO '암표 근절' 외침, 더 시급한 집안단속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5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암표 OUT!”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내건 캠페인 슬로건이다. SNS에선 이 문구가 새겨진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는 퍼포먼스를 릴레이 캠페인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뒤통수를 맞았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엔 1만6300표가 모두 팔려나가며 23경기 연속 시리즈 매진 사례가 이어졌지만 관중석엔 종종 빈자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미리 표를 확보해둔 암표상들이 티켓을 모두 판매하지 못했을 때 자주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리고 가을잔치 당사자인 두산과 키움 관계자도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척=스포츠Q 주현희 기자]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23연속 시리즈 매진을 이뤘지만 관중석 중간중간 어렵지 않게 빈자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암표상들의 티켓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25일 새벽 한 야구 커뮤니티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표 게시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KBO의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암표행태에 대한 근절은 쉽지 않았다. 매 시즌 가을이 되면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게시글의 내용이었다. 티켓엔 19pskw01라고 쓰여 있었다. 순서대로 연도와 포스트시즌, 구단명, 아이디 일련번호를 뜻하는 것으로 쉽게 유추해볼 수 있었다. 문제는 2배 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었단 것이다.

논란이 되자 키움은 구단 홈페이지 팬게시판에 공식 입장을 냈다. “한국시리즈 티켓 재판매와 관련하여 KBO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해당 티켓은 구단에 사전 할당된 선구매분 중 일부로 구단 직원이 지인의 요청에 따라 선구매한 티켓 중 일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판매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직원에 대해 엄중 경고함은 물론, 지인에게 판매된 티켓은 즉시 판매 취소 처리했다”며 “취소된 입장권은 KBO 공식 티켓 판매처(인터파크)를 통해 재판매 됐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계열사 티켓. 정가보다 2배 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사진=MLB파크 게시판 캡처]

 

키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후 두산 관계자의 재판매 정황에 대한 글도 게재됐다. 19psds03이란 아이디로 구매한 티켓이었다. 경기 직전까지도 문제를 파악 중이었는데 경기 도중 구단 홈페이지 팬 게시판에 마찬가지로 글을 올렸다.

두산 측의 입장 또한 키움과 대동소이했다. 지인의 요청으로 구매해 전달했는데, 이것이 재판매되고 있었다는 것. 마찬가지로 지인에게 넘긴 티켓은 전량 판매 취소했다고 전했다.

키움과 두산 모두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더욱 철저한 직원교육과 관리·감독으로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구단 직원의 직접적인 판매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키움과 두산뿐 아니라 계열사표를 지인들에게 전달하는 행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티켓 재판매를 한 것은 티켓을 넘겨받은 지인이었기 때문.

 

KBO의 포스트시즌 암표 근절 캠페인 스틸컷. [사진=KBO 제공]

 

그러나 결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야구 팬들은 예매 전쟁을 벌이고도 티켓을 구하지 못해 마음을 졸이는데, 암표 근절에 앞장서야 할 야구계 내부자들이 티켓 재판매이를 방조 혹은 방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게 팬들의 시선이다.

KBO는 킹무에 이어 두산에도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한 뒤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코 키움과 두산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이번 계기를 통해 KBO의 전방위적인 조사와 각 구단들의 보다 철저한 교육과 징계 규정 등이 논의돼야만 한다. 더 이상 가을 축제에 부정한 티켓 판매로 인해 야구 팬들이 초대받지 못하는 피해는 없어야 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