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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우승] '뜨거운 포옹' 김태형 "오재원, 해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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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우승] '뜨거운 포옹' 김태형 "오재원, 해줄 줄 알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0.26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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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주현희  기자] “오재원!”

김태형 감독이 주장 오재원을 불렀다. 둘은 주먹을 부딪친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시즌 내내 볼멘소리를 들었던 베테랑의 대각성이다. 오재원이 두산 베어스의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오재원은 26일 막을 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4경기)에서 타율 0.500(10타수 5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포효하는 오재원(왼쪽)과 고영민 코치. 

4차전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중앙 펜스를 직격하는 장타를 작렬한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무방했다. 오재원은 2루를 밟더니 시크하게 ‘인증샷’ 세리머니를 펼쳤다.

방망이로보다 수비에서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한 오재원이다. 시리즈 초반만 해도 최주환이 주전 2루수였지만 점차 오재원이 동기 김재호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시간이 많아졌다.

큰 경기에선 실수를 최소화하는, 내실 있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김태형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오재원은 7회말 1사 1루에서 서건창의 땅볼을 잡아 태그 플레이로 병살타를 만들었다. 8회말엔 선두타자 김하성의 바가지성 안타를 모자를 벗어 내던진 채 달려가 캐치, 탄성을 자아냈다.

우승 트로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김태형 감독(왼쪽)과 오재원.

페넌트레이스 98경기 타율 0.164(177타수 29안타) 3홈런 18타점. 국가대표 경험까지 있는 오재원이 2007년 1군에 등장한 이후 이토록 못한 적은 없었다. 연봉이 5억5000만 원이라 욕도 많이 먹었다.

단기전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직후 “재원이가 시즌 동안에도 자기 걸 버리고 선수단을 다독이더라”며 “결국 오재원이 해줄 줄 알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우승 세리머니가 한창인 와중. 김 감독은 오재원이 지나가자 멈춰 세운 뒤 그를 꼭 안았다. 오고가는 대화는 없었지만 ‘상남자’ 둘은 서로의 마음을 읽는 듯 했다.

4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 수상으로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낸 오재원은 3루 더그아웃을 찾아 박정원 구단주(두산그룹 회장)를 비롯한 수뇌부들을 중앙으로 안내했고 헹가래를 유도했다.

이어진 팬들과의 시간에선 그야말로 미친 듯이 놀았다. 스파이크를 벗어 던지고 샴페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우승을 뒷받침한 스태프들에게 다가가선 술을 뿌렸다. 떠날 줄 모르는 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멋진 춤사위도 뽐냈다.

두산에 절대로 없어선 안 될 매력남 오재원의 2019년은 해피엔딩으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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