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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 감동 인터뷰 "현대라 생각, 10이닝 던졌던 놈인데" [두산베어스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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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 감동 인터뷰 "현대라 생각, 10이닝 던졌던 놈인데" [두산베어스 우승]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0.2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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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주현희 기자] “어떻게 보면 전신이 현대잖아요. 내가 10회까지 던졌던 놈인데...”

배영수(38·두산 베어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렇게 특별한 우승이 또 있을까.

배영수가 2019 프로야구의 마지막 투수가 됐다.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연장 10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처리하고 두산의 11-9 승리를 완성했다.

삼성 라이온즈(2002, 2005~2006, 2011~2014)에서 7차례 정상에 올랐던 배영수는 이로써 ‘가을엔 선동열보다 무서웠다’던 해태 타이거즈의 레전드 ‘까치’ 김정수(1986~1989, 1991, 1993, 1997)와 더불어 최다 우승반지 보유자가 됐다.

배영수가 2019 프로야구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하고 있다.

하늘이 내린 기회란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배영수의 등판은 해프닝이었기 때문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10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이용찬을 다독이려 마운드에 올랐는데 방문 횟수 제한을 어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배영수를 호출해야 했다. 배영수는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두산 투수 13인 중 유일하게 못 던졌던 차였다.

배영수는 “어제 왠지 마무리를 할 것 같다고 상상을 했는데 이 장면이 딱 나왔다”며 “감독님이 ‘한 번은 던지게 해준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됐다. 올라와서 감독님이 ‘야 약속 지켰다’ 하시더라.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고 웃었다.

배영수는 올 시즌 결정적 보크를 저질러 마음고생이 심했다. SK 와이번스와 페넌트레이스 1위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14일 인천 원정에서 1루로 견제하려다 보크 판정을 받았다. 단 1구도 던지지 않은 채 팀에 부담을 안겼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배영수에게 한국시리즈를 매듭지을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이런 운명이 또 없다. 배영수는 “‘야구 하면서 이런 날도 있구나. 오래 해서, 올해처럼 이렇게 기분 좋고 짜릿한 게 처음이다. 오늘 살면서 가장 좋은 하루 같다”고 감격에 젖었다.

관록이 빛났다. 살 떨리는 상황에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등장한 배영수는 홈런왕 박병호를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타점왕 제리 샌즈는 1구 만에 투수 땅볼로 잡았다. 구속은 정규시즌 때보다 빠른 140㎞가 찍혔다. 2000년대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슬라이더는 날카롭게 꺾였다.

배영수(왼쪽)가 정운찬 KBO 총재와 인증샷 세리머니 동작을 취하고 있다. 

배영수는 키움을 “현대 유니콘스라 생각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히어로즈는 현대 해체 후 재창단해 엄밀히 말하면 후신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단, 프런트의 대다수가 현대 때부터 이어져 왔다. 현대 DNA가 남아 있는 팀이다.

2004년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현대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0이닝을 노히트노런으로 막았던 배영수는 “어떻게 보면 전신이 현대라 그 생각이 나더라”며 “‘내가 마무리다. 10회까지 던졌던 놈인데 이거 못 막겠나’ 싶다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15년 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컨디션이 되게 좋았다. 용찬이한테 믿으라고 말하고 올라갔다. 자신 있었다”며 “보름 전부터 무조건 던져보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하늘에서 온 것 같다. 감독님이 우연찮게 선을 넘어오셨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눈물은 당연하다. 오랜만에 이렇게 미디어랑 인터뷰도 한다”며 “여덟 번째 반지이지 않나. 현역 중에는 제가 제일 많을 거다. 못 깨지 않나 이제. 그게 제일 좋다”고 톤을 높였다.

현역 최다승(138승), 한국시리즈 최다 등판(25경기)과 최고령 세이브(만 38세 5개월 22일) 등 화려한 기록을 다수 보유한 배영수다. 특별하게 대미를 장식한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거취를 고민한다. 김태형 감독은 앞서 배영수에게 코치 혹은 플레잉 코치를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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