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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전자랜드 김낙현 아픔 딛고 성장, 이젠 '믿거고' 아닌 '믿보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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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물] 전자랜드 김낙현 아픔 딛고 성장, 이젠 '믿거고' 아닌 '믿보슛'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0.29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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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픔 속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프로 3년차 인천 전자랜드 김낙현(24)의 이야기다.

김낙현은 29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KBL) 방문경기에서 3점슛 5개 포함 23득점하며 팀의 79-72 승리를 이끌었다. 김낙현의 맹활약 속에 전자랜드는 6승 2패, 서울 SK, 원주 DB와 함께 공동 선두에 등극했다.

올 시즌 초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던 김낙현이 정신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층 더 성숙해져 돌아온 그는 아픔을 딛고 훨훨 날았다.

 

인천 전자랜드 김낙현(왼쪽)이 29일 고양 오리온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KBL) 방문경기에서 조던 하워드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전자랜드의 유니폼을 입은 김낙현의 첫 2시즌은 다소 아쉬웠다.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이 쿼터당 1명으로 바뀐 올 시즌 전자랜드는 기회를 잡았다. 토종 선수들의 기량이 탄탄하기에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했다.

김낙현의 성장세가 큰 역할을 했다. 김낙현은 첫 4경기에서 뛰어난 득점력으로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서울 삼성전 24점을 넣는 등 평균 14.25득점하며 날아올랐다. 팀은 4연승을 달렸다.

지난 19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간이 좋지 않았던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김낙현은 빈소가 차려진 여수로 내려갔고 선수단은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고 뛰었다. 김낙현을 위해 뛰었지만 시즌 첫 패배에 이어 서울 SK전까지 연패를 당했다. 이후 선수단 여수를 찾아 조문을 했다.

김낙현은 “개막 후 생각보다 경기력이 잘 나와서 욕심이 생겼다. 잘하려다보니 KT전 때 주춤했고 여수에 다녀오니 굉장히 부담됐다”며 “홈 2연전을 봤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걸 보고 빨리 와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낙현은 이날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김낙현은 22일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팀에 합류했다. 마음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을 그였지만 팀의 연패로 마음이 무거웠다. “(27일) DB전 때 잘하고,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크다보니 나 때문에 질 뻔했다”며 “(박)찬희 형이 너무 잘해줘 감사했다. 오늘은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첫 맞대결 때와 달리 골밑의 우위를 보였다. 당시 발목 통증을 겪었던 장재석이 출전했고 대체 외인 올루 아숄루가 팀에 적응하며 골밑을 지켰다. 예상대로 장재석과 이승현, 아숄루 트리플 타워가 지키는 오리온의 골밑의 힘은 강했다. 리바운드 대결에서 전자랜드는 39-44로 밀렸다.

이를 예상한 듯 유도훈 감독은 경기 전 외곽 공격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김낙현은 오리온의 로테이션 수비를 무너뜨리는 3점슛을 연신 터뜨렸다. 경기 후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이 부분에서 패인을 찾았다.

유도훈 감독은 경기 후 “김낙현 등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자원이 많다”며 “국내선수들이 1대1 농구를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 단신 외인 조던 하워드를 앞에 두고도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이후 과감히 3점슛을 던진 김낙현의 플레이가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유 감독이다.

다만 당근만을 주진 않았다. 이날 김낙현은 3점슛 성공률 56%를 기록했지만 자유투 또한 이와 비슷한 57%(4/7)에 그쳤다. 유 감독은 “오늘만 그럴 것”이라면서도 “오늘 신께서 다 주시진 않은 것 같다. 들어가서 연습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김낙현의 공수 활약에 대해 칭찬했다. [사진=KBL 제공]

 

김낙현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체력이 떨어져 밸런스도 흐트려진 게 자유투가 흔들린 원인 같다. 웨이트를 더 하고 훈련을 통해 빨리 신체 밸런스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놀라운 성장의 밑바탕엔 자신감이 있다. “내 타이밍에 찬스가 났다 싶으면 슛을 바로 쏘는 편”이라며 “앞으로도 좋은 찬스가 생기면 슛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정확히 유도훈 감독이 지향하는 농구다.

후배를 향한 조언에서 이젠 완연한 프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고려대 후배인 김진영이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얼리로 나서게 됐는데, 고려대 출신 가드들이 프로에 와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생긴 ‘믿거고(믿고 거르는 고대출신 가드)’라는 말이 돌고 있는 상황.

자신 또한 그동안 부진해 이런 말이 생겼다는 생각 때문인지 김낙현은 “최선을 다하다보면 그런 말은 자연스럽게 안 나올 것 같다”며 “진영이도 프로와서 제 몫을 할 친구다. 그런 말 안 나오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영이가) 자기 욕심이 있더라. 그걸 좀 버리고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하다보면 자신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다.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충분히 잘할 것 같다”고 보탰다.

‘믿거고’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김낙현이지만 이젠 전자랜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믿고 보는 슛터’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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