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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석진욱호'가 잘 나가는 이유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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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석진욱호'가 잘 나가는 이유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3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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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프로배구 안산 OK저축은행이 잘 나가는 것 역시 그러하다. 의정부 KB손해보험전에서 석진욱 감독과 송명근, 조재성 등 OK저축은행의 주축 자원들을 지켜보니 그들이 올 시즌 유독 견고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OK저축은행은 30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 후 내리 4연승을 달린 OK저축은행은 승점 11로 서울 우리카드(승점 10)보다 한 경기 덜 치렀음에도 단독 선두로 등극했다.

석진욱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이 개막 후 내리 4연승을 달렸다. [사진=KOVO 제공]

◆ ‘도사’ 석진욱, 이젠 철두철미 ‘명장’ 새내기

현역 시절 ‘배구도사’로 통했던 석진욱 감독은 올해 팀에 부임한 뒤 내실을 착실히 다졌다. V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안정된 전력을 뽐내더니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대전 삼성화재, 서울 우리카드, 인천 대한항공을 차례로 물리치며 승점 9를 따냈다.

기세가 한껏 올랐지만 경기에 앞서 만난 석 감독은 “정말 초반일 뿐”이라며 “훈련 내용은 불만족스럽다. 서브 1위라지만 범실이 여전히 많고, 수비도 더 받쳐줘야 한다. 선수들에게 ‘자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공격수 레오, 그와 짝을 이룰 세터 이민규가 가진 모든 것을 끌어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석 감독은 “레오가 아직 부족한데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 훈련량을 늘렸다. 공을 때리는 타이밍이 안 맞으면 왜 안 맞는지 연구하라고 질책했다. 그랬더니 3번째 경기부터는 좀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민규 역시 마찬가지. “뭐라고 한다고 달라지긴 어렵다. 대화를 많이 했다. 마음 편하게 먹으라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3차전 이민규가 한창 좋았던 시절을 연상시킬 만큼 정확한 배달로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이끌어낸 배경일까.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이 만난 지난 27일 석 감독은 관중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컵 대회 때 보지 못했던 브람의 기량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석 감독은 컵 대회 때도 관중석에서 타 구단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올 시즌 OK저축은행은 데이터 배구를 표방한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의 플레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

경기를 마치고 만난 송명근에게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을 묻자 “감독님 바뀐 게 가장 크다”면서 “그에 맞춰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시즌 때 모두 함께 훈련한 시간이 많았고, 아프다고 빠진 인원도 없었다”고 했다. 레오를 맹훈련 시킨 일화를 생각하면 달라진 훈련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레오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송명근(가운데)과 조재성(오른쪽 두 번째)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역전승을 일궈냈다. [사진=KOVO 제공]

◆ 외인 없어도 잘해요!

이날 레오는 2세트 도중 스텝을 밟다 오른 종아리에 통증을 느껴 코트를 빠져나왔다. 석진욱 감독은 “몸 상태가 너무 좋았던 나머지 무리하는 느낌이 있었다. 본인이 가장 아쉬워한다. 울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2세트까지 KB손해보험에 블로킹을 11개나 헌납하는 등 되는 게 하나도 없던 OK저축은행이다. 설상가상 외인 주포까지 빠졌다. 2세트까지 송명근(4점, 공격성공률 40%)이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침체였다. 첫 세트 14점, 2세트 16점을 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3세트부터 OK저축은행이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역전극을 썼다. 석 감독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친 게 원동력이다. 나는 작전타임 때 흐름만 바꿔줬을 뿐”이라며 “레오 없이도 연습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던 적이 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송명근 역시 “나도 몸이 괜찮고 하니 득점이 많이 나온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해주고 있는 게 가장 크다”며 “라커룸에서 감독님이 ‘자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느슨하지 않았나 싶다. 반성할 부분도 있지만 잘 이겨냈다는 건 득이 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간 중간 선수 교체를 많이 했다. 들어온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하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찾아온 것 같다”고 부연했다.

송명근은 이날 23점(공격성공률 51.21%)을 기록했고, 레오 대신 들어온 조재성이 18점(공격성공률 46.66%)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조재성은 적시마다 서브에이스로 상대를 압박했다. 8점을 올린 한상길을 비롯해 수시로 코트를 오고나간 많은 멤버들이 모두 승리를 합작한 셈이다. OK저축은행은 이날 총 15명이 경기에 뛰었다.

조재성은 “(송)명근이 형이 흔들려 레프트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레오가 나오면서 라이트로 들어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재밌게 했다”며 “오늘 경기가 다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연승 중인데 내가 들어가서 지게 되면 내 탓이 크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파죽의 4연승이다. 열심히 연구하며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도사 기질을 발휘 중인 석진욱 감독과 그를 믿고 잘 따라오고 있는 제자들. OK저축은행이 세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 실패의 터널을 지나 새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까. ‘석진욱호’의 항해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지만 무척 다부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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